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와의 전면전
상태바
불법복제와의 전면전
  • 글/ 이선영 기자
  • 승인 2006.08.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잡을 테면 잡아봐! 다운족의 불법 다운로드 실태
불법복제로 인한 DVD·비디오 시장 침체, 할리우드 직배 DVD 업체 한국 땅 떠나…
창작물의 불법 복제 및 유통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어제도 중요했고 오늘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내일 더욱 중요해질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아직 주위에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온라인 영화나 음반 불법 다운로드 사례는 거의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폭주 상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이루어낸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 시장의 무서운 활황, 정녕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오명이 바로 불법복제다. 인터넷을 잘하는 10∼20대의 경우 개봉도 안한 영화를 인터넷으로 보았다고 하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게시판에 올린다. 이로 인해 인터넷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인 현상이라 할 수 있는, 각종 P2P 서비스나 회원제 사이트에서 자료 업로드나 회원활동은 없이 오직 다운로드만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인 다운로드족이 탄생한 것이다.
이같은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려 저작권자들은 연간 영상물 2,000여억 원, 음반 6,000여억 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한다. 해마다 불법복제를 눈뜨고 구경만 한다면 우리의 문화산업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 것이다.
최근 헐리우드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불법 복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영상협회와 저작권자들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법 다운로드족들의 거칠 것 없는 취미 생활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오류는 분명하나 해답을 찾기엔 요원한 회색 지대, 그것이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둘러싼 지금의 풍경이다.

죄책감 없는 첨단 유행족 ‘다운족’
신혼 생활 8개월째인 문모 씨(28), 노모 씨(30) 부부는 극장에 안 간다. 1천만 명이 보는 영화가 나온 시대에, 주 5일 근무에 월차까지 꼭꼭 챙기는 게 요즘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라면, 시간 남는 주말에 영화 안 보고 뭐하고 놀까? 영화 안 보지 않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두 사람은 찰싹 달라붙어 영화를 본다. 그것도 지금 극장에 걸려 있는 최신 개봉작과 미개봉작만 골라서 인터넷 웹 폴더나 P2P 사이트들에서 수없이 돌고 있는 불법 영상 파일들을 PC에 다운로드받아 보는 것이다. 노모 씨는 “편안히 집에 앉아 한잔 하며 볼 수 있으니 재미가 좋다”고 말한다. 가끔 극장에 갈 때가 있기는 하다. 대형 화면으로 즐겨야 맛이 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불법 동영상이 잘 나돌지 않는 한국영화를 골라 극장에서 본다.
최근 참여한 영화가 촬영을 마치고 다음 작품에 들어갈 때까지 몇 달 쉬게 된 영화 연출부 김모 씨(32)는 매일 저녁 포털 사이트 카페에서 영화 파일을 무료로 다운받는 게 일이다. 500원에서 1,000원 사이의 수수료를 내면 15분 만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지만 백수 신세나 다름없는 그는 시간이 많이 걸려도 무조건 무료로 영화를 다운받는다. 김모 씨는 “영화 제작 당시 현장에 있을 때 놓쳤던 수많은 개봉 영화와 미개봉 영화들을 골라볼 수 있고, 심지어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서나 만나볼 법한 클래식 고전들도 고화질로 숱하게 접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하다”는 것이다. 저작권 인식이 있는 영화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일반 관객이야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불법(?)을 저지른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땅에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면 ‘누구나’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는 사회적 현실 때문일 것이다. 방대한 인터넷상에 퍼져 있는 다양한 유형의 영화 불법 다운로드족은 사실상 디지털 시대의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넘치는 첨단 유행족이다. 이들에겐 “극장에 왜 가니?”라는 말이 너무 당연히 돼버린 것이 사실이다.


