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불만 급증하는 빙과류 유통기한
각종 상품 유통기한 관련사고 급증, 기존제도 보완 시급
최근 유통기한 관련 소비자 불만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불만건수는 총 207건.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무려 52.2%나 증가한 수치다. 소보원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소비자 권리가 강화되고 구매자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서 신고건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유통기한이란 소비자보호법상 ‘사용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대 기간’을 의미한다. 일정 시기가 되면 시중 유통을 강제로 막는 제도다.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 관계자는 “그러나 그 기한 자체를 일일이 국가에서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98년부터 규제완화 차원에서 유통기한 설정을 단계적으로 기업 각자에 맡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완전히 자율화를 이룬 건 2000년 이후다. PL(제조물책임)법 제정 등 조치로 강화돼온 소비자 권리만큼 기업에게도 자율권을 준 셈이다.
한국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각 업체에서는 통상적으로 생물학적 보존기간이 100이라 하면 60~70 정도 선에서 유통기한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 관련사고 급증
한 대형할인점을 찾은 주부 김모씨(34)는 ‘육류제품 한정판매’ 행사장에서 돼지고기를 보통 때보다 많은 2만원어치나 샀다. 평소와 달리 100g당 400원이 싼 1,380원에 삼겹살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러나 돼지고기를 다듬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겉보기와 달리 속은 누렇게 변색돼 있었고 껍질이 두껍고 질겨 칼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할인행사에 덤으로 끼워주거나 싼값에 팔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 가운데 일부는 변질될 우려도 있어 자칫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한 백화점 본점은 최근 일본산 간장과 된장류를 50%가량 싸게 파는 행사를 가졌다. 일본산이 국산품에 비해 5배가량 비싼 탓에 제품을 싼값에 구입하려는 주부들로 행사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정작 판매된 제품은 유통기한이 1~2개월 밖에 남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행사장을 찾은 한 주부는 “아무리 간장을 1년가량 두고 먹는다지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특정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유통기한이 다 된 제품을 끼워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이마트는 하이트맥주 1.6ℓ짜리 2개(6,800원)를 구입하면 소형 컵라면 2개를 덤으로 얹어주는 ‘하이트맥주 나들이 팩’ 판매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덤으로 제공한 컵라면은 유통기한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제품이었다. 주부 강모씨(42)는 “라면 포장지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빨리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할 제품이었다”며 불쾌해했다.
유명 백화점·할인점에서 얄팍한 ‘얹어 팔기’가 보편화된 제품은 우유다. 같은 1,000㎖ 제품이라도 신선한 우유는 덤으로 주지 않는다. 그러나 유통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200㎖짜리 1~2개를 덤으로 붙여 판다. 우유는 신선도가 생명인 만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은 업체가 자발적으로 폐기처분하는 게 보통이다.
포장김치도 오래된 제품은 ‘사은품 증정 행사’ 때 덤으로 끼워 주기가 유통업계의 관례가 됐을 정도다. 한 대형 할인점 직원은 “김치는 날짜가 지나면 비닐포장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증정행사라도 해서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날 판매하고 남은 야채류 등 신선제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특가행사’도 자칫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웰빙 바람으로 식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재래시장도 아닌 유명 유통업체가 ‘눈속임’ 판매를 하는 것은 소비자 안전은 물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얼마전에는 매일유업의 카페라떼가 변질된 상태로 유통되어 이를 마신 소비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업계및 소비자에 따르면 6월 말 세븐일레븐의 한편의점에서 카페라떼를 사먹은 한 소비자는 맛과 냄새가 이상해한 판매점에 항의했더니 같은 사고로 반품되는 제품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품을 같은 편의점에서 사 먹었던 이모씨는 복통을 일켜 인근 병원의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같은 사고는 불량 카페라테가 전국적으로 대량 유통되어 지난달 말부터 판매점과 소비자들이 매일유업측에 항의했지만 회사측은 쉬쉬했다는 것이다.
