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단일화 없으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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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단일화 없으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4.02.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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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야권에 필요한 건 혁신, 독자노선 걷겠다”

정치권이 오는 6월4일에 있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네거티브 전략과 야권 연대, 후보군의 입·탈당 등이 난무하는 것으로 보아 선거철이 왔음을 가늠하게 했고, 특히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제1야당의 자리싸움, 다음 총선에 이르기까지 각 정당 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시나리오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야권연대에 대한 기싸움이다.

민주당, 이번 지방선거가 마지노선
때 아닌 ‘양보 요구론’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안철수 의원이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 관련, “이번은 양보 받을 차례”라고 했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기자가 “대선 후보를 양보했고 서울시장 후보도 양보했는데, 이번에는 새정추가 후보를 낸다는 얘긴가?”라고 물었고, 이에 안 의원은 웃으며 “양보 받을 차례인가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정치 도의적으로”라고 대답했다.
안 의원의 ‘양보 요구론’이 기사화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 안철수 캠프에서 일했던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SNS를 통해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안철수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다.
이렇듯 존재감을 드러낸 안철수 신당이 선거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자 야권의 주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당초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민주당과 신당, 정의당이 결국 신야권연대를 이뤄 지방선거를 싹쓸이 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신당에게 밀릴 경우 당내 인사들이 대거 신당으로 옮겨가 당장 제1야당의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총선과 대선에 패했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가 물러설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광주·전남북에서 광역단체장 1~2개를 안철수 쪽에 내준다면 민주당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野, 새누리당 어부지리 절대 허용해서는 안돼
민주당은 당직 개편을 통해 김한길 2기 체제를 구축한 뒤 ‘야권분열시 새누리당 어부지리론’을 내세우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2·3등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 양쪽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우리 전체 사회에 새로운 정치 혁신을 바라는 국민 입장에서 볼 때 2·3등 싸움을 하다 1등 자리를 엉뚱한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연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노웅래 사무총장도 라디오방송에 나와 “만약 정부여당에 유리하고 어부지리를 주는 구도가 되고, 민심이 그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한다면 민주당 중심의 야권재편, 야권연대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개인성명을 내고 안 의원 측을 향해 “새 정치도 좋지만 모든 과거를 구태로 모는 행태야말로 구태”라며 “(1997년, 2002년 대선 승리는) 연합정치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거연합은 구태나 구정치가 전혀 아니고 가장 선진적 정치과정”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각각 “경쟁이 아닌 다른 큰 상생의 결정이 있을 수 있다”, “생각과 소신이 같다면 힘을 합치는 게 국민의 뜻”이라며 야권연대에 힘을 보탰다.

안철수 신당, 서울시장 후보 낼 것
하지만 안철수 신당은 야권연대 관련, 명확한 선 긋기에 나섰다. 신야권연대로 발전하기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너무 달랐다.
안철수 신당이 서울 등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밝힘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민주당·안철수 신당 간의 3파전이, ‘안풍(安風)’이 거센 전북 등에서는 민주당과의 양자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안 의원 측에서 양보론 등이 불거졌던 서울에 시장후보를 낸다는 것은 결국 ‘야권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당의 윤여준 의장은 또한 “원칙적으로 야권연대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 이유로 “국민들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야권연대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선거 승리만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낡은 정치의 형태로 평가하기 때문에 새 정치에는 맞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수도권 성적이 굉장히 중요하다. 수도권 승리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울 것임을 밝혔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당 금태섭 대변인도 “야권에 필요한 건 혁신이지 단순히 지금 모습 그대로 뭉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며 ‘단일화 회의론’을 폈다.
한편 최근 이석기 사태로 정당해산심판청구 중에 있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적으로 800여 명의 후보가 출마,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더 많은 수의 후보가 전국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세력과 구조를 바꾸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대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 원칙”이라며 야권연대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각자 도생 주장하는 野, 막판 가봐야 구도 잡힐 듯
이러한 상황에서는 안철수 신당뿐 아니라 다른 소수정당과도 단일화가 어렵다. 다만 제한적인 야권연대 또는 상황에 따른 단일화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 막판에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탄력을 받거나 새누리당으로 판세가 기운다면 말이다.
전례로 봤을 때, 하룻밤 새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이 선거판이다. 특히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은 ‘새누리당’이라는 공공의 적을 가진 최대의 동맹인 동시에 서로를 존립을 위협하는 최대의 라이벌이다. 야권연대가 없다면 사실상 새누리당에 필패(必敗)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정면승부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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