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프리카는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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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프리카는 목마르다
  • 글/ 신혜영 기자
  • 승인 2006.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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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의 최악의 가뭄, 검은 대륙이 죽어간다
1,400만 명 죽어가, 가뭄 지속되면 다음 세대 끊길 수도 있어… 도움의 손길 절실
오랜 내전과 식량난으로 신음하던 아프리카 동부가 최악의 가뭄으로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6년째 이어지는 이번 가뭄은 60년만의 최악이다. 현재 세계적 재난을 뜻하는 ‘카테고리(category) 3’이 선포된 동아프리카 국가는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케냐, 탄자니아, 소말리아, 부룬디, 에티오피아 등 5개 국가로 마실 물 부족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람은 물론 가축도 죽어 가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우간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고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의 물 부족 및 식수오염 문제는 심각하다. 8억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인구 중 3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3억1,300만 명은 기본적인 위생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특히 케냐와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부룬디 등 동아프리카 지역은 극심한 가뭄 때문에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적 재난 ‘카테고리 3’ 선포
그 중 가뭄이 가장 극심한 지역은 소말리아다. 15년째 무정부상태의 혼돈에서 1백만 명이 숨진 이곳에 가뭄은 엎친데덮친 격이다. 소말리아의 한 노인은 “내 생전 이런 가뭄은 처음이다. 마실 물이 없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 소변을 받아 마시며 연명하고 있다”며 참상을 전했다. 구호단체 옥스팜은 물을 구하려 땡볕 아래 최장 70㎞를 걸어도 1일 최소요구량의 5%밖에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에디오피아는 1974년과 84년 두 차례에 걸친 가뭄으로 고통 받은 후 또 다시 10여년 만에 다시 닥친 가뭄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현재 약 1백만 명이 긴급구호 상태다.
6년째 가뭄이 진행되고 있는 케냐는 지난 3월 초대형 재난지역을 뜻하는 ‘카테고리 3’(전 세계가 꼭 나서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을 선포, 케냐의 초원은 이제 보잘것없는 풍경만 남았다. 사방에는 물과 풀을 먹지 못해 죽은 소떼와 당나귀, 낙타들이 즐비하고 원주민의 식량이자 재산인 가축이 약 80%까지 소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을 구하려 내다 팔 가축이 없어지면 이들의 기아상황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물을 얻기 위해 5시간을 걷는 건 이제 예삿일이 아니다. 플라스틱 통 두 개로 가족 12명이 하루를 버티고 하루 한끼 구호단체에서 나눠준 옥수수만으로 끼니를 때운다. 구호식량 한끼 값은 한국 돈으로 50원이다.
말라버린 강바닥을 물이 나올 때까지 파 놓은 구멍이 수도 없이 많다. 대부분 오염된 흙탕물이지만 이거라도 먹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우물전쟁’
그나마 식량과 물이 남은 곳은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케냐 북부와 우간다 북부, 소말리아 남부에선 사람들이 창과 총으로 무장한 채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있다. 부족들끼리 전투를 벌이는 일도 잦다. 지금까지 가뭄으로 40여명이 숨진 케냐에선 부족들의 식량 다툼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지 모른다고 유엔은 우려하고 있다.
소말리아에서는 3년째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 탓에 다이아몬드나 석유 등 천연자원을 둘러싼 싸움이 아닌 물을 둘러싼 이른바 ‘우물전쟁’이 벌어지고 이다. 소말리아 라브도레 마을에선 2년 전부터 두 부족이 하나뿐인 우물을 놓고 치열한 살육전을 벌이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250여명이나 목숨을 잃어 ‘우물과부’ ‘우물전사’란 말까지 생겨났다. 자녀 아홉을 둔 우물과부 파투마 마흐무드(35)는 “남편은 작년에 물을 구하러 나갔다 우물에서 벌어진 싸움에 휘말려 죽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11일에는 가뭄 지역에 공급할 물과 식량을 싣고 가던 유엔 구호팀이 바이도아 마을에서 한 군벌에 억류되자 이 물을 차지하려는 경쟁 군벌이 공격했고, 교전 끝에 6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월 14일 이러한 소말리아 침상을 보도하며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동아프리카에서 약 1,100만 명이 고통 받고 있다고 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도 수십 차례 우물 전쟁이 벌어져 정부가 중재에 나서거나 군대를 보내 진압했다. 그러나 1991년 군사정권이 붕괴된 뒤 여러 군벌의 각축장이 된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여서 물 분쟁을 제어할 힘이 없다. 군벌들은 주민에게 각종 세금을 부과해 돈을 약탈하며, 그 중 하나가 우물 이용료다.