매일유업측은 편의점이나 소매점들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항의가 들어오자 자체 검사한 결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회수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이제품은 유통기한내 제품으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마시는 제품이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매일유업측은 일부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클레임이 급격히 늘어 전국적으로 제품을 회수하거나 판매를 중지 했다고 하지만 편의점측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고 했다. 이소비자는 “최근 학교급식 사태로 식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되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의 유통기한은?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 무기한입니까. 아이들이 주로 먹는 초콜릿아이스크림에서 심지어 벌레가 나오고 변질된 빙과류가 심심찮게 판매되고 있는데도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주부 박모(경남 거창군) 씨는 대형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유명 빙과업체의 묶음 아이스크림이든 구멍가게에서 파는 낱개 아이스크림이든 유통기한 표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따졌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 유명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아이스크림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심지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모양이 찌그러진 아이스크림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는 것은 아이스크림이 영하 18도 이하 냉동상태로 유통되는 데다 변질 위험이 적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빙과류와 식용얼음에 대해 유통기한 표기를 생략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들조차 소비자와 분쟁 소지가 많은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품의 유통주기가 빠른 대도시와 달리 소규모 농어촌지역이나 벽지에서는 아이스크림이 몇 개월 이상 판매장 냉장고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변질 가능성이 많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소비자단체들의 고객 알 권리 주장이 제기돼 그동안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며 "올 9월부터 제조일자 표기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건전지에도 유통기한이?
올해들어 유통기한과 관련되어 소보원에 접수된 불만사항을 보면 대부분 음료나 가공식품류에 내용이 집중됨을 확인할 수 있다. 식음료류에 대한 유효기간 표시 의무는 보통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소관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른다. 기준은 설탕, 아이스크림류, 빙과류, 식용얼음, 과자류 중 껌류(소포장제품에 한해)를 제외한 모든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한 식약청 사무관은 “예외 품목들은 상온에서 품질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식품이라 판단되는 것들”이라 말했다. 식약청 관할 일반 가공음료와 달리 농림부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유제품인 우유는 특히 소비자 불만에 최고 단골소재다. 올해 1~5월 소보원이 접수한 내용만 봐도 15% 가까이 차지한다.
기업들은 유통기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매일유업 홍보담당자는 “실험을 통해 미생물 오염이 시작되는 시점이 보존기간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우유 가공처리에서는 위해요인을 극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열처리법을 이용한다. 살균된 제품은 그 즉시 10도 이하로 냉각하고 2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동 포장공정으로 직행한다. 이로 인해 확보되는 유통기한이 보통 5~7일 정도다.
그러나 최근 ESL System(Extended Shelf Life)이란 공법이 들어오면서 유통기한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ESL 처리우유를 생산하는 매일유업 측은 “미개봉 냉장보관시 60일까지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연구소 실험결과가 있으나 사회 통념상 유통기한을 14~17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전지를 보면 유통기한 비슷한 표시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사용권장기한’이라 봐야 한다.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각 건전지 업체들이 정한 형태다. ‘로케트 배터리’를 시중에 판매하는 질레트코리아는 “건전지는 1년에 약 4%씩전력이 자연 감소한다”며 “KS 규격에 따르려면 80% 이상 성능이 나와야 하기에 권장기한을 표기한다”고 했다. 이는 국가가 정한 사항이다.
기술표준원 생활복지표준과 사무관은 “일반 소비재 공산품 중 건전지와 습기제거제에만 각각 사용권장기한과 교체시기를 표기하도록 규정했다”고 말했다.
옥시 홍보 담당자는 “옷장용 제습제의 경우 제조일로부터 2개월 정도 후를 교체시기로 한다”며 “온도 25도에 상대습도 80도로 설정할 때 효력이 유지되는 시간”이라 설명했다.
