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이민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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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이민 붐
  • 글/ 이종철 기자
  • 승인 2006.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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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보다 짜릿한 인생, 동남아 황혼 이민 인기
생활비 저렴하고 생활환경 좋아…사전조사, 정서 고려해야
자녀교육과 복지 혜택을 위해 한국보다 생활수준이 높고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 향하는 ‘상향 이민’이 예전 추세였던 데 비해 적은 돈으로도 풍요로운 노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남아 등지로 떠나는 ‘황혼 이민’이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낯선 이국땅이지만 날씨가 좋은 데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편의시설이 잘 돼 있어 살기에 전혀 불편한 점은 없어요” 김한주 씨(67·가명)와 이은숙 씨(64·가명) 부부는 요즘 필리핀에서 ‘제2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2남1녀인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부부는 2년 전부터 노후를 필리핀 천혜의 휴양지인 바기오에서 보내며 즐거운 만년생활에 푹 빠져 있다. 이들은 겨울 등 혹한기를 피해 7개월가량을 이곳에서 생활하며 1년에 한두 차례 한국에 다녀온다. 자녀와 친지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 동안 해온 무역업을 접은 김씨는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겪는 온갖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리핀에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곳은 기후가 따뜻하고 생활비도 싼 점이 매력”이라며 “한 달에 260만원 정도면 가사도우미를 두고 골프 등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기오에 있는 콘도 한 달 임대수익 110만원과 한국에서 송금되는 개인연금 150만원 등 월평균 260만원으로 쾌적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에는 바기오에 있는 존헤이골프장 회원권을 700만원 정도에 저렴하게 구입해 마음껏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와 중국 일부 지역이 최근 한국과 일본 퇴직자들에게 ‘은퇴 명승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필리핀 바기오와 세부ㆍ앙헬레스, 태국 치앙마이와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페낭ㆍ코타키나발루, 네팔 카트만두와 포카라, 중국 칭다오 등. 이들 지역은 따뜻한 기후와 저렴한 생활비, 쾌적한 자연환경 등이 특징이다. 한 달 생활비는 지역이나 개인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부 기준으로 평균 200만원 정도 든다. 고령화 추세로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 데다 명예퇴직 등 은퇴 시기는 앞당겨지고 있으며 핵가족화 확산으로 더 이상 자식에게 부양을 기대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넉넉지 못한 노후자금으로 국내에서 빠듯하게 생활하느니 차라리 외국에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노년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은퇴자 외국 장기체류를 알선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 달 생활비는 칭다오와 네팔이 150만원대로 가장 싸고 필리핀이 200만원, 태국이 200만~220만원, 말레이시아는 220만~250만원대”라며 “여기에는 가정부와 골프 등 여가생활비도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칭다오한국인회 관계자는 “중국 칭다오에선 한 달에 150만원으로 전망 좋은 집에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두고 귀족처럼 살 수 있는데 굳이 한국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살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여행업계와 이민 관련 현지 전문가들이 전하는 은퇴자 외국생활 유지 비용(부부 기준) 마지노선은 150만원대. 최소한 150만원 정도는 돼야 △전문경비 인력이 지키는 고급 아파트에서 주거 △시설 좋은 골프장에서 월 5회 골프 라운딩 △생활비와 식비 △입주 혹은 출퇴근 가사도우미 고용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특정 국가라도 지역에 따라 생활비용 차이가 만만치 않다.
태국에서도 수도인 방콕과 후아힌 치앙마이 같은 지방 관광도시 사이에 분명 차이가 있다.
방콕은 이들 지방도시보다 최고 30%가량 비싼 220만원 정도가 매달 들어간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현지 부동산 가격이 한국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는 점도 은퇴 후 외국 생활자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골프장 시설 등 수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1억원이면 골프장 내에 있는 주택을 살 수 있다”며 “저렴한 물건을 찾는다면 7,000만~8,000만원 짜리도 있다”고 밝혔다.
