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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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공격
  • 글/ 이현지 기자
  • 승인 2006.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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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격전, 중동은 지금 불타는 화약고
이스라엘 친서방정부 수립 목적, 미국 암묵적 동의 하에 공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공격하면서 중동은 지금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고 있다. 최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의해 붙잡혀간 이후 공세를 거듭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대외적으로 하는 말과 실제 속셈은 극도로 불일치한다는 평가다. 무력 침공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불어나는 데 대해 일부 언론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간다”고 보도하자,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내각 장관은 “이번 작전이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개월동안 공격받고 폭격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은 6월 27일 밤 11시51분에 시작됐다. 우선 전투기들이 세 차례 공습을 감행해 외부로 통하는 가자의 교량을 끊었다. 이튿날 새벽 1시42분엔 가자지구 발전소가 폭격으로 파괴됐다.
가자지구는 온통 암흑천지가 됐다. 그리고 새벽 2시24분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향해 진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12일 일방적으로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지 9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날 새벽 5시8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가자지구 주민들은 의도적으로 저공비행을 하는 이스라엘 전투기의 굉음에 여명을 맞았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밝힌 이번 ‘작전’의 목적은 두 가지다. 6월 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납치’해간 이스라엘군 탱크병 길라드 샬리트 상병 구출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땅으로 쏴대는 카삼 로켓 발사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언론조차 올메르트 총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하마스 정부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다음번에는 좀더 ‘책임감 있는’ 정부를 선택해 이스라엘과 협상에 나서도록 하려는 게 진짜 의도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레바논 공격의 진짜 의미는?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통해 헤즈볼라를 무력화한 다음에 레바논 남부에 이스라엘을 보호할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레바논 국경을 감시할 다국적군 파견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를 무장해제 시킨 다음 친서방 레바논 정부를 세우는 것이 미-이 동맹의 일차 목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 및 아랍 동맹국들과 이란·시리아가 헤즈볼라를 재무장시키지 못하도록 레바논 국경과 베이루트 공항을 국제 감시 아래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이 신문이 전했다.
미국은 국제여론에 밀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정전을 요구하기 전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시설들을 최대한 파괴할 수 있도록 일주일의 시간을 줬다고 영국 ‘가디언’이 7월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하도록 허가한 것이 분명하다”는 한 유럽 고위관리의 발언을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동 방문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지금 상태에서 정전과 다국적군 파견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리아와 이란이 최종 목표 큰 그림에서 헤즈볼라 ‘제거 작전’은 시리아와 이란을 겨냥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분쇄를 통해 골칫거리인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한꺼번에 노리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와 이란의 중동 내 입지를 약화시킨다면, 미국의 이라크 전략과 전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도 중요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납치된 병사 2명이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시리아·헤즈볼라·하마스 등 중동 전역의 큰 위협과 맞닥뜨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미유대인위원회의 에란 레르만 이스라엘국장은 AP통신에 “이번 군사작전은 급진 이슬람주의에 대응하는 결정적 순간이며, 섣부른 조기 철수는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내전(1975~1990) 와중에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무력화와 친이스라엘 정부 수립이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요르단에서 쫓겨나 베이루트에 둥지를 틀었을 때, 이스라엘과 미국은 ‘테러집단’으로 낙인찍은 이 기구를 쫓아내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을 레바논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결국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종파에 따라 분열된 채 불안하게 공존해온 레바논을 하나의 나라로 살아남지 못하게 할 가능성을 조성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의 전투기와 함정들은 7월 19일 레바논 전역에 대대적인 포격을 감행해 민간인 5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사망자 수는 8일 전 전투가 개시된 이후 최악의 수치다. 이로써 레바논인 사망자수는 최소 310명으로 늘어났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레바논 재무장관은 20억 달러 이상의 기반시설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대규모 희생, 전쟁범죄 논란 불거져
한편,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 대규모 민간인 희생과 사회기반시설의 초토화를 초래하면서 전쟁범죄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7월 들어 3주 넘게 계속된 이스라엘 군의 가자 공격으로 자치정부 외무부 건물을 포함한 공공건물과 교량, 도로 등 기간시설이 많이 파괴되고 약 100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시작한 레바논 공격에 따른 인적, 물적 피해는 팔레스타인 지역을 훨씬 능가한다. 이스라엘은 무장조직을 거느린 레바논 내 시아파 정치세력인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한 이 공격을 통해 레바논의 사회기반시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또 무차별 공습에 따른 사망자만도 19일 현재 300명을 넘어섰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민간인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자위권 행사다. 