현 화장품법은 성분과 용량, 제조일자 표기만을 필수로 할 뿐 유효기간 표시까지는 강제하지 않는다. 식약청이 인정한 기능성 성분인 레티놀, 비타민 A·C·E, 인돌아세틱에씨드(ICA)를 포함한 제품 경우만 유효기간 표시가 의무화됐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 관계자는 “일부 유효기간 표시가 된 기능성 화장품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체에 해로워서가 아니라 기대하는 효능이 사라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이름과 달리 비타민C를 700mg 정도 넣어야했던 광동제약 ‘비타500’ 속사정에서 발견가능하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올해 상품 리뉴얼 전까지 비타500은 유효기간에 이르는 동안 빛이나 물에 의해 소실되는 비타민량을 고려해 성분을 조정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포장 및 뚜껑 등을 개선해 요즘 제품엔 정확히 500mg을 넣는다”고 덧붙였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 관계자는 또 “화장품도 식음료처럼 신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제품이기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피부 건강을 위해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은 기본적으로 3년 내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사용기한 표시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품목별 유효기간 연구와 홍보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소비자 신뢰가 매출 증대에 기본이란 판단에서다. 요즘 국가 기관에서는 유통기한 표시에 대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 바쁘다.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 측은 “상품 시중 유출을 국가 권위로 막는 ‘유통기한’이란 개념을 쓰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김수창 사무관은 “국제 흐름에 맞춰 이르면 내년부터 기존 ‘유통기한’을 대체하는 제도가 점차 확대 실행될 것”이라 전망했다.
빙과류 살 때 주의사항!
할인점에서 지나치게 싸게 파는 빙과류를 구입할 때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아이스크림과 빙과류는 -18도에 보관돼 유해세균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제조일자나 유통기한을 표시할 의무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제품 보관온도가 꾸준히 유지되리라는 건 아무도 장담 못할 일.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 측은 “지난해 빙과류 품질을 의심하는 소비자들 목소리가 커져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올해 9월부터 제조일자 표기를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안성근 롯데제과 계장은 “고객 안심차원에서 이미 올 초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포장 박스에 제조년월일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빙과류를 제외한 아이스크림은 아직 제조날짜나 유효기간을 표기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객 불만을 사전에 막고자 스스로 품질유지기간이나 제조일자를 제품에 표시하는 분위기다.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는 하겐다즈가 대표 사례다.
각종 상품 유통기한 관련사고 급증, 기존제도 보완 시급
최근 유통기한 관련 소비자 불만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불만건수는 총 207건.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무려 52.2%나 증가한 수치다. 소보원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소비자 권리가 강화되고 구매자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서 신고건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유통기한이란 소비자보호법상 ‘사용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대 기간’을 의미한다. 일정 시기가 되면 시중 유통을 강제로 막는 제도다.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 관계자는 “그러나 그 기한 자체를 일일이 국가에서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98년부터 규제완화 차원에서 유통기한 설정을 단계적으로 기업 각자에 맡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완전히 자율화를 이룬 건 2000년 이후다. PL(제조물책임)법 제정 등 조치로 강화돼온 소비자 권리만큼 기업에게도 자율권을 준 셈이다.
한국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각 업체에서는 통상적으로 생물학적 보존기간이 100이라 하면 60~70 정도 선에서 유통기한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 관련사고 급증
한 대형할인점을 찾은 주부 김모씨(34)는 ‘육류제품 한정판매’ 행사장에서 돼지고기를 보통 때보다 많은 2만원어치나 샀다. 평소와 달리 100g당 400원이 싼 1,380원에 삼겹살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러나 돼지고기를 다듬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겉보기와 달리 속은 누렇게 변색돼 있었고 껍질이 두껍고 질겨 칼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할인행사에 덤으로 끼워주거나 싼값에 팔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 가운데 일부는 변질될 우려도 있어 자칫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한 백화점 본점은 최근 일본산 간장과 된장류를 50%가량 싸게 파는 행사를 가졌다. 일본산이 국산품에 비해 5배가량 비싼 탓에 제품을 싼값에 구입하려는 주부들로 행사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정작 판매된 제품은 유통기한이 1~2개월 밖에 남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행사장을 찾은 한 주부는 “아무리 간장을 1년가량 두고 먹는다지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특정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유통기한이 다 된 제품을 끼워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이마트는 하이트맥주 1.6ℓ짜리 2개(6,800원)를 구입하면 소형 컵라면 2개를 덤으로 얹어주는 ‘하이트맥주 나들이 팩’ 판매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덤으로 제공한 컵라면은 유통기한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제품이었다. 주부 강모씨(42)는 “라면 포장지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빨리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할 제품이었다”며 불쾌해했다.
