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5호=박현민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16년 11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시도 및 물리적 충돌을 준비하게 하는 한편 계엄령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추 대표의 발언은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 격분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던 시기와 맞물려 청와대 및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現 자유한국당)인사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16년 11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으나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사진출처_뉴시스)
정연국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제 1야당의 책임 있는 지 도자가 하기에는 너무나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이라고 반박했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공당의 대표가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를 공식적으로 이 렇게 퍼트릴 수가 있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럴 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들게 한데 다 또한 2017년 3월 10일, 박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인용되 면서 점점 잊혀져 갔다. 이후에도 군 인권센터와 언론을 통해 계엄령 실 행 가능성 및 위수령 검토 등에 관한 보도가 다뤄지기도 했지만 여론의 반 응은 잠잠했다. 하지만 ‘계엄령 검토 문건’이 공개되면서 추 대표의 발언 은 다시금 재조명 받고 있다.
“촛불집회 당시 군이 위수령·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7월 5일,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목전에 둔 2017년 3월 기무사에 의해 작성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제목의 8쪽 분량으로 이루어진 문건을 일부 공개했다. 그러 면서 이 의원은 문건의 작성 경위 및 가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 는 한편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문건이 한민구 당시 국방 부 장관은 물론 그보다 더 윗선인 총리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됐을 것 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 의원의 문건 일부 공개 다음 날인 지난 7월 6일,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의 계엄 검토 문건 전문을 공개하며 “촛불 무력 진압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이한열 기 념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문건에는 시민들에 의해 폭동이 일어날 것을 예 상해 시위진압을 목적으로 한 비상계엄 선포와 전국에 병력을 투입할 구체 적인 실행계획이 담겨져 있다며 “군이 박근혜 정권의 유지를 위한 친위쿠데 타를 주도면밀하게 기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건 작성 관련 자들이 형법 제 90조의 내란음모죄를 범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임 소장은 기무사 문건이 위수령, 계엄령 발동에 따르는 한계에 대한 극복 방안을 모두 제시하고 있는 점을 들어 병력 투입 논의가 만일의 사태를 위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한편, 계엄령 주무부서인 합 동참모본부가 계엄 관련 논의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무사는 계 엄령 선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계엄령 선포 근거 및 절 차를 기획하고 계엄사령부 직제를 편성하며 병력 동원, 배치 계획과 실행 준비를 맡았다고 밝힘과 함께 “이는 명백한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건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가 장악을 위한 세부적 계획까지 명 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계엄령 검토가 폭동 진압 및 질서 회복을 목적으 로 하는 것이 아닌 쿠데타를 통한 불법적인 국가 장악을 목적으로 하는 만 반의 준비라고 내다봤다.
임 소장은 문건을 보고 받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문건 보고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계엄사령관으로 내정된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 관련자를 모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여 대응하고 상황 악화시 계엄 시행 검토’
지난 7월 6일, 군인권센터에 의해 전문이 공개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 무 수행방안’ 문건은 현상 진단, 비상조치 유형, 위수령 발령, 계엄 선포, 향후 조치 등의 5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문건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기각할 경우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에 의 해 집회 및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심각한 치안불안을 야기할 것이고 이는 국가 안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군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보수진영에서 계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 다수 국민들이 계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상조치 유형’에는 위수령과 계엄발동 요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서술 돼 있으며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각각 다음으로 이어지는 ‘위수령 발령’ 과 ‘계엄 선포’에서 다뤄지게 된다. ‘위수령 발령’에서는 위수령의 시행요건 으로 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돼 경찰력만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경우 육군 참모총장이 시위가 발생한 지역에 주둔해 있는 부대 지휘관을 위수사령관 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위수사령관은 위급시 위수령을 발령해 군이 담당하는 주요 시설을 보호하고 필요에 따라 경비 강화를 위한 병력증원 요청, 합참의장 혹은 국방부장관의 승인 하에 병력 출동이 가능하다.
