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스모그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스모그가 시민의 평균 기대수명을 5.5년 단축시킨다’는 것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 사례의 38.8%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이에 연기나 독성 화학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폭죽이 출시되기도 했고 신에너지 자동차 등 친환경 산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난 1월15일 베이징 지역이 PM2.5(초미세먼지)농도가 500㎍/㎥을 상회하는 보기 드문 스모그에 휩싸였다. 중국 정부의 공기 질 등급 6급(엄중오염)에 해당하는 심각한 상태가 나흘간 계속됐고 19일 저녁 큰 바람이 불어오면서 사라졌다.
중국의 스모그는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발전 단계 및 경제성장 모델과 관련 있는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중국 정부가 스모그 대책의 수위를 향상하면서 스모그 발생의 원인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반면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의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심각한 스모그 발생의 원인
작년 1월에도 중국 대륙은 유례없는 스모그에 몸살을 앓았다. 2013년은 중국 전체적으로도 최악의 대기오염이 나타났던 해로 기록되었다. 베이징의 경우 한 달 동안 스모그가 없었던 날이 4~5일에 그쳤고 평균 6~7일에 한 번씩 심각한 스모그를 경험했다. 또 25개 성(省)의 100여 개 도시에서 스모그가 나타났다. 스모그 발생 일수는 전국 평균 29.9일에 달하여 예년보다 10.3일이 많았고, 지난 1962년 이래 가장 많았다. 전국적으로 8월을 제외한 11개월 내내 스모그 발생 일수가 기록 이래 가장 많았고 1월~3월, 9월~12월에 전체 스모그의 80%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9월 베이징 시 환경보호국의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 지역의 공기오염에 가장 큰 원인은 주변지역 오염물질의 유입이 전체의 24.5%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환경문제와 관련해 가장 영향력이 큰 녹색평화기구가 전국 74개 도시를 대상으로 PM2.5 농도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위에 든 도시 중 7개 도시가 베이징 주변의 허베이(河北) 성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지역 내부에서 발생되는 스모그의 원인은 자동차 배기가스(22.2%), 석탄 연료(16.7%), 산업 설비(16.3)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중국은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2,000만 대를 넘어선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가 되었지만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배기가스와 교통체증이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자동차 보유율이 높은 중국의 대도시들의 경우 아침과 저녁 러시아워 시간대의 평균시속은 30km 미만으로 평균 시속이 50~60km에 못 미쳐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나며 미국과 유럽에 비해 휘발유와 경유의 품질이 매우 낮아 차량 1대 당 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실정이다.
석탄 또한 스모그와 공기오염을 조성하는 한 가지 요인이다. 2013년 석탄 소비가 중국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7%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지만 소비 총량은 36.1억 톤으로 2012년에 비해 2.6% 증가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생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 성) 지역과 장강 삼각주, 주강 삼각주 지역의 경우 면적은 중국 전 국토의 6.3%에 불과하지만, 석탄 소비량은 전국의 40%를 차지한다.
생산요소 투입 증가에 의존하여 성장하는 조방형 경제성장 방식 역시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다.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의 11.5%에 불과한 중국은 전 세계 시멘트의 2/3을 소비하고, 전 세계 철강과 에너지 소비의 1/2과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수많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학물질이나 건축공사 현장의 분진은 중국 고속성장의 대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스모그는 주변 국가의 대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을 덮었던 스모그가 강한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 상공으로 이동하면서 2013년 초 한국에서도 네 차례에 걸쳐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이 발생해 2013년1월4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07㎍/㎥에 달했다.
중국 정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기오염 해결 대책 마련
지난해 9월10일 중국 국무원에서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기오염 해결 대책’으로 평가되는 <대기오염 방지 및 해결을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전국 PM10(미세먼지) 농도를 10%낮추고 징진지, 장강 삼각주, 주강 삼각주 세 지역은 PM2.5 농도를 각각 25%, 20%, 15%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오염물 배출 감소, 산업구조 최적화, 과학기술 혁신 능력제고, 에너지 산업 구조조정, 엄격한 에너지 절약 및 환경 보호 기준 적용 등 많은 분야를 망라한 10개 조치를 내놓았고 추진 성과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명문화했다. 매년 초 연간 평가, 2015년 중간평가, 2017년 최종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이를 지방정부 주요 간부들의 인사평가 근거자료로 삼겠다는 것이다.
