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밀당’ 여야, 2014년 예산안 극적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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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밀당’ 여야, 2014년 예산안 극적 처리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4.01.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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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안·외촉법 논란에 해 넘겨 통과

   
▲ 1일 오전 제321회 국회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의결 중 쪽지예산 발견으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피곤한 듯 책상과 의자에 기댄채 대기하고 있다.

여야가 1일 새벽 3시50분 본회의를 열고 2014년 예산안을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30일 오전만 해도 사상 초유의 ‘준예산’ 우려가 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었지만 여야의 숨가쁜 48시간의 밀고 당기기 끝에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실타래처럼 얽힌 여야 관계를 푼 계기가 된 것은 ‘철도노조 사태’였다. 철도파업을 방치하면 예산안 처리가 어렵다는 공감대를 가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지난 30일 새벽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을 찾아가 파업철회 합의문을 이끌어 낸 것이다.

두 의원은 이후 당일 오전 9시 야당 회의에서 각각 추인을 받았고 철도파업 철회 선언을 계기로 정치권에도 화해무드가 조성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 역시 여야 간 협상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쉽게 처리될 예산이 아니었다. 95% 합의를 이뤄내며 타결 직전까지 갔던 ‘국정원 개혁안’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급격하게 분위기가 얼어 붙었다.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상시 출입 금지 법제화와 사이버 심리전단 활동 처벌 규정 명문화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한 것이었다.

이 문제를 놓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저녁 10~11시 사이 수차례 협의를 반복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는 이날 밤을 새우더라도 반드시 예산안과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로, 당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 채 협의를 계속해 나갔다.

밤새 협의를 계속한 국정원 특위 여야 간사는 지난 31일 오전 8시께 사실상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국정원 개혁 특위는 이날 오전 11시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 개혁안 관련 법안을 처리하면서 예산 처리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새누리당이 사활을 걸었던 외촉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재벌 특혜법'이라고 규정한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로 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간가량 마라톤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예산안 처리 역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4시간여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전병헌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추가 협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연내에 예산안만 처리하고 국정원 개혁법안과 외촉법 처리를 오는 2월로 미루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결국 당내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나서 "나에게 맡겨 달라"고 의원들을 설득했고, 박수로 추인을 받으며 외촉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외촉법 처리를 받아들이는 대신 국정원 개혁관련 법안을 먼저 처리하도록 하는 안을 새누리당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저녁 11시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열어 외촉법을 통과시켰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큰 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예결위를 열고 자정 직전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외촉법이 또다시 문제였다. 결국 새누리당은 외촉법을 처리하는 대신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의 도입을 담은 검찰 개혁법을 2월 내에 합의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출구를 찾았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1일 새벽 3시50분 본회의를 개의했고, 오전 5시15분께 예산안이 처리됐다. 우려했던 준예산 사태는 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이자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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