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몸짓이 등불로 움 트이는 또 다른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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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짓이 등불로 움 트이는 또 다른 ‘나무들’
  • 김태이 부장
  • 승인 2013.12.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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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예술 인재양성 프로젝트 ‘아름다운 몸짓-더불어 숲’ ‘푸른공기의 춤’ 공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사)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이철용 이사장) 주관으로 서울여자고등학교, 수도여자고등학교, 영등포여자고등학교의 특수학급 학생들과 국제장애인문화교류 노원구협회의 회원들, 그리고 비장애인 전문 무용수가 장문원의 부이사장이자 총예술감독인 윤덕경 서원대학교 교수의 지도 아래 6개월 동안의 결실을 무대에 올린다.

▲ 2007.05 대전춤작가전-부는 바람에 귀기울이고

(사)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이철용 이사장/이하 장문원)의 총예술감독 윤덕경 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인 강선영 선생에게서 태평무를 사사한 한국무용가이며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으로 이대교수 김매자 선생이 창단한 ‘창무회’ 초창기 멤버로써 한국무용 변천사에 자리매김할 만한 위치에 있는 그가 장애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갖게 된 것은 18년 전 장문원 이철용 이사장의 매서운 눈썰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러 예술분야에서 장애인들의 참여가 있어 왔지만 유독 무용계에서만큼은 장애인의 직접적 활동이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철용 이사장에게는 몸짓을 통한 표현으로의 ‘춤’이 장애의 한계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 깊이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인물로 윤덕경 교수를 지목했던 것. 결국 2010년 10월17일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무용계 최초로 장애1급에서 5급의 척추장애·뇌병변장애를 가진 8명의 장애인 무용수와 윤덕경 무용단의 전문 무용수 15명이 함께 공연한 “하얀 선인장”의 무대에서 ‘장애인’이라는 가시투성이의 선인장이 자신의 껍질을 깨고 승화된 꽃으로 결실을 맺었다.

장애의 벽 허물고, 존재를 드러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삶의 또 다른 형태의 다름이라는 관념적 접근이 무용의 소재로 등장해 왔던 지난 15년간의 장문원의 행보도 사실 가파른 길이었지만 ‘하얀 선인장’의 공연은 장애인이 장애의 벽을 허물고 어느 분야에서든 ‘존재’로서 ‘드러냄’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논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서 장문원 이철용 이사장은 ‘18년의 긴 시간을 어렵사리 근근이 버티고 걸어올 수 있었던 원천’이 장문원부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윤 교수의 헌신과 희생, 노력 그리고 수고와 흘린 땀방울이라고 했다. 윤 교수에 대한 이 이사장이 보내는 최대의 찬탄이다.

▲ (사)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의 부이사장이자 총예술감독인 윤덕경 서원대학교 교수.
“제 무용의 모티브는 ‘사람과 자연’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또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중요한 관점이죠. 그렇게 주어진 명제를 윤덕경의 춤사위로 풀어냈던 것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갑작스런 전환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죠. 그렇지만 장애인도 사람이고 비장애인도 사람입니다. 결국 큰 모티브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죠. 제가 장애인 문화사회와 줄곧 관계를 가져오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일이 있어요. 어차피 이러한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그 일을 다만 제가 한다는 것인데 하려면 제대로,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2010년 초연됐던 ‘하얀 선인장’의 작품에서부터 장애인들을 무용수로 연습시켜 전문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을 했습니다. 정말 많이들 열심히 했고 또 고생도 많았습니다. 일반인들도 쉽지 않은 춤동작을 익히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를 쏟는 일입니다. 물론 장애의 경우에 따라 차등화된 춤동작을 안배했지만 그래도 역시 대단한 일이죠. 춤동작을 가르쳤던 전문 무용수들의 노고도 말로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로 가르치는 입장도, 배우는 입장도 다 같이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윤 교수가 ‘하얀 선인장’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이 왜 필요한지에 대하여 무용의 소재로써 접근했었다면 ‘하얀 선인장’의 공연에서부터는 좀 더 적극적인 ‘소통과 조화’ 그리고 ‘융화’까지를 시도한 시금석 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얀 선인장’의 공연 준비 자체는 바로 장애인이 깨고 나와야 할 껍질을 깨는 과정과 비장애인이 깨고 나와 할 바가 무엇인지를 그야말로 몸소 보였던 참고서적 성취를 이끌어 낸 소중한 일이었다.
“이번 ‘푸른 공기의 춤’에서는 성인이 아닌 고등학교 특수반 학생들이 참여 했습니다. 사실 ‘하얀 선인장’공연 때보다 더 어려웠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참여한 특수반 학생들이 준비 기간 동안 보여 줬던 변화된 모습 뿐 아니라 학부모들마저 변화된 모습들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학부모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 아이가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무용’은 고도로 함축된 진정성이 담긴 몸의 언어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자녀보다도 더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부모, 특히 모성이 더 고통스러울 거라는 걸 윤덕경 교수는 간과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윤 교수의 여타 작품 안에 녹아있는 ‘모성(母性)’은 그가 풀어내는 ‘춤’의 지지대이지 않는가.
‘춤’은 몸의 언어다. 몸으로 말하는 언어는 다른 어떤 표현 보다 직접적인 ‘진심’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기교가 뛰어난 표현을 구사한다 해도 진정성이 결여된 몸짓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만다. 때문에 ‘몸짓’을 통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무용’ 역시 고도로 함축된 ‘진정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몸짓에 일정한 룰을 적용시켜 전달하고자 하는 테마를 확실히, 또는 더하여 확장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더 세심한 요구를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완성도’이다. 윤 교수의 손에서 창작된 창작무는 기획과 안무, 음악, 무대연출 그리고 출연자에서 연습과정까지가 세팅된 한편의 드라마나 연극처럼 그 완성도가 높아 관객의 감동을 끌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재적소에 포석된 안무의 장치들은 관객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극적인 전개의 흐름을 주도하고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조용히 드러남이 없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마치 적당한 물기를 머금은 흙처럼 말이다.
 
윤 교수는 우연히 떨어진 장문원의 ‘씨앗’을 품어 성장시키고 잎을 틔워 꽃으로 그리고 열매를 맺게 하는 땅의 ‘모성성(母性性)’을 그대로 닮아 있다. 장문원과의 인연 이래 그가 보여주었던 장애인 문화복지 실현에 따른 헌신과 애정은 튀지 않은 흙의 성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흙은 한차원의 세계가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곧 ‘곤(坤)’인 것이다.
‘푸른 공기의 춤’은 대지(흙) 위에 뿌리 내린 ‘또 다른 너’의 튼튼한 호흡이고 희망이며 ‘더불어 숲’을 이루는 찬란한 몸짓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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