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가 건넨 선물 ‘Sweet of Espr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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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가 건넨 선물 ‘Sweet of Espresso’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8.09.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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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커피생산지. 그곳에서 하나씩 발견하는 숨겨진 보물

(시사매거진245호) 흥겨운 라틴 음악과 강렬한 노랑 유니폼으로 뇌리에 남아있던 콜롬비아. 그곳을 향과 맛으로 음미할 수 있는 이름은 커피였다. 커피루트를 따라 콜롬비아에 숨겨진 보물들을 하나씩 발견하던 시간, 결국 내게는 쓰디쓰던 에스프레소마저 달콤하게 입 안을 맴돌고 있었다.  [자료제공_모두투어]
 

엘도라도의 전설을 품은 땅 콜롬비아는 우리와는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해 물리적으로 너무나 먼 곳이다. ‘사고’라고 할 정도의 큰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차마 여행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쉽지 않은 나라이지만, 요즘 우리는 부쩍 그 이름을 자주 듣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머나먼 거리를 좁혀주고 있는 고마운 이름은 바로 커피. 세계 최대의 커피생산지 중 하나인 콜롬비아가 커피와 함께 자연스럽게 우리 곁을 찾아왔다.

마시는 것 외에 아무런 지식도, 맛에 대한 미각이나 철학도 없는 커피초보가 국내 커피전문가들과 함께 콜롬비아 커피여행을 떠났다.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를 거쳐 ‘커피삼각지대’로 일컬어지는 매니잘레스Manizales, 아르메니아Armenia, 페레이라Pereira 일대를 둘러봤다.

커피문화경관 Paisaje Cultural Cafetero

콜롬비아가 자랑하는 ‘커피문화경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생산지인 킨디오Quindío, 리사랄다Risaralda 그리고 칼다스Caldas 지역에 걸쳐 이루어져 있다. 안데스 산맥의 중심에 위치한 이 지역은 콜롬비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여행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언덕과 산으로 이루어져 커피 재배가 어려운 지리적 조건 속에서 인간의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또한 자연, 경제, 문화적 요소가 고도의 통일성을 띠며 결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나라 안팎으로 커피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국내외 홍보 캠페인을 통해 커피루트Ruta del Café 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첫 커피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Bogota. 오후로 접어드는 햇살이 단정한 도시풍경에 내려앉은 시간, 테이블 위에 차분하게 놓인 커피 한 잔. 첫 커피는 한국에서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함 위에 그 잔잔한 풍경을 얹어 반짝 빛을 내고 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커피 한 잔을 입 안에 머금고 맛을 느껴보는 시간. 콜롬비아 커피여행이 시작됐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Colo Coffee’라는 이름의 라벨이 선명한 커피봉지들로 선반 위를 무척이나 콜롬비아스럽게 장식해놓은 부르본 카페는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카페이다.(사진출처_모두투어)

콜로 커피Colo Coffee

보고타의 현지 커피 전문가가 추천한 콜로 카페와 부르본Bourbon 카페는 같은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Colo Coffee’라는 이름의 라벨이 선명한 커피봉지들로 선반 위를 무척이나 콜롬비아스럽게 장식해놓은 부르본 카페는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카페이다. 카페 내부의 커피 제조 기계를 그려 놓은 벽화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카페 안에는 커피를 볶는 로스팅 기계와 몇몇 기구들도 놓여 있어 호기심과 함께 맹목적인 신뢰가 일어난다.

리베라 커피농장 La Rivera Farm

보고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30분을 날아 페레이라로 향했다. 다시 차를 타고 약 1시간가량 찾아간 곳은 유명 커피 산지 중 하나인 산타 로사 데 까발Santa Rosa de Cabal 지역에 위치한 리베라 커피농장이다. 한참을 달리던 차량이 멈춰선 곳은 답답하던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 산 속의 평원 같은 곳. 안개가 유유히 떠다니는 그곳에서 초록 커피밭과 야자수 등이 가득 펼쳐진 날 것의 생경한 풍경이 가장 먼저 가슴에 닿는다. 뒤이어 아침이슬을 잔뜩 머금고 촉촉하게 젖어버린 산 속 커피밭의 싱그러움이 또 다시 맹목적인 믿음을 심어놓는다. 한 모금 물고 입안에서 요리조리 굴려가며 음미하는 커피맛은 뜻밖의 맛을 내어놓았다. 신맛, 그럼에도 자극적이지 않고 거부감이 생기지 않아서 다시 한 모금을 마시게 되는 그런 맛. ‘과연 커피는 그 속에 몇 가지의 맛들을 품고 있을까’. 어느새 커피에 대한 조금은 더 진지한 질문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카페 드 콜롬비아 Federación Nacional de Cafeteros de Colombia