DVD·비디오 시장은 붕괴되나
불법복제 사태의 심각성은 영화 관람객수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영상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불법 동영상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관람한 네티즌은 4백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알고 보면 약 1천2백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된 이 영화의 관객 동원수는 더 된다는 것이다. 불법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웹 폴더나 P2P 사이트에는 ‘이달의 저작권 보호 요청 영화 리스트. 회원들의 삭제를 요청합니다’ 등의 팝업 창만 달랑 떠 있을 뿐이다. 서비스 업체 홈페이지 안의 개인 서버로 들어가면 저작권 요청 리스트를 비웃기라도 하듯 ‘몇 월 며칠 개봉 예정작’이라고 명시해 놓고 ‘강추’까지 붙여 놓은 현재 극장 개봉작들의 불법 동영상들이 버젓이 살아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영화 관련 불법 영상물은 범람을 넘어 포화 상태고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폐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와 정부, 저작권자들은 불법 다운로드와 관련한 문제를 네티즌의 양심에만 맡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불법 다운로드족들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보는 장본인들은 한국영화의 2차 판권 시장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DVD와 비디오 시장의 타격은 상상 이상이다. 시네마서비스의 판권 업무를 담당하는 이원우 차장은 “DVD 시장은 셀스루 시장과 렌탈 시장으로 양분되는데, 셀스루 시장이야 늘 사는 마니아들 위주로 돌아가니 큰 영향은 없다. 하지만 렌탈 시장은 거의 붕괴 직전이다”고 말했다. 비디오숍에 가면 20대 후반~30대 초반 관객이 거의 없다. 인터넷에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번 보고 말 정도의 영화는 집에서 다 다운로드받아 보기 때문이다
외화 DVD 시장의 타격은 정말 크다. ‘슈렉 2’는 DVD급 화질의 불법 동영상이 너무 많이 돌아서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슈렉 2’의 관계자는 DVD출시 당시 “DVD가 며칠 내로 출시될 텐데, 솔직히 판매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화계 내부의 적을 의심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평론가나 모니터 요원들에게 리뷰용으로 돌리는 샘플 디스크에서 데이터가 추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타이틀 제작사들은 홍보를 안 할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샘플 디스크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소장용으로 공유되고 있는 디빅스 파일의 수도 셀 수 없다. 소장용 디빅스 파일을 다운받아 개인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도 있으니 마니아가 아니라면 굳이 DVD 타이틀을 살 이유도 없다.

한국 떠나는 헐리우드 DVD시장
국내 DVD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헐리우드 직배 DVD 업체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에 따라 DVD 출시편수가 줄어드는 등 영화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18일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패러마운트사는 DVD 부문의 한국시장 철수를 사실상 결정했다. 패러마운트사는 이달 말까지 철수작업을 진행하며, 향후 DVD 발매는 CJ엔터테인먼트에 대행시키기로 했다. 이에 앞서 유니버설스튜디오는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대행권을 소니픽쳐스에 넘기고 지난 4월 철수했다. 이에 따라 국내 DVD 시장엔 워너, 소니, 브에나비스타, 폭스 등의 직배사만이 남게 됐다. 한국 시장에 남은 직배사들도 대폭 구조조정을 하는 등 DVD 사업 부문의 축소를 단행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해 낸 영화연감에 따르면 비디오와 DVD를 포함한 한국의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영진위가 조사한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10개국 중 유일하다.
이런 DVD 시장의 성장 둔화는 극장 중심의 영화 관람 문화와 불법 다운로드 등에 기인한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망이 발달한 한국에선 개봉조차 되지 않은 외화를 P2P 사이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영화정보회사 시네티즌은 최근 영화사와 DVD 제작사의 위임을 받아 불법 영화파일을 주고받는 파일공유 업체 12곳에 대해 저작권법위반 방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DVD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출시사들이 문을 닫음에 따라 한국에서 출시되는 DVD 타이틀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DVD 출시편수는 2003년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다. DVD 커뮤니티 DVD프라임 박진홍 대표는 “DVD 사업을 대행 받은 업체들도 인기있는 ‘빅 타이틀’ 위주로만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컬렉터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원하는 DVD를 구하기 위해선 무조건 해외 주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흥행작이 아닌 작품성 있는 중소 규모 영화를 구해볼 기회가 원천 봉쇄당하는 셈이다. 실제 그로테스크한 묘사와 실험적 그림체로 호평받은 피터 정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온 플럭스’는 한국에서 출시조차 되지 않았다. 남은 출시사들도 저가 공세를 펴느라 원판에 담겨있던 부가영상과 음성해설 등을 삭제한 채 DVD를 출시하는 일이 잦다.
