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회를 놓친 여성들에게 참교육 실시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조금 특별하다. 이름만 들어서는 교복 입은 풋풋한 여학생들이 환한 웃음꽃을 피우는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는 여학교가 연상되지만 이곳은 조금 특별한 이들을 위한 학교다. 마음만은 여전히 10대 여학생 같은 늦깎이 주부들이 향학열을 불태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간절해서 더욱 아름다운, 뜨거운 교육의 현장 속으로 들어 가보자.

오늘날 여성들은 평생학습으로 지식정보화 사회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가난한 살림 때문에, 혹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움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이처럼 배움의 시기를 놓친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이하 일성여중고)다. 일성여중고는 성인 주부학생에게 적합한 생활중심 실용교육, 고령사회에 대비할 준비 교육을 통해 주부들이 지식기반사회에 적응하고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옛 성현들은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에 우리 일성여중고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밝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학교를 소개한 이선재 교장은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가슴 속 깊은 답답함과 서러움을 우리 학교에서 훌훌 털어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문해자 퇴치에 앞장, 졸업생 5만여 명 배출

일성여중고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는 이 교장의 혁혁한 공로가 있었다. 이 교장은 배움을 갖지 못한 아픔, 배움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주고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일성여중고 뿐만 아니라 양원주부학교, 양원초등학교도 설립한 장본인이다.

한편 이 교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법무장관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검찰총장상 등을 수상했고, 최근에는 제1회 대한민국 평화대상, 대한민국 인물대상, 문화경영대상, 국제로터리클럽 총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교장은 언제부터 비문해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까. 이에 이 교장은 “1960년대에 근로재건대 강의를 하면서부터”라고 말했다. “마포경찰서 보안과에서 사회적으로 안정이 안 된 사람들을 관리하던 ‘근로재건대’라는 게 있었다. 그곳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해 2년 동안 강의하면서 배우지 못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야학을 시작했고, 그것이 일성고등공민학교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 닫아도 좋다” 정부의 비문해자교육 투자 필요

일성여중고 학생들은 ‘수업이 일찍 끝나서 걱정’이라고 할 정도로 향학열이 뜨겁다. 이러한 열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일성여중고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팝송경연대회, 영어말하기대회, 시낭송대회, 백일장, 국악, 마라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일성여중고 제일의 교육법은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 교장은 이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고 상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주는 방법이라는 게 이 교장의 말이다.
이밖에도 일성여중고는 한문으로 자기 이름 쓰기, 가족이름·주소·조상이름 쓰기 등을 통해 자기증명법을 알게 하는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고 보람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교장은 이것이 바로 다른 공부의 이해까지 높이는 단계별, 능력별 지도라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교수법과 뜨거운 학구열의 만남은 놀라운 결과로 나타났다. 8년 연속 고등학교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합격한 것. 이 교장의 바람대로 설렌 마음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 합격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졸업을 한 것이다.
일성여중고는 야학을 시작으로 고등공민학교, 일요학교, 양원주부학교 등을 거쳐 어느 덧 5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교장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교육사업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갈등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다. 그것이 지금 일성여중고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제는 국가가 비문해자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이다.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학력을 속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95%에 이른다. 정부에서 발표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정부는 비문해자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비문해자를 가르치기 위해 ‘문해교육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일정기간 동안만이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국민이 배움의 기회를 갖게 돼 앞으로는 우리 학교에 올 대상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학교가 문을 닫게 돼도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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