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JTBC ‘뉴스9’, 중징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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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JTBC ‘뉴스9’, 중징계 결정
  • 김득훈 부장
  • 승인 2013.12.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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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과 객관성 잃었다 vs 정권의 언론장악이다

JTBC <뉴스9>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19일 야권 추천 위원 일부가 퇴장할 만큼 여야 추천 위원들 간의 격론이 일었지만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의견대로 결론 났으며, 제재 수위도 예상보다 높았다.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는 JTBC <뉴스9>의 11월11일자 보도,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14조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추가로 제기되자 이를 병합해 심의,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를 내렸다. 이는 벌점4점으로 ‘과징금’ 부여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제재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유례없는 병합 심의”라고 반발했지만 조정 끝에 심의가 이뤄졌다.

여권, “편향된 출연자, 불공정했다”

 
공정성 및 객관성 문제로 종합편성채널이 중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JTBC는 법무부의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담을 나눴다. JTBC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을 다루면서 다양하게 존재하는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아 시청자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방통심의위는 지적했다.
이날 여권 추천 위원들은 관련 보도를 두고 “9시 뉴스는 시사해설이나 토론보다 엄격한 최고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이번 뉴스는 종합뉴스 사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긴 가장 대표적인 수치스러운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정부 측 주장과 다른 출연자들만 출연시킨 점 △헌법학자 및 시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자의적이라는 점 △이 사안과 무관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유도성 질문을 했다는 점 등을 문제삼았다. 이는 결국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의 진행 및 해석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시간 할애를 두고 뉴스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이 김재연 대변인과 김종철 교수 등에 일방적으로 할애됐다고 주장했다. 박 만 위원장은 “김종철 교수가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청구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출연시켰느냐”면서 “그는 절차적 문제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반대하고 있다”라며 정부 측 입장과 반대되는 출연자들을 출연시킨 것이 문제였다는 뜻을 내비췄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손 앵커가 박원순 시장에게 이번 사안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권 부위원장은 “시정 성과를 듣는다는 기획으로 출연했는데 손 시장이 (통합진보당 관련)질문을 던진 것을 두고 내부에서도 ‘물어서는 안됐다’는 비판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더군다나 박 시장이 손 사장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는 답변을 하자 보충 질문을 했다. 어떻게 봐도 앵커가 의도를 갖고 유도성 질문을 해서 해산 심판 청구는 잘 한 것이 아니라는 최소한의 답변을 얻어내려는 의도로 읽혔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남아서 관련 사안을 물어봤다는 것도 트릭”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병상 보도국장은 “리포트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한다. 정당 청구 해산 사유는 최대한 압축해서 전한 뒤 통합진보당 당사자를 불러서 그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며 헌정 초유의 사건인데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을 다루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9’ 중징계 소식에 중앙일보와 JTBC 공보위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방통위의 처분에 수긍할 수 없다는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야권, 잣대 없는 방심위 비난
야당 위원들은 JTBC 중징계를 강행한 여당 위원들에 대해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전날 여당 위원들은 전날 심의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을 향해 ‘종북’이라고 한 정미홍 전 아나운서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TV조선 <뉴스쇼 판>에 대해선 ‘의견 제시’ 의견을 낸 데 그쳤기 때문이다.
김택곤 위원은 “손석희 앵커와 (TV조선) 최희준 앵커 가운데 누가 중립성을 지키느냐고 하면 손석희 앵커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심지어 일방적인 비난을 했고, 팩트에도 어긋났다. 그 잣대와 오늘 잣대 차이를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도 “정미홍 씨 건을 공정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이걸(JTBC 보도)를 공정하지 않다고, 중징계 내리겠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신 위원은 “방심위가 출범한 이래로 많은 비판 받아왔지만 오늘은 최악의 사태”라며 비판했다. 박 위원은 “보수 편향 방송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종편 방송에서 균형 잡힌 방송을 해보겠다는데, 정미홍 건은 너그럽게 심의하고, 이럴 거면 뭣 하러 심의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박 위원은 특히 이번 조치가 방송을 넘어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렇게 중징계하면 심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 징계를 빌미로 중요한 프로그램을 안 맡기든지 내부적으로 영향을 준다”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것인가, 2013년 대한민국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여론수렴의 창구인 언론에 마스크를 씌우려느냐”라고 지적했다.

정치와 언론, 공정성과 객관성을 찾아라
손석희와 JTBC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하지만 7개월이 지나자 JTBC의 행보는 점점 손석희화 되어갔다. 논조도 달라졌다. 진정한 보도방송으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환경이 아니라 리더가 우선이라는 것이 증명되려는 순간이었다. 손석희라는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은 JTBC가 특종을 내고 심층탐사보도 기사가 늘어나는 등 내부적인 변화도 감지됐다. 하지만 이번 통진당 보도 중징계 관련, 추동력을 가하던 손석희 사장에게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과 정치는 국민을 대변하는 수단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가장 정확하고 투명해야 하는 이들이 색깔론에 휩싸여 본질이 퇴색되어 간다.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자신의 본분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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