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되어 왔으며, 어느 민족이든 기후와 풍토에 맞는 독특한 양조 방법에 의한 전통주가 있다. 한민족은 술 빚기에 온갖 정성을 들여 많은 명주를 빚어왔으나 일본의 식민정책과 현재 주세법에 밀려 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500년이란 세월을 이어오고 있는 장수황씨(長水黃氏) 집안의 가양주인 호산춘(湖山春)은 한국 3대 명주로 불리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장수황씨 사정공파 22대 종손이며 호산춘 대표인 심경 황규욱.
신선이 탐할 만큼 맛과 향이 뛰어난 술이라 하여 ‘호선주(好仙酒)’라고 불리기도 하는 문경 호산춘은 국내 전승 중인 우리 전통주 가운데 술 주(酒)자 대신 봄 춘(春)자를 쓰는 술로서는 유일하다. 술의 이름에 ‘춘’자가 붙는 것은 주도가 높고 맛이 담백한 최고급 술을 의미하며 500년을 이어온 종가집 가양주인 호산춘은 서천 한산의 소곡주, 경주 교동의 법주와 더불어 한국 3대 명주로 불린다. 기가 막힌 술맛에 문경은 물론이고 이웃한 상주나 예천 고을 수령들까지 숱한 날을 늘 취하게 해 곧잘 암행어사의 표적이 됐다는 문경발 ‘변사또’ 이야기와 밀주 단속 나온 일본 순사까지 술맛에 반해 자신의 임무조차 잊고 돌아가게 했다는 호산춘의 재미있는 일화는 지금도 명주로서의 유명세와 함께 애주가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春酒 湖山春
▲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 18호 호산춘 22대 기능보유자 송일지 여사.
문경 호산춘은 문경지방에 세거하는 장수황씨 종가를 중심으로 전승되어온 전통 가양주로 1990년 6월12일 민속주로 면허를 취득하였으며 경상북도로부터 무형문화재 제 18호로 지정을 받았다. 현재는 22대 기능보유자인 송일지와 장수황씨 사정공파 22대 종손 황규욱(전수조교) 손자 황수상(전수생)으로 이루어진 가족경영 체계로 소량생산을 하며 민속주로서의 위상을 지켜가려 노력하고 있다. 순곡발효주인 호산춘의 알콜도수는 18도인데 이는 일반 약주가 15~16도인 점을 감안하면 발효주 치고는 꽤 높은 도수다. 또한 순수 국내산 멥쌀, 찹쌀, 다량의 솔잎, 생약재, 곡자로 저온에서 장기 발효시켜 만들어진 술로 시원한 곳에서 냉장보관하면 6개월 정도 보관가능하다.
▲ 장수황씨 23대 황수상씨는 가업을 이어 가주를 지켜나갈 계획이다.
구전에 의하면 호산춘을 빚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0년 이상은 된다고 한다. 지금도 방촌 황희 정승의 영정과 사당을 모시고 매년 음력 2월10일에 선조의 생신 다례행사를 올리고 있으며 제주로 호산춘을 쓰고 있다. 대대로 인재가 많이 배출되고 가세가 넉넉하여 제주용으로 상주, 문경, 예천지방의 목민관들은 물론이고 출입하는 웬만한 사람들은 호산춘을 즐기고 취해보지 않은 이가 없다고 하며 지금도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은 호산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향수에 젖어 있다. 옛날 밀주 단속반 까지도 호산춘 맛에 취해 임무도 잊고 돌아갔다하여 망주(忘酒)라는 누명까지 쓴 술이며 신선이 즐겨하는 술이라 하여 호선주(好仙酒)라는 별칭이 있는가 하면 술빚기가 어려운 여름철에는 소주를 내려서 기호에 따라 온갖 꽃이나 약재를 넣어 우려서 즐기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를 민속학자인 안동대학교의 성병희 박사에 의해 발굴 조사되었고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학과장이며 이학박사인 윤숙경 교수에 의해 “호산춘 주류의 효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결과를 추천받기도 하였다.
종가의 가주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터
▲ 우리나라 유일의 春酒 湖山春.
호산춘이 전승되어온 종가의 종택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 236호 종택 정원의 수령 400년이 넘는 탱자나무는 경상북도 보호수 제 135호 종가에서 유일하게 보존하고 있는 황방촌 유물은 유형문화제 제 123호 사당이 있던 자리의 반송은 천연기념물 제 426호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유서 깊은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문경지방에 세거하는 장수황씨들은 조선 초기 명재상이신 방촌 황희(黃喜1363-1452)정승의 증손되는 황정(黃珽)이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상·하리(일명 한두리)를 중심으로 500년 이상 집성촌을 이루어 살아오면서 종가문화의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오고 있다. 현재 호산춘의 황규욱 대표는 가문의 명예를 잇는다는 마음으로 술을 빚는다. “장사를 하고자 술을 만드는 것이 아닌 만큼 맛이 나오지 않는 술은 다 버리고 다시 만든다”라며 장인정신으로 소량 생산되는 호산춘에 대한 자부심을 비췄다. 얼마 전엔 경주에서 열린 ‘술과 떡잔치’에 초청돼 호산춘을 선보였는데 전국 최고의 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하며 예전 레이건 전 미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에서 만찬주로 쓸 일 만큼 호산춘에 대한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소량생산 되고 있다 보니 전국적인 유통망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 2014년 시설생산을 늘려 호산춘의 명성을 전국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통해 전통방식으로 빚어내는 술이 중국, 일본 등 유명 술에 뒤지지 않는 맛으로 세계시장에 선을 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순수 국내산 멥쌀, 찹쌀, 다량의 솔잎과 생약재를 저온에서 장기 발효시켜 호산주를 만든다.
최근엔 문화재로도 지정된 명주를 전승하기 위해 황 대표의 아들인 황수상씨가 주류제조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배상면주류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이론과 실기를 몸소 체험하고 온갖 주류의 제조, 관리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해 호산춘의 원형보존과 자존심을 지켜가는 일에 힘쓰고 있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오는 술이고 문화재로도 지정된 명주인 만큼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을 지키며 혼신의 힘을 다해 가업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또한 가족생산체재로 생산되고 있는 호산춘은 현재 경상북도와 문경시의 지원을 받아 지속적인 보존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최신 제조 시스템을 갖춘 생산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장수황씨 종택 인근 부지에 건립중인 공장은 철저한 위생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판로 개척을 준비 중이다. 문경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특성화할 계획 중인 호산춘은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1만 리터 이상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 소비둔화 현상 또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분들이 호산춘을 찾지만 생산량이 적은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공장 증축으로 생산량이 조금 늘어나면 문경을 대표하는 호산춘을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전통을 고수하며 최고의 맛과 조상님들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할 것이다”라며 황수상씨는 앞으로 500년 전통 종가의 명주를 이어나가 전통 술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한류 열풍에 힘입어 주류열풍으로 세계시장에 우뚝 서고 싶다고 하며 긍지와 자부심으로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