남미이주공사 상담관계자는 “최근 한국 내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점도 은퇴 후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지내려는 중년층과 노년층 관심을 자극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아울러 “원화값이 달러당 930원대로 진입하며 강세를 보인 점도 노후 생활에 대비한 외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값이 강세인 만큼 쓸 수 있는 자금이 불어나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고자 하는 은퇴자들에겐 호시절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퇴이민’ 화려함에 가려진 그림자도 봐야
‘은퇴이민’, ‘실버이민’, ‘황혼이민’. 언제부터인가 낯선 용어들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미주지역이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동남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1~2억원만 있으면 황제처럼 살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누구든지 무작정 떠나기만 하면 ‘화려한 노후’가 보장되는 것처럼. 그러나 최근 위기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기대에 부풀어 떠났지만 사정이 달라 고생하는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은퇴이민을 떠났다가 예정보다 일찍 되돌아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린다. ‘역이민’이다. 더군다나 이민을 알선해주는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자칫 사기피해를 당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은퇴이민’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그림자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형 이민 포화상태
재작년 캐나다 교민사회에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한인 교회의 저명한 목사가 전립선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어이없게도 세균감염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또 다른 교민은 맹장염이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8시간 동안 방치된 채 순서만 기다리다가 복막염으로 악화된 경우까지 생겼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가정의제도를 두고 있는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예약하고 진료 받는 기간이 너무 길어 미국으로 가서 치료받는 경우까지 왕왕 있다. 미국에 갈 형편이 안 되는 경우엔 다시 치료나 진료차 국내로 왔다가 되돌아가기도 한다. 이민가기를 가장 희망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국가에서 발생한 일 치고는 어이가 없다. 좋은 자연환경과 노후에 대한 다양한 보장시스템 등 장점만 부각되면서 실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단점들이 다 가려져왔던 탓이다.
캐나다 토론토 무역관 관계자는 “이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단순히 파라다이스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충고했다. 또한 “이민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포화상태기 때문에 현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결정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잡화점, 청과물 가게, 세탁소, 식당 등 거의 비슷한 업종에만 교민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수치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캐나다의 경우 90년대 후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0년에는 1년 동안 9,295명이 이주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는 IMF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명예퇴직자들을 비롯한 은퇴자들이 대거 몰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후 매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2799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90년대 후반까지 붐을 이루다가 최근에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없다
교육과 자연환경 등 흔히 말하는 선진형 이민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최근 각광 받는 곳이 바로 동남아다. ‘은퇴이민’이라는 신조어도 동남아 이민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정보보다 소문이 소문을 낳는 형식이다. ‘물가가 워낙 저렴해서 가정부와 운전사를 두고 거의 매일 골프를 즐기며 황혼을 즐기는 데도 돈은 얼마 들지 않는다’는 식의 내용들로만 가득한 정보다. 일부 언론의 장점위주 보도와 여행사들의 상업성이 가미되면서 동남아 은퇴프로그램은 유행병처럼 급속히 번지고 있다. 더구나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해당 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은퇴이민 유치를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이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무조건 가고 보자’는 풍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노인복지학회장인 임춘식 교수(한남대)는 “은퇴이민은 부정과 긍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는데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봐도 젊은 사람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나이든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적응하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은퇴이민을 갔다가 가정이 파단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나이든 단지 노후에 외국에 살기 위해 가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시각교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은퇴자협회 황정애 이사는 “광고효과만 보고 가기엔 너무 위험이 크다”면서 “인건비가 싸면 공산품이 비싼 것처럼 장단점이 있으므로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필리핀 은퇴청에서도 우려를 나타낼 정도다. 필리핀 은퇴청 한국사무소 홍정열 차장은 “최근 들어 동남아 이민이 붐업이 됐지만 자칫 상업적으로 이민이 이용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 정도”라면서 “여행사끼리 경쟁적으로 투어를 조직하면서 편향된 정보를 통해 이민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몇몇 언론 보도가 있은 뒤 문의가 부쩍 늘었지만 실제 이민까지 이어진 경우는 아직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 차장은 “그동안 너무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됐다”면서 “200만원 정도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나 어디서나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민자 개개인에게 맞는 지역을 선택해야 하고, 생활환경이나 의료시설 등을 두루 살펴보고 난 뒤 결정해야 한다는 충고다. 특히 언어와 외로움 등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은퇴자협회 황정애 이사는 “나무를 옮겨 심어도 고생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반생을 보낸 곳을 떠나는 데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충분히 따져보고 난 뒤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민준비는 철저히 해야
최근 동남아 은퇴이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편협한 정보로 잘못된 환상만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때문에 정확한 정보와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은퇴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주요국들의 자료를 정리해봤다.