유명 백화점·할인점에서 얄팍한 ‘얹어 팔기’가 보편화된 제품은 우유다. 같은 1,000㎖ 제품이라도 신선한 우유는 덤으로 주지 않는다. 그러나 유통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200㎖짜리 1~2개를 덤으로 붙여 판다. 우유는 신선도가 생명인 만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은 업체가 자발적으로 폐기처분하는 게 보통이다.
포장김치도 오래된 제품은 ‘사은품 증정 행사’ 때 덤으로 끼워 주기가 유통업계의 관례가 됐을 정도다. 한 대형 할인점 직원은 “김치는 날짜가 지나면 비닐포장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증정행사라도 해서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날 판매하고 남은 야채류 등 신선제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특가행사’도 자칫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웰빙 바람으로 식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재래시장도 아닌 유명 유통업체가 ‘눈속임’ 판매를 하는 것은 소비자 안전은 물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얼마전에는 매일유업의 카페라떼가 변질된 상태로 유통되어 이를 마신 소비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업계및 소비자에 따르면 6월 말 세븐일레븐의 한편의점에서 카페라떼를 사먹은 한 소비자는 맛과 냄새가 이상해한 판매점에 항의했더니 같은 사고로 반품되는 제품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품을 같은 편의점에서 사 먹었던 이모씨는 복통을 일켜 인근 병원의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같은 사고는 불량 카페라테가 전국적으로 대량 유통되어 지난달 말부터 판매점과 소비자들이 매일유업측에 항의했지만 회사측은 쉬쉬했다는 것이다.
매일유업측은 편의점이나 소매점들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항의가 들어오자 자체 검사한 결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회수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이제품은 유통기한내 제품으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마시는 제품이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매일유업측은 일부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클레임이 급격히 늘어 전국적으로 제품을 회수하거나 판매를 중지 했다고 하지만 편의점측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고 했다. 이소비자는 “최근 학교급식 사태로 식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되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의 유통기한은?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 무기한입니까. 아이들이 주로 먹는 초콜릿아이스크림에서 심지어 벌레가 나오고 변질된 빙과류가 심심찮게 판매되고 있는데도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주부 박모(경남 거창군) 씨는 대형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유명 빙과업체의 묶음 아이스크림이든 구멍가게에서 파는 낱개 아이스크림이든 유통기한 표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따졌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 유명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아이스크림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심지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모양이 찌그러진 아이스크림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는 것은 아이스크림이 영하 18도 이하 냉동상태로 유통되는 데다 변질 위험이 적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빙과류와 식용얼음에 대해 유통기한 표기를 생략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들조차 소비자와 분쟁 소지가 많은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품의 유통주기가 빠른 대도시와 달리 소규모 농어촌지역이나 벽지에서는 아이스크림이 몇 개월 이상 판매장 냉장고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변질 가능성이 많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소비자단체들의 고객 알 권리 주장이 제기돼 그동안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며 "올 9월부터 제조일자 표기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건전지에도 유통기한이?
올해들어 유통기한과 관련되어 소보원에 접수된 불만사항을 보면 대부분 음료나 가공식품류에 내용이 집중됨을 확인할 수 있다. 식음료류에 대한 유효기간 표시 의무는 보통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소관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른다. 기준은 설탕, 아이스크림류, 빙과류, 식용얼음, 과자류 중 껌류(소포장제품에 한해)를 제외한 모든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한 식약청 사무관은 “예외 품목들은 상온에서 품질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식품이라 판단되는 것들”이라 말했다. 식약청 관할 일반 가공음료와 달리 농림부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유제품인 우유는 특히 소비자 불만에 최고 단골소재다. 올해 1~5월 소보원이 접수한 내용만 봐도 15% 가까이 차지한다.
