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좌장 서청원, 통 큰 정치 표방하는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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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좌장 서청원, 통 큰 정치 표방하는 승부사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3.12.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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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선 의원의 정치적 노련함, 당청 가교역할 기대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복귀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서서히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내 주류인 친박, 거기에 최다선(7선) 의원이라는 점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 현안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적 경험과 노련함으로 당청 간 가교역할뿐 아니라 여당과 야당에 고루 쓴소리를 했다. 30년이 넘는 정치 인생 서청원, 시간은 거저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7선 정치인의 혜안은 정확하고 예리했다. 진정성 있는 정치가 실종된 지금, 서 의원의 지혜와 연륜이 필요한 때이다.

‘돌아온 서청원’, 보폭을 넓히다

 
얼마 전, 서청원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지만 당이 어려울 때 원하면 나설 것”이라며 중책을 맡을 수도 있음을 밝혔다. 그는 원내 복귀 후 조용히 정치적 소신대로 움직였지만 감출 수 없는 존재감 때문인지, 가는 곳마다 이슈메이커가 되었다.
탁월한 스킨십으로 대표되는 리더십, 여기에 통 큰 정치를 표방하는 거물 정치인 서청원, 그는 당초 예상대로 여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 5선 이상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포함한 중진모임을 갖는 등 정치권 조정자로서의 몫을 다했다. 살벌한 정치판에서 보완적 완충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청와대가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대화를 하지 않고 담을 쌓고 있는 형국에서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코드를 가장 잘 아는 서 의원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렇듯 보폭을 넓히고 있는 서 의원의 행보와 발언은 서청원 의원의 당대표 설 혹은 국회의장 설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돌아온 서청원’ 때문에 긴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된 셈이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보다도 선수가 높고,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현재 국회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이나 강창희 국회의장 등도 정치경력으로만 따지면 서 의원의 후배이다. 특히 그는 박 대통령의 측근 중 최측근으로, 서 의원의 포지션을 두고 소리 없는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전략적 당대표’ 김무성을 견제하라
서 의원이 이처럼 당 안팎에서 영향력을 높여갈 경우 유력한 당권주자로 간주되는 김무성 의원측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당초 서 의원은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차기 당권에 도전한다는 설이 유력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의 일등공신이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차기 대권을 노린 세 모으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김 의원의 이런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떨어뜨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는 행위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낙점해 놓았다는 말까지 돌았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다. 임기를 다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반면 청와대로서는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에서 김 의원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로 이어져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이 배가 될 터. 양측 다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서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해 더욱 심한 반대세력은 친이계 의원들이다. 서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것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억압’이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상당수의 친이계 의원들 역시 서 의원이 당내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것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서청원 자리배치와 새누리당 교통정리

 
한편 서 의원이 당권을 포기할 경우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회의장직 도전 시나리오다. 서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경우 국회의장은 다선(多選)과 연장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관례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무난하게 당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우여 대표(5선)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바 있는 정의화 의원(5선)도 의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야권이 서 의원의 국회의장직 도전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기 때문이다.
서청원 의원의 자리배치 시나리오 중 평의원으로 남아 ‘당대표 메이커’나 ‘야권과의 가교역할’ 등 막후 역할에 치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주 낮은 가능성이긴 하지만, 당초 공약처럼 대야 관계에 정성을 쏟으며 박근혜정부에 가장 필요한 충신으로 남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서 의원이 정무장관직을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이 최근 대정부질의에서 정무장관의 역할론을 되짚으며 포지션의 부활을 주장했다. 이것이 서 의원을 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렇듯 새누리당 내에서 서 의원의 자리배치를 둘러싼 물밑싸움이 이미 시작되었다.

친박 좌장의 묵직한 존재감
새누리당 최고 중진의원들이 모인 최고중진연석회의는 다시 한 번 서청원 의원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야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인격을 의심할 정도로 도가 넘는 발언으로 울분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참 용서하기가 어렵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 양승조·장하나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철저하게 처리해 나가고 국회는 국회대로 정상화해 마지막 예산과 남은 법안이 원만히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모처럼 4자회담으로 얻어낸 정국의 정상화를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여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서 의원이 박 대통령과 여야 관계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표명을 함으로써 친박 좌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한국정치 30년의 산증인, 다시 한 번 비상

 
‘政治’ 중 政은 正이요, 治는 물 水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곧 정치란 바른길로 나아가야 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순리에 따라야 함을 의미한다. 역으로 정치가 바르게 나아가지 못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순리에 따르지 않을 때 그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고 나라가 혼란스러워짐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정치의 요체는 정치지도자들이 正道를 밟고 順理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라가 태평해지고, 국민의 삶은 편안해진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헤매고 있다.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였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국회가 정쟁의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우리나라 정치의 구심점에 30년 동안 있었던 그다. 공헌도 많았으며 책임도 많다. 오롯이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묵묵히 걷다보니 아픔도, 억울함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서청원이라는 네임밸류의 6선 의원이 ‘전략적 공천’이라는 말이 분분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원내에 입성한 것. 추동력 있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다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충성도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코 바르지 않다는 서청원 의원, 한국정치 30년 동안 궤를 함께 해 온 그는 오늘도 일보전진을 위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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