필리핀은 아예 정부 조직 내에 은퇴청을 둘 정도로 가장 열성적이다. 국내에 한국사무소(www.prvisa.co.kr)가 있다. 이곳에서는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4박5일 은퇴생활사전답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은 외국은퇴자프로그램으로 각종 혜택이 포함돼 있는 특별영주 은퇴비자(SRRV)를 내세워 은퇴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격조건은 외국인과 필리핀 시민권자이며, 35세 이상이어야 한다. 보증금을 은퇴청이 지정하는 은행에 6개월 이상 예치해야하고, 2년 이내에 10만 달러 상당의 거주용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보증금은 50세 이상은 US달러로 5만 달러, 35세~50세는 7만5,000달러 수준이다.
말레이시아는 2003년 말부터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주요 타깃으로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이라는 이민유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50세 이상일 경우 15만 링깃(한화 약 4500만원)을 말레이시아 은행에 예치하거나 월 1만 링깃(300만원) 이상 고정예금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50세 미만은 두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태국은 일 년에 한 달에서 여섯 달까지 여가를 보내기 위해 오는 롱 스테이(장기체류)와 이민유치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50세 이상인 외국인이 80만바트(한화 약 2,000만원)를 태국 은행에 예치하거나 월 미화 1,600달러 이상의 고정수입을 입증하면 1년 체류비자를 준다.
타일랜드 엘리트 카드가 진행중인 외국은퇴자유치프로그램도 있다. 일종의 회원권 형태로 가입비가 2만 5,000달러, 연회비 4만 바트(약 120만원) 정도며, 양도와 환불이 가능하다. 각종 혜택과 연장가능한 5년 기한 복수 비자가 제공된다.
피지 파나마 등이 최근에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지는 만 45세 이상 외국인이 취업이 아니라 거주를 목적으로 10만 피지달러(약 7,000만원)를 예치하면 거주비자를 준다. 비자 소지자는 부부를 기준으로 매년 은행잔고가 3만 달러(5인 가족은 4만 달러)이상 된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파나마는 은퇴비자로 영주권자가 되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매월 500달러(부부는 600달러) 이상 연금이 나온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아이 있는 집 매달 아동수당 지원받아

앞으로 자녀를 가진 가정은 매달 양육비를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작업시간이 줄거나 단순 작업으로 맡은 일이 바뀐 고령노동자는 줄어든 임금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확정안’과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각각 공개했다.
복지부는 시안 발표 때 없던 아동수당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을 확정안에 추가했다. 아동수당제는 매달 아동에게 일정금액의 수당을 정부가 직접 지급해주는 제도로, 양육부담을 줄이는 큰 효과가 있지만 막대한 재원소요 등의 이유로 그간 미뤄져왔다. 구체적인 도입시기와 수혜대상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둘째 아이부터 1명당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또 전체 보육시설 이용 아동 가운데 국공립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이 11.3%에 불과한 점을 개선해 이를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저소득층 밀집지역과 국민임대주택단지 등에 국공립보육시설을 집중 설치할 예정이다.
고령사회를 대비한 여러 직업 안정책도 마련됐다. 노동부는 2009년부터 탄력적인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거나 ▲작업시간 단축 ▲중노동에서 경작업으로 직무순환 ▲파트타임제 전환 등 고령자에 적합한 고용 및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기업의 근로자에 대해 임금 감액분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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