몇 개 직배 DVD 업체가 빠져나갔다고 해도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워너 등 일부 직배사는 할인점 공략, 다운로드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새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파파DVD 김종래 대표는 “미국에서는 블루레이 디스크나 HD DVD를 중심으로 차세대 DVD 시장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2∼3년간 정체 내지 마이너스 성장한 한국 DVD 시장의 앞날은 불투명하다”며 “이대로라면 남아있는 직배 DVD사들도 손을 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 류형진 연구원은 “DVD 시장이 죽는다면 극장이 없는 중소도시 등에서는 영화를 볼 기회가 줄어들어 문화 양극화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곡된 부가판권 시장은 한국영화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CJ엔터테인먼트 이상무 과장은 “한국영화는 부가판권 시장이 작다보니 극장에서 승부를 못보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불안정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파일 불법다운 힘들어진다?
영화업계가 불법 영화 파일을 주고받는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에 대한 본격 대응에 나섰다. 영화정보회사 시네티즌(이택수 대표)은 저작권을 지닌 영화업체들의 위임을 받아 지난 6월 14일 피디박스, 파일구리 등 관련 사이트 7곳의 운영회사를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시네티즌에 저작권을 위임한 곳은 아이필름, 백두대간, 스폰지, 동숭아트센터 등 국산영화 제작과 외화 수입을 해온 영화사 9곳과 KD미디어, 비트윈 등 DVD회사 3곳이다. 고소된 사이트들은 저장공간을 제공해 불특정다수의 네티즌과 파일 공유를 하거나(웹하드 방식) 네티즌 간에 접속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일 공유가 가능한(P2P 방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네티즌은 고소장에서 이들 서비스에 대해 “영화 파일을 언제 어디서나 다운로드·업로드 할 수 있도록 무차별적으로 유포해 영화사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을 위임한 한 영화사 관계자는 “외화는 해외에서 발매된 DVD 소스 등을 토대로 국내 극장 개봉도 하기 전에, 한국영화는 DVD 발매와 거의 동시에 불법 파일이 유통돼 극장과 DVD 시장 모두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저작권자의 요청이나 자체 필터링을 통해 해당 회원에게 경고하고 불법 파일을 삭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워낙 많은 파일이 오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모두 막기는 어렵다”면서 “이참에 음악시장의 경우처럼 영상저작물의 합리적 유통에 대한 구체적 해결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네티즌은 올해 초부터 일명 영파라치(영화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 불법 파일 유통자를 신고하는 네티즌에게 1만원 상당의 사례를 해왔다. 6월 15일 현재 신고 접수된 건수가 18만여 건에 달하며 시네티즌 관계자는 “이미 신고된 건은 물론 특히 최근 개봉작이나 개봉 예정작에 대한 신고가 들어올 경우에는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 법적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법 복제와 파일 ‘공유’는 엄연한 ‘도둑질’이고 처벌 가능한 범죄 행위이다. 여기에는 더 이상 토를 달거나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 수퍼마켓에 들어가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잔뜩 담아서는 돈을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유유히 걸어나오는 사람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또한 불법복제는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열풍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저작권 보호에 적극적이어야 그들 나라에 한국 작품의 저작권 보호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대책이 있어야 한국문화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충무로의 ‘잔인한 7월’, 이통사 할인 중단
서울시 극장, 이통사 카드 할인서비스 결국 중단… 관객 감소 불가피

대형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서울시 극장들의 이동통신카드 할인 서비스가 지난 7월 1일부로 결국 중단됐다. 서울시극장협회는 최근 이동통신사와 멤버쉽 카드할인서비스에 대하여 협상을 했지만 원만한 타협을 이루지 못해 7월 1일부터 극장할인서비스가 중단된다고 지난 6월 30일 밝혔다.
서울시극장협회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프리머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제공하던 이통사 카드 할인이 폐지된 것이다. 관람요금(7,000~8,000원)의 20~30%에 달하는 할인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당분간 관객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여름방학시즌 성수기를 맞이해서 극장을 자주 찾는 주요고객층인 학생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극장 사정에 따라 자율적, 한시적으로 요금할인을 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학생, 청소년은 기존 요금에서 1,000원 할인, 대학생은 성인요금에서 1,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개별 극장과 제휴를 맺고, 멀티플렉스들도 독자적 할인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MMC·씨너스 등 전국 극장 50여 곳과 재계약을 맺어 1,000원을 할인해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고, KTF와 LG텔레콤도 개별극장과 재계약 및 추가 계약을 추진 중이다. 대형 멀티플렉스들도 독자적 할인제를 개발하거나 정유회사 같은 다른 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극장협회는 이 결정이 극장의 막대한 출혈이 예상되지만 고객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 보다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