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내 불붙은 친이 vs 친박, ‘서울을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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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내 불붙은 친이 vs 친박, ‘서울을 사수하라’
  • 신현희 차장
  • 승인 2014.03.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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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주자 정몽준 vs 김황식, 서울시장 꿰차는 자가 진정한 승자

6.4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여야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새누리당은 필승을 위해 김황식·정몽준·이혜훈 등 거물급 3인방의 당내 경선 빅매치 카드를 꺼내들었고,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의 연대도 준비하는 모양새다. 소통령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시장의 자리는 안팎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 서울을 이끈다는 상징성과 막대한 예산(약 23조 원)의 집행,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을 뿐 아니라 차기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해 ‘소통령’의 자리라고도 불린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을 잡았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는 대통령 선거를 연상시킬 만큼 잠룡들이 뒤엉켜 벌이는, 당의 사활을 건 전쟁터임은 분명하다.

당내 경선, 계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 있어

 
이렇듯 서울시장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서울 탈환을 준비하는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에서부터 흥미진진하다. 그만큼 꼭 꿰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새누리당은 7선 거물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의원의 당내 경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기존 세력들의 계파싸움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몽준 의원은 당내 친이계 비주류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김황식 전 총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친이계로 분류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친박 중진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장 후보 선출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와 친이계가 정면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점 이 당내에서 공공연한 우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오 의원은 지난 2월7일 한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이 맞붙게 되면 친이·친박 대결구도로 몰고 가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으로 당내 계파가 거의 사라졌는데 이번 경선을 계기로 친이·친박이 부활할 수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모임인 ‘은평 포럼’에서 강연을 한 정몽준 의원을 만나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선대위원장을 맡겠다”며 “김 전 총리 정도 되는 분이 갑자기 당으로 들어와 출마한다고 하면 누가 보더라도 ‘박심(朴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무성·정몽준·남경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원희룡 전 의원 등 비박의 반란

사실 이명박 정권 말기로 접어들고 친박의 수장인 박 대통령이 대권을 거머쥐면서 새누리당 내 친이계 등 비박 진영은 지리멸렬했다. 박 대통령 당선과 이 전 대통령의 퇴임으로 계파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 진 것. 인사 파동 당시 김용태 의원 등 친이계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간헐적인 저항이 있긴 했지만 당내 주류인 친박의 목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비박 진영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은 비박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했다.
새누리당 내 친이계 한 인사는 “원래 비박의 주축이 된 친이 쪽 인사들은 모래알과 같은 존재였다. 구심점이 사라지면 모래알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제각각 흩어질 수밖에 없다.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점이 비박 진영으로서는 최대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집권 2년 차로 접어들면서 비박 진영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친박의 위세에 눌려 웅크리고 있었던 지난해와는 양상이 다르다. 당권파 등 친박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빈번히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6·4지방선거를 계기로 비박 진영은 당권을 주도하기 위해 당내 주류인 친박과의 본격적인 대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직 친박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비박의 구심점으로 들어가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김무성·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남경필 의원, 원희룡 전 의원 등 이른바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이들 가운데 김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시장(정몽준)과 경기도지사(김문수·남경필), 제주지사(원희룡) 등 지방선거 중진 차출을 강력히 요구받는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당협위원장 선출 및 조기 전대 놓고 친박, 친이 갈등
사실 여권의 친박, 친이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다. 당내 경선뿐 아니라 당협 및 지역위원장 선정 문제를 놓고 계파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으며,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놓고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박 성향으로 당협위원장 물갈이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인지, 친박이 주도해 치른 선거에서 여권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인지 등의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는 이렇다. 오는 5월15일이면 지도부 2년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에 맞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 하지만 이를 두고 친박계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치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방선거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당내 선거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홍문종 사무총장은 “6·4 지방선거 전인 5월에 전당대회를 치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지방선거와 당내 선거가 시기상 겹쳐서 당력과 국민 관심이 분산되고, 당내 선거 과정에서 언론 등을 통해 갈등 양상이 부각될 경우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7월 재보궐 선거까지 치르고 난 이후인 8월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주류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 지도부가 아닌,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새 지도부를 조기에 구성해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비주류 측은 3~4월 조기 전대를 주장하고 있다. 두 가지 의견 다 일리가 있는데, 어떤 쪽으로 기울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서울시장 후보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왼쪽부터) 박원순,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박심(朴心)과 안철수 의원 선택이 보이지 않는 변수
남은 변수는 딱 두 가지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선택. 안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느냐 여부는 박 시장의 입지와 직결된다. 마찬가지로 그 반대편인 여권에서 집권 2년 차 대통령의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여전히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모두 1차 관문인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서는 새누리당 내 친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어야 한다. 따라서 경선 과정에서 ‘박심’의 향배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박심은 김 전 총리”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여기에 정 의원은 발끈한다. 정 의원은 이미 2002년과 2012년 대선에 도전장을 냈던 거물급 의원. 그는 오는 2017년 대선에 대한 대망 또한 버리지 않았다. 최다선인 7선의 정 의원이 ‘소통령’에 도전장을 던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 의원 주변에서는 “최근 안철수 의원의 눈에 결기가 느껴진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정 의원이 최근 딱 그렇다. 뭔가 단단히 결심을 한 듯하다”고 전했다. 정 의원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오는 6월 ‘소통령’ 선거가 3년 후 있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6월4일까지 사실상 어떠한 결과도 점치기 어렵다. 새누리당 내 경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현역 프리미엄에 젊은 층의 인기를 등에 업은 ‘완판시장 박원순’의 파워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 탈환의 영광을 안을 주인공은 누가 될지, 남은 3개월 총성없는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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