‘콜롬비아에서 커피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줄임말로 ‘FNC’라고 부르는 콜롬비아 커피생산자 연합회, 카페 드 콜롬비아. 1927년 콜롬비아의 커피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하여 지금은 무려 56만에 이르는 커피생산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거대한 조직이지만 커피 판매 등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커피생산자에 대한 기술지원이나 사회 인프라 정비 등에 사용하는 비영리 조직이기도 하다. 또한 커피생산자들이 수확한 커피를 공정하고 평등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보증하여 커피생산자들의 권익을 지키고 그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활동은 결국 콜롬비아 커피가 세계 최고의 깊은 맛을 내는 커피로 발전하고 또 인식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주었다.

라 모렐리아 카페 La Morelia cafe

푸른 잔디밭에 서 있는 커피 자루를 가득 실은 지프의 모습이 또 다른 커피투어를 상상하게끔 하는 라 모렐리아 카페에서 역시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한다. 먼저 방문했던 리베라 커피농장과는 달리 공식적인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라 모렐리아 카페이기에 보다 전문적인 커피에 대한 소개를 듣고 경험할 수 있다. 리베라 농장이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면 라 모렐리아 카페는 평지에 위치하고 있어 조금 더 편안한 투어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커피나무가 늘어선 농장으로 산책을 나서면 주렁주렁 열려있는 커피 열매들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이 기다린다. 초보자에게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다른 품종의 커피들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재배된 원두를 가공하는 공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커피맛을 좌우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농장 사람들의 세심한 손길에 의해 결정되어지고, 그 커피들이 한국의 카페로 들어와 한 잔의 커피가 된다는 사실 때문인지 커피맛은 조금 더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숨어있는 과일의 발랄함이 전해진 순간 야릇한 흥분이 일기도 한다.

하나의 제품이 되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마지막 과정, 커핑Cupping은 마치 커피의 신비를 발견하는 시간 같다. 각각의 잔에 담긴 서로 다른 품종의 커피들, 같은 품종이지만 생산지가 다르기도 하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다르기도 한 커피들. 모두 다른 색과 향 그리고 맛을 지니고 있다.

나무에서 자라나 빨갛게 익은 원두가 되고, 그 원두를 따서 말리고 가공하고 볶아서 하나의 제품이 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다시 초록 커피밭을 바라보며 맛보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는 비로소 쓴 맛을 잃은 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사진출처_모두투어)

국립커피공원 Parque Nacional del Café

커피 강국은 역시 다르다. 커피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시선과 각도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인데, 커피가 차지하는 콜롬비아에서의 위상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 국립커피공원은 킨디오 주의 몬테네그로Montenegro 시에 위치하고 있는 커피를 주제로 꾸며진 테마파크이다. 알록달록한 콜롬비아 식 민속 건축물들 그리고 공원과 박물관을 이어주는 케이블카들이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초록 정원을 만나 콜롬비아의 어느 곳보다도 산뜻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커피쇼가 펼쳐지는 공연장이다. 22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댄스, 저글링, 음악, 컬러쇼 등을 통해 커피 생산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쇼. 콜롬비아의 화려함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의 의상과 퍼포먼스는 남미의 열정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면 커피박물관이 기다린다. 커피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그들만의 비결을 한자리에서 찬찬히 만나게 될 것이다.

살렌토 Salento

커피루트를 따라가다 만나게 된 살렌토.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 여행 일정에 꼭 포함시켜야 할 도시이다. 콜롬비아를 여행하다 보면 밝고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콜롬비아의 전통가옥들을 때때로 볼 수 있다. 킨디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살렌토는 우리의 한옥마을과 그 성격이 같은 곳으로 옛 가옥들이 모여 있어 콜롬비아의 아름다움을 느릿느릿 감상할 수 있는 지역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도착한 살렌토는 옅은 주홍색 불빛들만이 가득히 골목을 밝히고 있다. 한산해 보이지만 집집마다 조금씩 열어둔 문틈 사이로 비춰진 풍경은 다채롭다. 레스토랑과 카페, 바에 앉아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에서 살렌토가 콜롬비아에서 손꼽히는 여행지임을 새삼 깨닫는다. 흥겨운 라틴음악이 흐르는 펍 앞에는 리듬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춤사위가 신나게 벌어지고 있다. 맥주 한 병이면 그들과 함께, 진정한 콜롬비아를 경험할 수 있다.