자국에 적대적인 세력이 병사를 납치해 안보를 위협한 만큼 무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스라엘은 또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자국에 로켓공격을 지속적으로 해온 만큼 이들의 공격 기반을 분쇄하기 위한 군 작전은 자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목표가 사회기반 시설에 집중된 데다 희생자도 민간인이 많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 고등판무관은 19일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라엘과 레바논-팔레스타인 간에 고조되고 있는 무력충돌 과정에서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아버 고등판무관은 분쟁 당사자들은 모든 군사작전 과정에서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는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노력을 기울이고 과잉대응을 금하는 ‘비례원칙’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인권법은 교전 중의 민간인 보호를 분쟁 당사자들에게 최고의 의무로 강제하고, 이 의무는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를 규정한 국제형사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민간인 인명피해 규모 및 예측가능 정도에 따라 지휘통제 계통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범죄의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무차별적인 폭격에서는 민간인이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해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진행하고 있는 군사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카이로의 한 군사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와 레바논 공격은 국제법상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는 선제 예방공격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이스라엘의 공격행위가 전쟁범죄를 구성하는 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따른 피해 배상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은 7월 중순에만 헤즈볼라 거점 시설을 분쇄하는 동시에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 국민의 불만여론을 고조시키려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사회기반시설과 가옥 등이 대거 파괴돼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물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19일 베이루트에서 각국 외교사절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 땅이 폐허로 변하고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스라엘로부터 배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전범 재판에 회부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전쟁범죄를 구성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스라엘의 전쟁지도부인 올메르트 총리나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 등을 국제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인 미국이나 서방권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범재판을 추구하더라도 이스라엘이 거부할 것이므로 그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레바논이나 미국과 이스라엘을 “테러의 축”으로 보고 있는 아랍권은 이스라엘 지도부를 전범재판에 넘기는 문제를 부각시킬 것으로 보여 이 문제는 향후 아랍권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소재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아랍변호사연맹(ALU)은 지난 2월 이집트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전 총리의 전쟁범죄 혐의를 심판하는 모의 재판을 열었다.
당시 피고인으로 지목된 3개국 정상이 출석을 거부해 궐석으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공소유지를 담당한 사메 아슈르 ALU 회장은 이라크 전쟁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들 3개국 정상이 국제사회의 호의를 악용하고, 이스라엘의 이익만을 좇는 정책을 추구해 이스라엘이 중동지역을 장악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고, 주심판사 역할을 맡은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피고인들을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기소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었다.
어쨌든 레바논과 아랍권이 레바논ㆍ가자지구 침공과 관련해 이스라엘 지도부의 반인륜 전쟁범죄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경우 이스라엘 지도부의 해외여행에 제약에 따르는 등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입지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석은 샤론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영국을 방문해 달라는 블레어 총리의 요청을 전범 혐의로 체포될 것을 우려해 거절한 사례가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블레어 총리는 유엔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한 샤론 전 총리를 뉴욕에서 만나 초청의사를 전달했지만 샤론 전 총리는 영국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거절한 것으로 영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었다.
영국은 국적이나 범죄행위 장소에 관계없이 전쟁범죄 혐의자에 대한 영국 법원의 형사 관할권을 인정해 인권단체들이 팔레스타인인 학살 혐의로 고발해 놓은 전ㆍ현직 이스라엘 군 지휘관들이 영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로 가자지구 이스라엘 군 사령관을 지낸 도론 알모그는 블레어 총리가 샤론 총리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11일 부인과 함께 항공편으로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가 영접 나온 이스라엘 대사가 전범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알려줘 기내에서 머물다 그대로 귀국한 사례가 있다.
1982년 레바논 침공 때 국방장관으로 재직한 샤론 전 총리는 이를 거론하면서 블레어 총리의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 할루츠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도 지난해 같은 이유로 영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이집트의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여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아랍권의 반(反) 이스라엘 정서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그 후유증을 수습하는 일이 또 다른 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전쟁 비화가능성 낮다”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의 충돌이 점점 과격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점증하고 있지만 분쟁 당사자의 보유전력이나 지리적 여건, 상호관계 등을 감안할 때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미국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가 7월 18일 인터넷판에서 진단했다.
이 신문은 이런 진단의 근거로 이스라엘과 주변국가 사이의 미묘한 군사력 균형을 제시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미국의 첨단무기를 아낌없이 지원받고 있는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1982년 시리아와의 공중전에서 단 1대의 손실도 없이 시리아 전투기 80대를 격추시킨 이스라엘의 공군력은 주변 국가를 압도하는 수준이고 따라서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도 거의 모두 공습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고 있는 헤즈볼라 역시 단거리 로켓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이란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보이는 고성능 로켓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에서 3번째로 규모가 큰 하이파를 공격함으로써 그 위력을 내외에 과시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공습하려면 골란고원부터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무력이 밀집된 지역 중 한곳을 거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고 특히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이용한 반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은 거리 때문에 이스라엘에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고, 이스라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국가안전위원회의 나다브 모라그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가 이길 능력은 없지만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고 이란에 대한 공습 역시 마지막 수단으로만 선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이런 현실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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