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5호=최명진 교육연구위원)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발전과 다양성으로 인류에게 가져올 편리성과 그에따른 문제의 발생 우리는 발전을 보며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지를 얼마나 느끼며 바라보며 진행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할 때이다.

코디 윌슨이라는 30세의 미국인이 2012년에 설립한 비영리단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는 총기 소유의 자유화를 주장하는 단체로서, 3D 프린터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권총의 설계도면을 인터넷에 공개하려고 오랫동안 시도하고 있었다. 그동안 코디 윌슨의 이러한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였지만, 총기 소유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마침내 올해 6월에 권총 설계 도면의 공개를 허용한 바 있었고, 이러한 결정은 곧바로 여론의 거센 저항에 부딛히게 되었으며 결국 미국 연방법원은 반대 여론에 밀려, 권총 설계도면 공개를 불과 1시간 앞둔 시점에 배포를 ‘일시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기술의 양면성
기술은 양면성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D 프린터 역시 거부반응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의 장기를 찍어냄으로써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만, 위의 사례처럼 총이나 다양한 무기를 누구나 찍어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화제가 되고 있는 기술들이 가진 양면성을 간단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가상현실: 가상현실 기술은 비용 등의 문제로 보편화되기 어려운 항공기 조종교육같은 것을 누구나 배울 수 있게 함으로써 교육의 문턱을 낮춰줄 수 있지만, 사이버섹스나 게임처럼 인간들을 무절제한 쾌락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가상현실과 로봇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간과 거의 유사한 성기능을 발휘하는 섹스로봇이 등장한 지 오래이며, 외국에서는 이러한 로봇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성노동자들을 대체하고,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이 기본적인 성욕구를 해소하기 힘든 성소외자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순기능 위주로 활성화를 모색하는 단계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섹스로봇은 불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을 암기와 같은 단순한 지적활동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의사결정에 너무 깊이 개입할 수 있게 허용한다면 미래사회는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영역은 의사나 법조인같이 방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데, 아직까지 우리들의 보편적인 정서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질병과 치료방법을 판단하고, 인간의 유무죄를 판결정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내에 인공지능이 의사나 판검사가 수행하는 역할을 상당히 대신하게 될 것은 확실하다고 판단되며, 그 시점이 되면 인간은 어떠한 형태로든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인간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허락할 지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받게 될 것이다.
생명과학: 생명과학은 난치질환의 대부분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생명과학으로 인하여 사라질 대표적 난치질환은 다운증후군과 같은 유전질환이며, 최근 각광받는 기술의 하나인 유전자 가위기술은 아직 안전성과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이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유전자 가위가 유전질환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과학자들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생명과학 기술이 인간 개조 혹은 이종 생물간의 교배를 통한 새로운 생명체와 같이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리는데 악용될 우려는 충분하며 따라서 생명과학 기술의 적용을 어느 선에서 통제하느냐 하는 결정도 시급히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또 기술이외에도 대부분의 정책 역시 양면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가령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하여 온실가스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공장의 가동을 중지시킨다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급작스런 물가의 상승이나 생필품의 부족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입안자들은 어느 측면에 촛점을 맞추어 정책결정을 해야할 것인가?
미래학자들은 정보의 공유나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미래에는 의사결정 시스템이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글로벌화
인터넷의 보편화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들은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즉, 글로벌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4시간 상시접속-상시근로체제(24-7 always on)’에 들어서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건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예로 거론한 3D 프린터의 문제를 예로 들어 이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제조업의 시대에는 어느 지역이나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는 국지적인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령 1960년경에 어떤 사람이 프린터로 총을 출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가정한다면 그런 소식이 전세계로 전파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그런 소식을 접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건이 발생한 곳에서 먼 지역에서 사는 사람은 그런 시도를 흉내내기도 어려웠다. 도대체 어떤 기술인지,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새로운 뉴스는 순식간에 전세계로 전파가 되고, 사람들은 관심있는 뉴스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뉴스를 접함과 동시에 아마존에 접속하여 프린터를 주문하고, 권총 도면을 다운로드 받으면 프린터나 총에 대해 전혀 무지한 사람도 며칠만에 총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가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예전같으면 트럼프가 권총도면을 공개해도 좋다고 결정을 하여도,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웃어버리면 끝날 일이었지만 이제는 트럼프의 그러한 결정이 우리 옆집에 사는 사람을 며칠만에 총기소지자로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3D 프린터 제조업체들과 정보통신업체들은 조만간 닥칠 변화가 자신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할 것이다.