한낮의 살렌토 마을은 밤과는 확연히 다른 곳으로 뒤바뀐다. 골목을 가득 메운 여행객들과 그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상점들이 이름난 여행지의 북적한 풍경을 만든다. 그럼에도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슬로우를 유지한다. 때로는 창문에 얼굴을 내민 이들과 인사도 나눠야 하고, 때로는 예쁘장한 기념품을 찾아내야 한다. 빠르게 걷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을 놓치고 만다. 살렌토를 보지도 알지도 못하게 되는 것. ‘꽃에 꿀벌이 모여든 동네’, 살렌토에 대한 가장 올바른 소개가 아닐까.

코코라 밸리 Valle de Cocora

킨디오 왁스 야자수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산 속에 우거진 풍경. 그 풍경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차를 타고 코코라 계곡으로 향한다. 코코라 계곡은 안데스 산맥 중심 부근, 킨디오 주에 위치한 로스 네바도스 자연국립공원Parque Nacional Natural Los Nevados 내부에 속해 있는 자연 경관으로 국가적 수목들의 주요 서식지이면서 킨디오 왁스 야자수를 비롯한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동식물들이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차창 밖으로 국립공원의 수려함이 얼마간 스쳐 지나가자 계곡의 입구에는 두 가지 교통수단이 손님을 기다린다. 지프와 말, 코코라 계곡 여행을 도와주는 도우미들이다. 물론 두 발로 하이킹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어느새 나타난 개 한 마리가 가이드가 되어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사진출처_모두투어)

보고타, 콜롬비아여행의 시작과 끝

한국에서 콜롬비아로의 여행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항공편으로 미국이나 멕시코 등을 이용하여 첫 발을 딛는 곳이 바로 수도 보고타이다. 이곳에서 긴 비행으로 지친 몸을 잘 추슬러야 하고, 또 돌아가는 긴 비행을 준비해야 한다. 때문에 넉넉하지 않은 일정이라도 하루 이틀 정도는 반드시 보고타에 머무르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보고타에는 꽤 흥미로운 볼거리도, 맛봐야할 음식도 많으니 어떻게 지낼지 걱정은 필요 없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보고타 황금박물관 Museo del Oro

엘도라도의 땅 콜롬비아에서 황금을 빼놓을 수는 없다. 보고타 황금박물관은 황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빛나는 공간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1939년 설립된 이 박물관에는 3만 4000여 개의 금세공품과 2만여 개의 돌, 도자기, 보석 그리고 천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수많은 금세공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은 독특한 양식을 나타내는 인면상들이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특유의 문화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킴바야Quimbaya, 칼리마 Calima, 타이로나Tayrona, 무이스카Muisca, 톨리마Tolima등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작은 세공품들을 용도에 따라 실제 사람의 형상에 장식해놓아 그 용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해놓은 모습도 흥미롭다. ‘황금의 땅’으로 잘 알려진 옛 신라의 황금 유물과 비교하며 살펴본다면 조금 더 알찬 시간이 된다. 주변에 여러 가지 콘셉트의 박물관들이 많으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볼리바르 광장 Plaza de Bolívar & 라 칸델라리아 La Candelaria 역사지구

콜롬비아의 어느 도시를 가던 만날 수 있는 이름이 있다. 라틴 아메리카 독립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볼리바르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볼리바르 광장은 보고타 시내 중심에 위치한 널찍한 광장으로 콜롬비아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주변에는 의회와 대법원, 시청, 대통령궁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볼리바르 광장이 위치한 라 칸델라리아 역사지구에는 19세기 건축양식의 지붕과 식민시대 풍의 발코니가 남아 있는 건축물들이 줄지어 있다. 과거 식민지 시절 총독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정원과 현관들 역시 잘 보존되어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 역사지구에는 500여 개에 달하는 예술 관련 기관 및 단체, 박물관과 연구소, 극장, 도서관, 대학들이 밀집해 있어 콜롬비아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_모두투어)

팔로케마오 Paloquemao 시장

보고타의 서쪽에 위치한 팔로케마오 시장은 버려진 철도 위에 남겨진 오래된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시장이다. 보고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으로 이른 아침부터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팔로케마오는 두 가지로 특히 유명하다. 꽃과 과일. 콜롬비아를 채색하고 있는 눈부신 색의 비결이 그 두 가지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흔히 꽃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다. 꽃가게가 아닌, 길가에도 그리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도 꽃다발이 잔뜩 쌓여있다. 놓여 있는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되어 버린 것은 과일도 마찬가지. 수많은 과일과 채소가 진열대에 놓인 모습은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그 종류도 너무도 다양해서 지나가며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색깔마다 다른 맛을 내는 과일주스 역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난생 처음 보는 과일을 사서 한국으로 가져가는 상상은 결코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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