세계는 지금 Good-bye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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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Good-bye 플라스틱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8.10.0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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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약 800만t

- 83억t 중 재활용은 1억t 뿐

- 생산하는데 5초, 사용하는데 5분, 하지만 분해되는데 500년

(시사매거진246호=김민수 기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업용 고분자(플라스틱) 산업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한때 ‘기적의 소재’라고 불리던 플라스틱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하기 쉽고, 강한 내구성, 가벼운 소재, 저렴한 제작비용 등 매우 장점이 많은 소재였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15년 3억2200만 톤으로 무려 160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지금은 지구촌의 고민거리가 되었고, 전 세계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의 61%가 플라스틱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_영화 '알바트로스']

과거 ‘세상을 바꿀 기적의 신소재’로 전 세계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플라스틱은 의료기기, 생활용품 등 현재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였고, 오늘날 현대인들은 플라스틱 범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크게 범용으로 성공한 물질인 것이다. 하지만 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점점 지구 환경과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1970년대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유발 문제는 약 50년이 지나서야 그 심각성이 대두되었고, 지금 전 세계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스페인의 한 해안에서 발견된 길이 10m 가량의 향유고래 사체의 모습. (사진출처_뉴시스)

문명의 이기, 생태계 위기

지난 2월, 스페인 해변에서 길이 10m의 향유고래 시체가 발견됐다. 이후 부검을 위해 배를 가른 결과 각종 플라스틱 및 해양쓰레기 29Kg이 발견돼 큰 충격을 주었다. 사인은 쓰레기로 인한 복막염. 이보다 앞선 2010년에도 폐비닐, 테이프, 폐플라스틱 등으로 뱃속을 가득 채운 회색고래의 시체가 발견되어 플라스틱의 해양생태계 파괴 문제점이 고래의 시체와 함께 수면 위로 올랐다.

크리스 조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에서도 심각성이 드러난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아기새에게 플라스틱을 먹이는 장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수 천마리의 알바트로스가 소화를 할 수 없는 플라스틱을 몸 안에 지닌 채 비행을 하지 못해 굶어 죽어간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알바트로스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또한,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연구팀은 자국 해변에서 발견된 1천여 마리의 바다거북이 사체 중 절반이 넘는 52%의 거북이 내장에서 수백 조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조각’의 플라스틱도 거북이를 사망케 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류의 편의를 위해 태어난 플라스틱이 생태계는 물론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해양 곳곳에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뒤덮여 있으며,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5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의 논문에 따르면 육지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매년 최소 800만t에서 최대 1270만t이며, 이는 지난해 한국 어획량의 2배가 넘는 양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여성환경연대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 규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파도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서 ‘마이크로비즈’라 불리는 크기 5mm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세안제, 스크럽제, 치약 같은 생활용품에도 포함이 되는데 물에 녹거나 으깨지지 않아 인체에 그대로 흡수되거나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아 바다로 유입되기도 한다.

한 환경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태평양 일부 쓰레기 지역을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이 플랑크톤보다 약 180배 가량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그 수거된 플라스틱의 84%에 한 가지 이상의 독성물질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바다의 모든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으며, 체내 축적량 역시 바다의 먹이사슬 관계에 따라 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이 되면 중금속과 결합을 하여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해양 생물이 호르몬 이상이나 생식 질환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의 발달장애와 뇌신경질환, ADHD, 자폐,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결국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와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은 콜라보 토론회에서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쓰레기는 토양과 바다로 스며들어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미세플라스틱은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나노 크기로 분해된 것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 침투할 수 있다”며 “최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충분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시된 실천방향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또한 KBS스페셜 ‘플라스틱 지구’를 제작한 송철훈PD는 “서해안을 뒤덮는 플라스틱 대부분은 중국에서 흘러온 것이며, 하와이를 괴롭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부분은 한·중·일에서 밀려온 것”이라며 “해류에 의해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하게 부서져 결국 인류와 모든 바다 생명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미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7년 ‘찰스 무어’가 LA에서 하와이까지 요트로 횡단을 하던 중 발견한 ‘GPGP’의 모습. (사진출처_네이버 블로그)

해양생태계 오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플라스틱 아일랜드

해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 2000억 개로 추정된다. 지구 곳곳의 바다에서 어느 한 군데라도 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은 곳이 없다. 그 중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북태평양 하와이 사이에 있는 ‘플라스틱 아일랜드’라는 섬이다.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는 이 쓰레기섬은 약 155만㎢의 거대한 넓이로 한반도의 약 7배 가량 되는 면적이다. 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북미와 중남미, 아시아에서 흘러들어온 쓰레기가 쌓이고 있으며, 이 섬의 90%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다.

비영리 연구단체 ‘오션클린업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섬을 이루고 있는 폐플라스틱의 개수는 약 1조 8천억 개이고, 무게는 약 8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이나 해양 조류의 생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며,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군집 어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션 클린업 파운데이션 측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먹이사슬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면서 “전체 생태계의 영향을 가늠할 수 없지만, 해양 쓰레기는 크든 작든 매우 해로운 결과를 야기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태평양 쓰레기 섬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 상태에서 최소 30년 이상 남아있을 수 있으며, 성분에 따라 한 세기 이상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오션 클린업 파운데이션은 이 섬의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해 ‘떠다니는 장벽’을 시범적으로 출항하기로 하였다.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해류를 이용해 쓰레기가 흘러오는 길목에 긴 장벽을 놓는다는 아이디어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태평양에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 더미를 처리하는 속도가 7900배 절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약 8만년이 걸려야 처리가 가능한 쓰레기섬을 10년 이내에 절반가량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시애틀시가 미국 대도시 최초로 식당에서 플라스틱 컵과 빨대의 사용을 1일부터 전면금지했다. (사진출처_뉴시스)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

이제는 실천으로

이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이 인지되면서 세계 각국과 기업들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전 세계가 이처럼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최근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한 중국의 영향도 있다. 중국은 그간 세계 폐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을 수입해 재가공해 사용하며 세계 청소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자국의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비닐을 비롯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급격히 줄이자, 전 세계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갈 곳을 잃게 되면서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유럽연합(EU)이 면봉이나, 빨대, 커피나 물을 저을 때 사용하는 젓개(stir), 그리고 풍선 막대 등 10개 종의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 제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2030년 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2026년까지 EU평균 비닐봉투 사용량을 현재 90개에서 40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기로 했다. 또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식품접객업소 외의 장소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도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자원절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환경부가 개정한 시행령보다 한 단계 강화된 조치다.

인도 정부도 지난 6월 비닐봉지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효, 오는 2022년까지 인도 전역에서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업체인 스타벅스, 맥도날드 뿐 아니라 국내 엔제리너스커피 등도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에 가세하는 등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후세에서 빌려와 잠시 쓰고 돌려주는 것이란 말이 있다. 늦었다 생각지 말고 인간의 이기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꽃잎이 모여 꽃이 되고,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 작은 노력이 모여 변화의 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십시오.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이라면 거부하십시오. 우리가 함께 노력해서 깨끗한 녹색 지구를 위한 길을 엽시다.” - 안토니오 구테헤스 / 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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