이어 문건에는 위수령과 관련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침해되는 등의 위헌 소지를 놓고 대통령령에 근거해 발령한 것으로 차후 법령 무효 및 국 가배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군의 책임은 없다는 식으로 서술돼 있으며 국회가 위수령 무효법안 제정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통해 2개월 이상 의 기간 동안 위수령 유지가 가능하다는 언급도 덧붙여져 있었다.
‘계엄 선포’ 항목은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의 시행 요건 및 선포 절차, 시 행 계획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우선 경비계엄은 사법업무 및 국정기능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군 투입 이 필요할 경우 시행한다고 밝혀져 있다. 반면에 비상계엄은 행정, 사법 기능을 포함한 국정 전반이 마비상태에 빠져 군에 의한 빠른 질서 안정이 필요한 경우 시행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계엄선포 절차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국방부 측이 계엄 선포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검토 후 NSC와 협의 과정을 거쳐 계엄 선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국무회의에 상정·의결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선포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계엄사 편성과 관련해서는 먼저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해 합참의장이 북한 측의 도발에 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한편 계엄업무수행군은 기동성 및 현행작전 등을 고려해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 6개 이상의 여단으로 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경비계엄 시행과 관련해 군 중요시설 방호 및 소요진압에 주안을 두고 ‘사이버 대응조직’을 활용해 북 측의 사이버심리전 활동을 차단한다고 기록돼 있는 한편, 비상계엄은 계엄사범을 색출해 사법처리하고, 계엄협조관과 정부연락관을 소집해 정부부처와 법원행정처를 지휘, 감독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계엄사 보도검열단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유언비어 대응반을 통해 사이버 유언비어를 차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향후 조치’ 항목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 선고일 까지 서울지역에 대한 위수령 시행 준비와 관련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한편, 헌재의 탄핵결정 선고를 전후해 진보 및 보수세력의 동향과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집회 및 시위 양상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대비계획을 국방부와 육군본부 등 관련기관에 제공해 계엄기구 설치와 운영을 준비해 계엄임무수행군의 임무수행 절차를 구체화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각 부대 지휘관들에게 2017년 당시의 계엄령 관련 모든 문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최단시간 내에 제출할 것을 명령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16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부대 지휘관 회의에서 "오늘 오전 군 통수권자이신 대통령께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군(軍) 내에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확인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계엄문건과 관련된 모든 문서를 신속하게 제출할 것을 문건에 언급된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명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인 20일, 청와대는 21개 항목에 67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계엄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세부 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한 계엄선포, 계엄군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의 성공 관건’이라는 언급 외에 △비상계엄 선포문 및 계엄 포고문 △광화문 및 여의도를 포함한 주요 지역 및 시설에 대한 병력 투입계획, △계엄해제를 막기 위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을 표결에 불참시키고 다른 당의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정족수 미달을 꾀하는 계획, △계엄사령관에 의한 국정원 지휘·통제,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 및 계엄사 요원 파견, △언론사들에 대한 보도통제, △기타 정부 부처 조정통제 방안 및 각국 대사관, 외신에 대한 설득 등을 다루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세부자료 공개 이유에 대해 “문건의 중대성과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으며 공개한 세부자료가 기무사의 계엄문건 작성과 관련해 검토가 아닌 실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증거라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그건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답했다.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7월 1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인도를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특별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인 11일,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라는 명칭의 독립된 수사단이 구성됐으며 송영무 장관은 책임자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을 임명했다.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특수단은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의 군 검사들로 이뤄졌으며, 수사 대상에는 문건 작성 의혹 외에 기무사에 의해 행해진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도 포함됐다. 국방부 검찰단 별관에 거점을 둔 특수단은 수사 진행 전반을 맡는 수사기획팀과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맡는 수사1팀,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2팀 이상 3개의 팀으로 구성되었다.
