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5호=신혜영) 최근 비만, 특히 복부비만과 관련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뇌혈관질환 등이 증가하면서 대사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다. 대한민국 성인 1/3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 중 하나인 대사증후군이 위험한 질병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유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만족스럽게 치료하는 치료법은 없으나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환인 만큼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대사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운동은 더하고 열량 높은 음식은 덜 먹는 습관으로 대사증후군을 이겨내 보자.

전 세계적으로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급증하면서 현대인들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대사증후군 유병율은 28.8%이고, 남성이 31.9%로서 여성에서의 25.6%보다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의 대사증후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관리가 시급하다.
남자 88㎝, 여자 81㎝ 넘으면 대사증후군 위험군
대사증후군이란 뇌심혈관질환 및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체지방 증가, 혈압 상승, 혈당 상승, 혈중 지질 이상 등의 이상 상태들의 집합을 말한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2배 이상 높으며, 당뇨병의 발병을 10배 이상 증가시킨다.
일반적으로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은 배꼽 바로 위를 기준으로 허리둘레가 남자 90㎝, 여자 85㎝ 이상일 경우(제2형 당뇨병 환자는 남자 86·여자 81㎝ 이상), 혈압 130/85㎜Hg 이상, 공복혈당 100㎎/㎗ 이상, 혈청의 중성지방 150㎎/㎗ 이상, HDL콜레스테롤(고밀도지단백) 남자 40·여자 50㎎/㎗ 이하 등 다섯 가지 중 세 가지에 해당될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국제학술지 ‘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2018년 7월호에 실린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대사 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한국인 내장지방 기준치는 남성 134.6㎠, 여성 91.1㎠였다. 허리둘레 수치로 보면 남자 88㎝, 여자 81㎝가 적정 기준치로 나타났다. 그동안 아시아인에 통용되는 내장지방 면적 기준치는 없었고, 허리둘레 기준치는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남성 90cm, 여성 80~85cm 가량이었다.
오승원 교수는 “기존에 흔히 쓰이던 기준은 남성 100㎠, 여성 70㎠였으나 이번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기준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을 알 수 있다”며 “같은 아시아인 일본 역시 과거 내장지방 수치 100㎠를 대사질환 위험 기준으로 사용했으나 2008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 이번 연구와 유사한 남성 132.6㎠, 여성 91.5㎠가 적절한 기준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비만과 수면부족이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대사증후군 발병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비만이나 운동 부족과 같이 생활 습관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연관된 인슐린 저항성이 가장 중요한 인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유전적인 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됨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의 작용이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 인슐린에 의한 작용이 감소함으로써 근육과 간 등에서 혈당을 이용하지 못해 고혈당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당뇨병 전 단계 또는 당뇨병이 유발된다.
특히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3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로 심·뇌혈관질환 등 각종 성인병과 만성적인 대사 장애를 유발한다. 혈압이 115/75㎜Hg 이상인 경우 20/10㎜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이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혈압이 감소할수록 심혈관질환이 감소한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손성일 교수가 2004년 5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급성기 뇌경색 환자 206명을 대상으로 CT 혈관조영술상에서 뇌혈관(중대뇌동맥이나 속목동맥 말단부)의 막힘을 조사한 결과 건강한 사람은 뇌경색이 와도 뇌 손상을 줄일 수 있지만 대사증후군이 있거나 체내 요산치가 높은 경우 뇌경색이 넓은 영역에서 발생하고 빨리 진행되는 것을 알아냈다.
무엇보다 대사증후군을 발생시키는 가장 위험군은 비만이다. 비만도에 따른 대사증후군은 체질량지수가 25㎏/m2 이상의 비만인에서 50%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보이기 때문에 체중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만은 혈압과 혈당을 상승시키고, 혈중의 중성지방을 증가시키며, H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을 높이고 결국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비만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대사증후군의 빈도는 증가하는데, 정상체중을 가진 군에서는 10%, 과체중인 군에서는 27%, 비만한 군에서는 50%의 유병률을 보인다.
수면부족도 대사증후군을 앓게 될 위험률을 높인다.
강원대 춘천캠퍼스 간호학과 박현주 교수가 보건복지부 주관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8시간 이상’인 경우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15%로 나타난 반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24.4%로 집계돼 발생 위험이 1.6배 높게 나타났다. 성인남성 799명, 성인여성 780명 등 근로자 1579명 중 교대근무 여부 등 근로 형태와 수면시간을 함께 고려해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연구팀 역시 수면부족이 대사증후군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1일 대사증후군이 없는 6~15세 소아청소년 1309명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과 영양상태 등을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 평균 8시간미만으로 수면을 취하는 소아청소년은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아이들에 비해 심혈관질환 포함 대사증후군 위험이 1.93배 증가했다.