기업들은 유통기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매일유업 홍보담당자는 “실험을 통해 미생물 오염이 시작되는 시점이 보존기간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우유 가공처리에서는 위해요인을 극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열처리법을 이용한다. 살균된 제품은 그 즉시 10도 이하로 냉각하고 2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동 포장공정으로 직행한다. 이로 인해 확보되는 유통기한이 보통 5~7일 정도다.
그러나 최근 ESL System(Extended Shelf Life)이란 공법이 들어오면서 유통기한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ESL 처리우유를 생산하는 매일유업 측은 “미개봉 냉장보관시 60일까지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연구소 실험결과가 있으나 사회 통념상 유통기한을 14~17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전지를 보면 유통기한 비슷한 표시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사용권장기한’이라 봐야 한다.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각 건전지 업체들이 정한 형태다. ‘로케트 배터리’를 시중에 판매하는 질레트코리아는 “건전지는 1년에 약 4%씩전력이 자연 감소한다”며 “KS 규격에 따르려면 80% 이상 성능이 나와야 하기에 권장기한을 표기한다”고 했다. 이는 국가가 정한 사항이다.
기술표준원 생활복지표준과 사무관은 “일반 소비재 공산품 중 건전지와 습기제거제에만 각각 사용권장기한과 교체시기를 표기하도록 규정했다”고 말했다.
옥시 홍보 담당자는 “옷장용 제습제의 경우 제조일로부터 2개월 정도 후를 교체시기로 한다”며 “온도 25도에 상대습도 80도로 설정할 때 효력이 유지되는 시간”이라 설명했다.
현 화장품법은 성분과 용량, 제조일자 표기만을 필수로 할 뿐 유효기간 표시까지는 강제하지 않는다. 식약청이 인정한 기능성 성분인 레티놀, 비타민 A·C·E, 인돌아세틱에씨드(ICA)를 포함한 제품 경우만 유효기간 표시가 의무화됐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 관계자는 “일부 유효기간 표시가 된 기능성 화장품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체에 해로워서가 아니라 기대하는 효능이 사라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이름과 달리 비타민C를 700mg 정도 넣어야했던 광동제약 ‘비타500’ 속사정에서 발견가능하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올해 상품 리뉴얼 전까지 비타500은 유효기간에 이르는 동안 빛이나 물에 의해 소실되는 비타민량을 고려해 성분을 조정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포장 및 뚜껑 등을 개선해 요즘 제품엔 정확히 500mg을 넣는다”고 덧붙였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 관계자는 또 “화장품도 식음료처럼 신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제품이기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피부 건강을 위해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은 기본적으로 3년 내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사용기한 표시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품목별 유효기간 연구와 홍보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소비자 신뢰가 매출 증대에 기본이란 판단에서다. 요즘 국가 기관에서는 유통기한 표시에 대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 바쁘다.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 측은 “상품 시중 유출을 국가 권위로 막는 ‘유통기한’이란 개념을 쓰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김수창 사무관은 “국제 흐름에 맞춰 이르면 내년부터 기존 ‘유통기한’을 대체하는 제도가 점차 확대 실행될 것”이라 전망했다.
빙과류 살 때 주의사항!
할인점에서 지나치게 싸게 파는 빙과류를 구입할 때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아이스크림과 빙과류는 -18도에 보관돼 유해세균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제조일자나 유통기한을 표시할 의무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제품 보관온도가 꾸준히 유지되리라는 건 아무도 장담 못할 일.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 측은 “지난해 빙과류 품질을 의심하는 소비자들 목소리가 커져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올해 9월부터 제조일자 표기를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안성근 롯데제과 계장은 “고객 안심차원에서 이미 올 초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포장 박스에 제조년월일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빙과류를 제외한 아이스크림은 아직 제조날짜나 유효기간을 표기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객 불만을 사전에 막고자 스스로 품질유지기간이나 제조일자를 제품에 표시하는 분위기다.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는 하겐다즈가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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