의사결정의 복잡화
앞으로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뉴스들은 실시간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예전처럼 정책을 입안하는 소수의 권력자들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도 그러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변수, 관련된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의사결정 방법이나 절차같은 것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 된 것이며 예전처럼 정책입안자의 결정에 따라 국민들이 따라가는 시대도 아니고, 또 결정에 따라 전세계 70억명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결정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예측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즉, 앞으로 의사결정과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결정에 따른 결과가 더욱 예측불가능해 질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언급된 3D 프린터를 총기제작에 사용한다는 뉴스를 접했다면, 정책입안자는 아마 다음과 같은 상황을 그려보게 될 것이다.
도덕성의 문제 :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총기가 범람하여 살인과 같은 중범죄가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간이라도 인터넷을 이용한 3D 프린터용 설계도면의 배포를 금지하는 것은 어떨까?
경제적 문제 : 그러나 그런 정책을 성급히 적용한다면 이제 막 시작된 3D 프린터 산업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올수도 있고 이는 곧바로 경제성장 둔화와 실업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과연 어느 선에서 규제를 해야 부작용은 최대로 하면서도 시장위축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공조의 가능성 : 또 우리나라가 그러한 규제를 강화하여 3D 프린터의 그릇된 사용을 중단시킨다 해도 다른 나라들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총기도면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지도 못하고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발전만 중단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 밖에도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기 전에, 수많은 고민들이 검토되겠지만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결정하기가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그 결정이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심 끝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시장과 다른 국가, 산업의 대응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짐작조차 하기가 어렵다.

현명한 결정
산업사회 시대 이전에는 좋은 결정이냐 아니냐를 효과성 (effectiveness)만으로 판단하였다. 즉, 결과만 좋으면 결정 과정은 어떻든 상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시대에는 경제활동의 목적이 부의 축적보다는 생존에 맞춰져 있었으므로 오로지 결정의 결과가 중요했을 뿐, 과정에 대한 고려는 거의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 시대는 왕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고, 국가가 가진 부 (富)는 모두 왕의 것이었으므로 왕이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여 결정을 하건 시비의 대상의 될 수 없었던 것도 이유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에 진입한 후로는 이른바 생산성 (productivity)의 개념이 일반화되었고, 이에 따라 결정은 효율성 (efficiency)에 따라 잘한 결정이냐 아니냐를 평가하게 되었다. 효율성은 결과가 좋으냐라는 평가요소에 ‘결과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경제적’이었느냐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이다.
흔한 말로 input (결정과정에 투입된 자원)이 output (결과로 이루어진 성과)보다 월등히 작을 수록 좋은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즉, 이 시대부터는 결정의 품질 (品質) 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 시기는 제조업의 발전을 통하여 자원이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많이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따라서 자원은 축적이 가능하다는 개념이 생기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가급적 적은 자원을 소비하면서 커다란 효과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때는 권력이 국가에서 기업으로 이동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보통신과 인지과학의 시대가 될 미래는 어떠한 결정이 좋은 결정으로 평가받을 것인가?
아마도 지혜로운 결정이 미래사회의 이상적인 결정으로 칭송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예측을 하는 이유는 미래사회에는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기 때문이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글로벌화
자주 언급된 것이지만, 아무리 현명한 결정을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협조가 없으면 결정에 따른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다른 나라의 반응과 공조 여부가 중요한 결정의 요건이 된다. 즉, 이제는 이상적인 국가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다른 나라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외교력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될 정도로 단위 국가보다는 지구 전체의 반응과 상황을 감안하면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2. 마이크로파워 (micro power) 시대
다양한 기술이 발달하고 대부분의 정보가 공유됨에 따라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상당한 지식과 추진력, 그리고 경제력을 갖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어지간한 국가가 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라 있을 정도로 개인이 전세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극대화 되고 있다. 즉 이제는 개인이 권력을 가지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따라서 국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몇몇 개인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결정 자체를 쓸모없이 만드는 것도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3. 국가의 위상과 가치 저하
권력이 기업과 개인으로 이동을 하고, 글로벌화가 진척됨에 따라 이제는 결정에 애국심과 국가의 위상같은 개념을 더 이상 강력하게 반영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열풍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제는 화폐란 것을 반드시 국가가 찍어내는 것이 아니고 개인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은 앞으로 국가가 하던 신분의 증명, 재산권의 증명 등도 개인이 할 수 있게 만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국가가 개입하고 해결해 주는 일들은 급속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혜로운 결정을 위한 시스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원들이 다양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예전에는 국가원수들 혹은 대기업 총수들 정도가 세계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힘이 개인에게 까지 주어졌으므로 그런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책입안과 결정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학자들이 제안하는 가장 이상적인 정책결정 시스템은 정부, 기업, NGO, 대학 및 국제기구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공통의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러한 기관들의 리더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집합적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즉, 전통적인 정책결정 주체인 정부와 기업이외에 시민들을 대변하는 NGO, 기술변화를 주도하는 대학 및 연구기관, 그리고 국제교류를 주도하는 국제기구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권력의 이동에 따른 권력의 주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정책결정 시스템은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