지난 7월 16일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간 특수단은 기무사로부터 계엄령 문건 세부자료가 담긴 USB를 제출받았으며 계엄문건 작성 실무자와 지휘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7월 25일, 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던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특수단은 오전 9시경 계엄문건 작성 관련자 15명의 기무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증거를 확보하는 한편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기우진 기무사 5처장을 소환 조사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기무사 계엄 문건 작성 TF의 책임자였던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소 참모장과 기 처장은 계엄 문건 작성과 관련해 한 전 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한편, 국방부와 법무부는 7월 23일 기무사 작성 문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과 민간인도 주요 수사 대상자로서 민간 검찰과의 공조 필요성을 고려하여 군·검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해 공동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군 특별수사단장인 전익수 대령과 검찰 측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 2부의 노만석 부장검사를 공동 본부장으로 하는 합동 수사기구인 ‘군·검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지난 7월 26일부터 본격 가동됐다.
지난 8월 3일, 합수단은 한 전 장관과 조 전 기무사령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6일에는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이 자진 출석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틀 후 특수단은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송 장관에게 수사기한을 30일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송 장관이 수용하면서 다음 달인 9월 18일까지 수사기한을 연장하게 되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8월 21일 계엄령 문건에 나온 15개 계엄임무수행군의 당시 지휘관 및 작전계통 근무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음을 알렸다. 조사의 목적은 계엄 문건이 실행을 바탕에 두고 작성됐는지 규명하기 위함이며 △계엄령 문건 작성단계부터 기무사와 계엄임무수행군 간 교감 여부, △계엄령 실행을 염두에 둔 회합 혹은 통신 여부, △계엄령 문건이 실제 계엄임무수행군에 전달 여부 등에 대해 중점을 두고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이 조사에서 계엄 문건의 적절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건을 하달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했을 것인지 등을 지휘관들에게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휘관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계엄 문건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20일, 조 전 기무사령관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당일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합수단은 문건 작성 배경 및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안보실장 등의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낸 장모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미국에 체류 중으로 알려진 조 전 사령관의 귀국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23일부터 이틀에 걸쳐 조 전 사령관과 한 전 장관의 보좌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향후 합수단의 수사 성과는 한 전 장관과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 여부 및 그들의 진술에 따라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후속 조처도 내리지 않은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16일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 장관의 후속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월 12일, 외부 기관을 통해 해당 문건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했으며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외부 기관이라고 하던 감사원은 국방부로부터 기무사의 문건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의뢰받거나, 이에 대한 검토를 실시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고 그러자 국방부는 대변인이 착각한 것 같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7월 16일, 송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문건에 대해 보고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무적 고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분위기 유지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우호적 상황조성 그리고 앞서 제기됐던 바와 같이 6.13 지방선거를 고려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송 장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판이 제기되던 가운데 지난 7월 24일, 100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이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송 장관으로부터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언급이 있었다는 발언을 하면서 계엄문건의 위법성 인지 여부를 놓고 송 장관과 기무사 간의 진실공방이 펼쳐지게 됐다. 이 자리에서 민 대령은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겠다”며 송 장관이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으며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하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도 “3월 16일 송 장관에게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며 ‘문건에 관해 보고받았을 당시 바쁘니까 놓고 가라고 했다’는 송 장관의 말을 반박했다. 이 사령관과 민 대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하극상 논란으로 이어졌고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냐”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에 민 대령은 다음날인 25일 송 장관의 발언이 적힌 보고서를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제출했고, 국방부는 보고서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이 같은 행동은 결국 기무사 개혁의 구실만 된다고 비난했다.
