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교육감 선거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보수와 진보 등 양쪽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 눈앞의 이익이나 파벌이 아닌 미래교육을 이끌 수 있는 근본적인 교육감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교육감 선거를 전국 동시 직선제로 치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 이틀 만인 지난 2월6일에 예비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이는 총 47명.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전국적으로 약 150명에 이른다.
2010년 6·2교육감 선거 때 나타난 진보 대 보수 대결 구도는 여전했다. 본격적인 민선 교육감 시대가 열린 지 4년, 하지만 아직 이 선거는 교육보다 이념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이 같은 이념 대결 구도가 나타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교육감 색깔 더 뚜렷해질 듯

서울교육감 또한 상징성이 큰 만큼 정치권의 후원을 업고 교육계 거물들이 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문용린 교육감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반(反)전교조 상징’으로 통하는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고승덕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순 서울교총 회장과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출신인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조영달 서울대 교수도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도 물망에 오르지만 본인이 고사 중이라는 후문이다. 진보 성향의 교육·사회단체들은 ‘2014 서울좋은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가칭)’를 마련하고 후보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무주공산 지역, 후보자 난립으로 지자체 선거보다 치열
현직이 3연임을 해 출마하지 못하는 충북과 대전, 비리로 현 교육감이 구속된 충남 등 충청권 3개 교육감 선거는 ‘무주공산’으로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4연임 제한’에 걸린 제주에도 도의회 교육의원인 윤두호·강경찬·이석문 씨, 양창식 전 탐라대 총장과 김익수 전 제주관광대 부총장, 고창근 전 제주교육청 교육국장 등 6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은 후보가 10명이 넘는 곳도 있다. ‘현역’이 없는 탓인지 전국 어느 곳보다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벌써부터 유언비어와 상호비방이 무성하고, 사전선거운동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누가 누구를 지지해 사퇴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특정 성향 후보들이 단일화하기로 했다는 루머도 나돈다. 상대 진영에 간자를 넣어 동향을 탐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교육감 선거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보다 훨씬 더 혼탁하고 과열됐다는 평이 나온다. 말만 교육계 선거지 지방자치 선거보다 더 지저분한 듯하다.
교육감 선거, 산적한 과제 많아
애당초 교육감 선거는 모순 덩어리였다. 권위주의 시절의 임명제가 선거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자주성이 법률로 보장돼있고 그것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가 교육감 선거이다. 그러나 그 실상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되려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고 자주성을 모독한다. 교육경력이 있는 사람이 출마하다는 것 빼고는 별로 내세울게 없다.
교육감 선거가 이렇게 된 것은 제도적인 결함 탓이 크다. 어정쩡한 선거제도가 탈법과 불법·타락을 부추기고 ‘교육’에 먹칠을 하고 있다.
우선 선거비용 문제다. 대전시교육감 후보 선거비용 제한액이 7억 1,300만 원, 충남 14억 1,700만 원, 충북도교육감이 12억 8,800만 원이다. 서울시교육감은 37억 3,300만 원, 경기도교육감은 41억 7,300만 원이나 된다. 재벌이 아닌 평범한 교육계 인사가 이 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저기서 돈을 마련해 홍보물을 찍고 선거운동원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자나 사교육업계가 끼어든다.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돈을 대줄 리 만무한 것이다.
더욱이 실제는 이 제한액보다 훨씬 더 든다. 유효득표수의 15% 이상 표를 얻으면 선거비용 전액, 10% 이상 득표하면 50%를 보전해주지만 대개는 엄청난 '적자'를 떠안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선거가 끝나면 낙선 후보가 잠적했다거나 연락이 두절됐다는 얘기가 들릴 것이다. 태생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거나 패가망신하게 만드는 제도인 것이다.
기호 추첨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2010년 선거 때 부산의 모 후보는 기호 한번 잘 뽑은 덕분에 20% 득표로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교육감 선거가 정당과 무관한데도 보수성이 강한 부산 유권자들이 시장도 1번, 교육감도 1번에 기표한 것이다. 국회가 정치개혁특위가 최근 ‘로또 교육감’을 막기 위해 교호(交互)순번제를 내놓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유권자들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교육감 선거를 해야 한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니 우리나라 교육계가 이렇게 답보상태일 수밖에 없다. 교육이 정말 백년지대계라면 교육감 선거에 대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