아프리카에서 물 구하는 일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몫인데 물장수들이 여성이 우물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가로막아 식수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N은 2015년 까지 아프리카에서 식수와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한 마을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이 목표에 접근조차 못한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가뭄의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
동아프리카 가뭄의 최대 피해자는 역시 어린이다.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 사태를 선포한 케냐에서는 6년간 가뭄이 계속돼 350만 명이 긴급 구호식량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이중 50만 명이 어린아이라고 한다. 또 탄자니아에서 370만 명, 소말리아에서 210만 명, 에티오피아에서 175만 명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
케냐 북부의 한 도립병원. 태어난 지 8개월이 된 여자아이의 몸무게는 3.8kg밖에 되질 않는다. 보통 8개월 된 아이의 체중이 8kg안팎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 아이의 영양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인근 루다리악 지역의 이뇨뇨리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을 받다가 굶주림으로 기절하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받는 ‘우갈리’(옥수수로 만든 음식) 한 그릇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식사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 급식도 집에 가져가 가족들과 나눠먹는다. 이 학교 학생 300명 중 3분의 1정도가 물을 구하러 다니기 위해 아예 학교에 나오질 않고 있다. 케냐 정부의 구호식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학교 급식도 곧 중단될 위기하고 월드비전은 전하고 있다. 만약 가뭄이 계속된다면 이들 국가에서는 다음 세대가 끊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UN관리는 동아프리카를 휩쓴 가뭄으로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치명적 칵테일’이라 불리는 홍역과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해있다며 이 전염병을 예방할 백신이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전한 바 있다.

참혹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동물들
6년째 이어지는 대가뭄이 인명만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바싹 마른 땅에선 얼룩말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숨을 헐떡이며 쩍쩍 갈라진 강바닥에서 죽은 하마들이 썩어가고 있다. 넓은 초원위로 뛰놀던 수많은 동물들을 비롯한 소, 낙타, 당나귀 등 가축들도 앙상한 뼈만 남은 채 죽어가고 있다. 케냐 북부의 가축들은 70%가 가뭄과 기근으로 목숨을 잃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케냐의 국립공원 등 동아프리카 일대의 야생동물들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케냐 남부의 츠사보 이스트 국립공원은 야생동물들의 생명 줄인 목초지가 사라지면서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물을 찾아 가축들까지 몰려들어 야생동물들의 주거지를 파괴하고 있는 것. 때문에 케냐에선 국립공원 코끼리의 50% 이상이 가축들에 쫓겨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일부지역에서는 원주민의 식량이자 재산인 가축이 약 80%까지 소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을 구하려 내다 팔 가축이 없어지면 이들의 기아상황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낙타가 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가뭄이 발생하면 생명력이 강한 낙타의 생존 여부로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한다. 사람들도 물도 찾아 하루 평균 15km씩 걷는 현실에서 허약한 가축이 60km밖에 있는 물을 찾아 이동하다가 하나둘씩 쓰러져 죽어간다. 죽은 동물들의 뼈가 흩어진 작은 물웅덩이라도 있으면 세균이 우글거리는 물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길게 줄지어 있다.

왜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동아프리카 기근의 주원인은 표면적으로는 가뭄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한다. 인구 과잉과 삼림 벌채, 환경 파괴 등도 기근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동부 아프리카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비가 제대로 오지 않았고, 더욱이 작년 말의 우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농사도, 고기와 젖을 얻을 가축 사육도 실패하고 말았다. 동부 아프리카의 농민과 유목민들은 이제 아예 이곳의 기후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은 수백만 아프리카인들의 생계를 파괴하는 가뭄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현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불안한 이들 대다수 나라의 정부에서 는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 능력도 없는 형편이다.