스트레스는 대사증후군의 기저 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뇌와 부신의 축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혈중 코티솔의 양이 증가하게 되며, 이로 인해 인슐린과 혈당이 증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나라에서 저체중 출산아가 고혈압, 당뇨병 등의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된 질환의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되어 있다.
건강한 식습관형성으로 비만 탈출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이를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생활 습관의 변화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사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인 비만이 되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칼로리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섭취하던 열량보다 500~1000㎉ 정도를 덜 섭취를 줄여 매주 0.5~1㎏ 정도의 체중을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 최근에는 식사 중의 영양소 조성에 따라 체중 감소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체중감량의 목표는 6~12개월에 체중의 7~10%를 감소하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는 전체 칼로리의 5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은 단순 다당류의 탄수화물보다는 도정하지 않은 곡류로 만든 빵이나 현미 등이 좋다.
비만을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건강한 식습관 형성이다.
가천의과학대학 길병원 심장센터 고광곤 교수 “대사성증후군의 유병율을 낮추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규칙적인 운동과 염분, 탄수화물, 지방이 적은 건강식사 같은 생활습관 개선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각종 성인병 원인이 되는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사패턴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부터 편식을 피하고 다양한 식품을 접하는 식습관 형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음식을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0% 이상, 복부비만은 40% 이상 줄어든다. 연구 결과 골고루 먹는 집단은 흰쌀과 김치 위주로 식사하는 집단에 비해 대사증후군이 23% 감소했다. 가장 골고루 먹는 집단은 편식하는 집단 보다 복부비만 위험이 42%,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도는 1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집단의 식사패턴은 잡곡밥과 채소, 해산물, 해조류, 콩, 육류, 과일, 유제품 등을 하루 1~2회 섭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편식하는 집단일수록 잡곡밥이나 채소 섭취가 적고, 생선과 육류 등 단백질식품 섭취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를 즐겨 마시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나 전문의들은 우유 등 유제품에 풍부한 칼슘·비타민 D·칼륨·마그네슘·유당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대사증후군 예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복건복지부는 우유 등 유제품은 매일 1∼2회, 과일은 1∼2회, 곡류는 2∼4회, 육류·생선·달걀·콩류 등 단백질 식품은 3∼4회, 채소는 매 끼니 2가지 이상 챙겨 먹을 것을 권장했다. 비타민 D가 부족한 아이들일수록 복부비만,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4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주목해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이승환 교수팀이 1660명(남아 904명, 여아 756명)의 9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비타민 D와 비만, 대사증후군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비타민 D 수치를 기준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비타민 수치가 낮을수록 복부비만, 비만도,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혈당이 모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비타민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은 가장 높은 그룹에 비해 복부비만은 3배, 비만도 2.6배, 중성지방 1.6배, 콜레스테롤 1.3배, 당뇨 1.1배 등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4.3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체적으로 짜게 먹는 습관이 있는 한국인들이 신경 서야 할 부분이 바로 나트륨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인제대 의대 일산백병원 김동준 교수(당뇨병내분비센터장)팀이 19세 이상 성인 1만 7541명을 조사한 결과 나트륨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운동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라
대사증후군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에 효과적인 건 바로 운동이다.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은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의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다. 운동은 한번만 하더라도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 인슐린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저항성이 개선된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에 비해 제2형 당뇨병과 심장병의 발생률이 30-55% 더 증가한다.
운동의 큰 효과는 열량의 소모를 통해서 나타난다. 큰 근육을 사용하고,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유산소적 요소가 많은 운동이 적합하다. 주로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댄스, 스케이트, 줄넘기, 계단 오르기 등이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이득이 되도록 운동을 한다면 일주일에 700칼로리는 운동으로 소모해야 한다. 만일, 최대한의 운동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주당 2000칼로리를 사용하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운동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주일에 최소한 3번, 최소한의 시간은 10분 정도이며 과체중에 대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매일 30분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운동을 위해선 주당 5회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데 하루시간 중 1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할애하기 힘든 경우 짧은 시간 여러 번 나누어 시행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면습관도 중요하다. 하루에 7~8시간의 수면이 적당하다. 잠을 적게 자면 인슐린 저항이 생기고, 많이 자면 호르몬이나 신체 리듬의 변화가 생기고 활동량이 줄어들어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수명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천의대 길병원 고광곤 교수는 “갈수록 운동은 덜하고 열량 높은 음식은 더 먹게 되는 생활습관이 대사증후군을 늘린 요인”이라고 진단한 뒤 “대사증후군은 성인병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 예방의 핵심은 뱃살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뱃살에서 시작되는 데 뱃살이 늘어나면 염증 물질을 만들고 인슐린을 망가뜨리게 된다. 몸속 지방이 혈액에도 축적되고 자연스럽게 중성지방, 고지혈증으로 발전하므로 뱃살을 빼야 대사증후군을 해결할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