계엄문건 사태가 송 장관과 기무사 간의 진실공방으로 변질되어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함과 동시에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기무사 개혁위에 서둘러 개혁안을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진실공방 논란과 관련해 “송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못을 따져야 한다”며 개혁위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국민들이 불신해서 개혁을 해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온다면 개혁을 해야 되느냐 해체를 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느냐”
지난 5월 출범한 기무사 개혁위원회 TF (이하 ‘개혁위’)는 장영달 전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민간위원을 포함해 14명으로 구성되었으며, 계엄문건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기무사에 의해 행해진 정치개입과 민간사찰 근절을 중점으로 기무사의 명칭과 조직, 규모 등에 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기무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감한 개혁을 예고했던 장영달 개혁위원장은 지난 7월 19일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한 것 같다”며 해체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체 이후에 국방부 산하의 새로운 정보기구로 재편하는 방안과 국방부 외부에 병무청과 방위사업청 같은 독립된 외청을 만들어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또한 기존인원의 14%를 감축하겠다는 기무사의 제안에 대해서도 30%는 축소해도 기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대다수의 위원들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장 위원장은 이날 기무사 최종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계엄문건 공개 이후 특별수사단까지 출범하게 되면서 지난 7월 12일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기무사 미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8월 중순까지 최종 개혁안을 내놓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새로 창설하는 군 정보부대의 명칭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하기로 했다"
지난 8월 2일, 개혁위는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최종 권고안을 확정지었다. 권고안은 기무사 설치 및 운영의 근거가 되는 대통령령과 기무사령 등의 제도적 장치를 폐지할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금하도록 했다. 그리고 기무사 요원도 앞서 장 위원장이 밝혔던 바와 같이 현 인원에서 30% 이상을 감축하기로 했으며 전국 시·도에 배치된 ‘60단위 기무부대’는 전면 폐지하도록 결정했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 중단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또한 개혁위는 조직형태와 관련해 기존의 기무사처럼 사령부 형식을 유지하는 방안과 국방부 산하의 본부로 편성하는 방안, 외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 등의 3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여지를 뒀다.
다음 날인 3일, 문 대통령은 기무사를 해편(解編)한 후 새로운 형태의 사령부를 창설하고 기존 기무사에서 민간인 사찰 및 계엄 문건 작성 등 불법행위에 관여했던 인원들에 대해 원대복귀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하극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해임하고 비(非)육사 출신인 남영신 육군특전사령관을 새로이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기무사 해체와 함께 새롭게 창설될 군 정보부대 명칭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원사‘)로 결정됐으며, 남 사령관을 단장으로 하는 창설준비단이 구성됐다. 그리고 지난 8월 14일, 안보지원사 제정령 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됐는데 그 내용으로 조직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직무수행을 이유로 군인과 군무원에 대해 권한을 오·남용하는 행위 등을 엄격히 금하고 조직 내 군인의 비율이 70%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조직내부를 조사할 수 있는 감찰실을 두게 하고 감찰실장으로 군인이 아닌 군무원, 검사 등의 고위공무원을 선임하게 했으며 보안 및 방첩 기능을 그대로 두고 군에 관한 정보 수집 및 처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조직의 목적으로 명시했다.
21일, 문 대통령은 남 단장으로부터 안보지원사 창설 추진계획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민간인 사찰, 정치·선거 개입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군형법에 의거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안보지원사를 만들 것”을 당부했다.
기무사 개혁의 결과, 새로운 군 정보기관으로 출발하는 안보지원사에 대해 기존의 기무사와 기능이나 임무 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며 ‘도로 기무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보안사(국군 보안사령부의 약칭)의 폐해를 막기 위해 1991년 1월, 새로이 기무사로 개편했지만 그 결과는 지금 국민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다. 단순히 조직 명칭만 새로이 바꾼다고 해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기무사 개혁의 본질에 대해 묻는 질문에 기무사를 칼날, 청와대와 대통령을 칼자루를 쥔 사람에 비유하며 문제는 칼날이 아니라 칼자루를 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처럼 조직 재편성은 개혁의 종착점일 수 없다. 아무리 헤쳐 모여를 반복해 조직을 없애고 다시 만든다 해도 권력이 필요로 하는 한 언제든지 제2, 제3의 계엄문건 사태 혹은 더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기무사 개혁의 결말은 권력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내던질 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