특히 UN 식량기구는 분쟁과 에이즈 같은 것들이 자연의 재앙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연재해와 토질 악화, 일부 국가에서 일어나는 무력분쟁, 난민사태 등이 동아프리카다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각성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이들의 가녀린 목숨은 국제기구가 운영하는 식량구호소에 달려있다. 에티오피아 남부 보리카에 있는 식량구호소에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배급 날마다 수백 명의 배고픈 농부들과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줄을 선다. 케냐에선 가뭄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350만 명의 3분의 1 정도만이 식량 지원을 받고 있다. 지부티와 탄자니아에서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 원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가뭄은 ‘위 아 더 월드’의 물결을 일으킨 1980년대 중 반 에티오피아의 가뭄보다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현재 동아프리카의 심각성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여기엔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가뭄과 내전으로 숱한 인명피해를 낳으며 지구촌에 보도되면서 이제는 아프리카의 이러한 비극이 지구촌에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크 데 마이오 ICRC 동아프리카 구호팀장은 “이번 가뭄위기는 세계 어떤 선진국이라도 극복하기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도움의 손길 필요, 긴급구호 ‘SOS'
세계적 구호단체인 월드비전(World Vision)은 “동아프리카 지역이 최악의 가뭄이 엄청난 인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구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100여 개 나라에서 9,000만 명을 대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월드비전은 카테고리 3이 선포된 동아프리카 지역 5개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월드비전은 재난 지역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는데 ‘카테고리 1’ 은 해당국가 자체 해결이 가능한 지역, ‘카테고리 2’는 아시아, 유럽 등 대륙별 도움으로 해결이 가능한 지역, ‘카테고리 3’은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뜻한다.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3월 14일 ‘카테고리 3’으로 지정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가뭄과 내전으로 숱한 인명피해를 낳았기 때문에 이번 가뭄이 외부세계에 던지는 충격의 강도가 약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1974년과 1985년 두 차례의 대 가뭄을 겪으며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라는 세계적인 구호의 손길을 불러왔다. 2000년 이후에도 케냐, 소말리아 등이 가뭄과 내전에 시달리며 비극을 연출했다. 아프리카 의 비극은 지구촌에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 돼 버렸다.
UN관계자는 지난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멕시코에서 열렸던 ‘제4회 세계 물포럼’에서 “물과 위생문제는 명령이나 계획에 의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UN은 아프리카 개발은행에 5억 5,000만 달러를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이 자금은 앞으로 5년 동안 아프리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물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BOX기사

월드비전 국제본부가 하고 있는 긴급구호 사업
월드비전 국제본부는 동아프리카 5개국의 기근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며 각국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월드비전의 긴급구호 활동은 크게 식량배분(Food Program)과 식량 외 물자배분 및 지역개발(Non-Food Program)로 이루어진다.

■케냐(Kenya): 모얄레, 마라구아, 마쿠니 등 7개 지역(district)에서 WFP(세계식량기구) 및 UNICEF(유엔아동기금)와 함께 식량배분과 영양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월드비전 케냐는 월드비전 각국의 도움으로 케냐 북부 모얄레 지역(Moyale District)의 주민 22,000명에게 식량배분을 실시했다. 하지만 아직도 350만 명의 주민이 식량 원조의 손길을 필요로 하며, 이들 중 50만 명은 학령기 아동이다. 식량배분 외에 케냐에서는 영양급식사업, 식수위생사업, 식량안보 회복사업, 역량강화 사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말리아(Somalia): 유엔인도주의 업무조정국(UN OCHA)등 유엔기구들에 의하면 소말리아는 한 달에 10,000명의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 월드비전 국제본부는 기근이 가장 심각한 미들 주바(Middle Juba) 지방에서 이미 100,000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호식량 배분을 시작했다. 3월 말, 미들주바 지방의 살라글 지역(Salagle District)에서 네 차례의 식량 배분 사업이 시작되었고, 첫 주에 벌써 672 미터톤의 식량이 35,000명을 대상에게 나누어졌다. 이외에도 월드비전은 미들주바 지방 8개 지역(district)에서 식량배분, 영양급식, 의료지원, 식수위생사업, 농지복구사업 등을 진행 또는 심사 중에 있다.
■이디오피아(Ethiopia): 약 260만 명의 주민들이 긴급히 식량 원조를 필요로 한다. 월드비전 이디오피아는 지속적으로 지역개발과 아동결연 사업을 해오던 사업장 예산의 일부를 긴급구호로 사용, 식량배분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국제본부는 오로미야 등 20여 개의 지역(district)에서 긴급식량배분 및 식량안보, 재난 대비 및 경감, 긴급의료 및 영양사업, 식수위생사업, 농업개발사업, 영양급식사업, 가축보호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탄자니아(Tanzania): 탄자니아 정부에 의하면 총 74개 지역에 사는 국민 중 4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한다. 월드비전 탄자니아는 이 중 카게라 등 25개의 지역에서 긴급구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식량배분, 씨앗지원, 학교 영양급식사업, 아동학대 방지에 관한 교육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부룬디(Burundi): 카루지, 무잉가를 비롯한 4개 지역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부룬디는 많은 경우 세계식량기구와 사업이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식량배분, 에이즈예방사업, 식량안보사업, 가축지원사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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