같은 달 ‘발전과 개혁위원회’는 베이징, 상하이, 광둥, 장쑤 등지에 2013년 10월까지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가공유의 품질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을 요구했다. 2011년부터 노후 차량을 폐차시키기 위해 실시되었던 보조금 지원 정책을 2013년 이후에도 계속 실시키로 했다. 고오염, 고에너지 소모 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공업과 정보화부 등 여러 정부 부처는 낙후된 산업설비 도태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2013년 10월1일부터 평면TV,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대해 엄격한 에너지 이용 효율 기준을 적용했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행동계획>을 제기한 이후 각급 정부들도 앞 다퉈 <행동계획>을 내걸며 2017년까지 성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2017년까지 자동차 보유량 600만 대 이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연간 증가 한도를 종전의 24만 대에서 15만 대로 감축시켰고 작년 10월 ‘베이징 시 엄중 대기오염 응급대책’을 전면 수정해 대기오염 정도에 따라 휴교, 휴업, 생산 중단 및 차량 홀짝제 등 조치를 실시키로 했다.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중국 대기오염

대기오염 문제 해결의 대가로 고오염, 고에너지소모 투자에 제동이 걸리고 낙후설비 도태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양’을 위해 ‘질’을 희생해 왔다면, 이제 거꾸로 ‘질’을 위해 ‘양’을 희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로 허베이 성은 중앙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정책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2013년 8,000여 개 기업을 폐쇄했는데, 허베이 성 경제성장률이 1%p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산업은 더욱 그렇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 이어 스자좡과 톈진이 자동차 구매 제한을 도입했고, 선전, 청뚜, 칭다오, 다롄, 충칭, 우한, 항저우 등 다른 도시들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의 추정에 따르면, 이들 7개 도시가 자동차 구매 제한 제도를 도입할 경우 해당지역에서 25% 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중국 전국 연간 자동차 판매량의 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환경기술 기업 성장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기오염은 중국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오염은 폐암, 심혈관질환 등의 심각한 질병을 발병시키고 있다. 2012년 10월 국제 암연구소(IARC)는 “PM2.5 등 미세입자는 인체에 직접 흡수되기 때문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작년 3월 50개 국가 303개 관련기관 및 연구자들이 발표한 <2010년 전세계 질병 부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 사례의 38.8%는 중국에서 발생했는데 최근 30여 년간 중국의 폐암 사망률은 465% 증가했고 2013년 베이징 시의 폐암 발병률은 10년 전에 비해 60% 증가했다.
이러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대기오염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품과 환경기술력이 있는 기업은 성장하고 있다. 신에너지 자동차산업이 이 중 하나이다.
지난해 9월 중앙정부는 2차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 촉진 대책을 내놨다.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시범 도시를 6개에서 28개로 늘리고, 시범사업 추진 경과를 엄격히 평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2013년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37.9% 증가한 1만 7,600여 대다.
중국 정부가 2015년까지 고효율 에너지 절약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50%까지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도 대기오염 대책으로 인해 소비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효율 보일러와 모터 등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기술 장비 수요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최대의 C2C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 따르면, 작년1월4일 마스크판매량은 3만 여장에 달했고, 그 중 2/3이 베이징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 달간 거래량은 그 전달에 비해 65.4% 증가한 수준이었다. 시장 조사 기관인 중이캉(中怡康)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중국에서 판매된 공기정화기는 약 240만 대로 전년 대비 90%가 증가했고 매출액은 26억 위안, 65.4% 증가했다. 에어컨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3년 하이센스, 메이디, 하이얼 등 로컬 가전업체들은 때맞춰 미세입자를 거를 수 있도록 공기 정화기능을 강화한 에어컨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대기오염이 악화되던 2012년 말, 미국 기업에서 PM2.5 검측기기를 10억 위안치 구입하는 등 당장의 사업 기회도 출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에너지 절약 산업 육성과 환경오염의 인지는 선진적인 환경 기술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게는 좋은 사업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작년 7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광범위한 국제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의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의 발전이 촉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것은 중국 환경 문제에 기여하거나 자국 기업에 선진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윈-윈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