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물가 한국경제 내외 악재에 ‘흔들’
고유가, 물가상승에 위기조짐, 성장동력 확충만이 답
올 하반기 한국 경제가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만 오르는 저성장ㆍ고물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소비 회복세가 미약하고 경기가 침체돼 수요는 뾰족히 늘지 않는데 치솟는 유가와 북한 미사일 문제 등 대외 변수로 인해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저성장ㆍ고물가 추세로 이동
경제전문가들은 당장 소비자물가가 4~5%까지 치솟고 성장률이 3% 내외로 추락하는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저성장ㆍ고물가 추세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성장잠재력 확충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하반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춘 반면 소비자물가는 상향 조정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3분기에서 4분기로 접어들면서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하반기에 잠재성장률 5% 수준을 제시했던 한국경제연구원은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을 4.2%와 3.3%로 낮춘 반면 4분기 소비자물가는 3.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수준이 성장률을 넘어선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4분기에 3.7%의 낮은 성장률을 예측하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보고 있다. 최근 4분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3%포인트 낮춘 4.1%를 제시한 KDI는 소비자물가는 3.2%로 예측했다.
경제연구소들이 성장률 둔화와 소비자물가 상승을 수정 전망한 주요인은 국제유가 급등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저성장ㆍ고물가 현상을 부채질할 대외변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연구소들이 올해 평균치로 예상했던 배럴당 62달러 내외를 넘어 70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면전 가능성, 이란 핵문제 등으로 국제유가에 악재가 될 수 있는 갈등요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수출마저 둔화되고 물가압력은 가중되면서 올해 말께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긴축 가능성도 돌발변수다. 중국 경제는 상반藪, 예상보다 높은 10.9%의 고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긴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긴축은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위기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국가정보원조차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심리 악화로 회복기조가 꺾일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국과 인도의 싼 가격 물품들이 선진국에 수입돼 지극히 낮은 물가를 이끌어 왔지만 최근 중국 인도의 상품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물가’ 하반기 경제운용 변수로
한편 하반기에는 물가불안이 더욱 가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일 계속된 집중호우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농림수산품 물가가 급등하고 있으며 국제 유가도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마저 상승해 수입물가의 오름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조짐이 계속될 경우 물가가 올 하반기 경제운용에 큰 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들어 상승세를 보였던 물가가 집중호우와 고유가 등 예상 밖 변수로 인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날씨나 국제 유가보다는 앞으로의 추이”라고 진단했다.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농수산물 가격마저 급등세로 돌아섰다. 7.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 따르면 이번주 배추 1포기의 가격은 1,800원으로 지난주의 1,300원에 비해 40%가량 급등했다. 또 대파 1단은 전주 940원에서 2,430원으로 2.5배 이상 폭등했으며 상추(100g)는 600원에서 1,300원으로 2배 이상, 감자 1㎏은 850원에서 990원으로 140원(16.5%)이 상승했다.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이 같은 채소류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협 관계자는 “호우 피해가 컸던 지역에서 생산하는 야채 값이 급등했다”면서 “가격 상승세가 8월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농림수산품 물가(생산자 물가지수 기준)는 올 들어 6월말까지 2.4% 하락하며 상반기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번 집중호우로 농림수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혜택이 상당부분 희석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고유가 부담 역시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1.73달러 떨어진 배럴당 75.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일(거래일 기준)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중동위기 고조에 따른 유가 불안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와 달러가치 변화를 감안할 경우 유가가 90달러 수준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하반기 물가불안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올해 평균 원유도입 단가를 배럴당 63달러로 가정했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은의 원유도입단가 가정치는 상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원화기준)가 1%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02% 올라간다. 최근 유가가 단기적으로 10%가량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요인만으로도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쯤 오를 요인이 생긴 셈이다.
한은은 최근의 집중호우와 국제 유가 상승이 당초 물가전망치(하반기 2.8%)를 수정해야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추세적으로 상승할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농산물가격이나 유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 박광민 물가분석팀장은 “집중호우에 따른 충격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매년 반복되는 것으로 이번에만 특별히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고 유가도 현 수준에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상승추세가 지속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풀고 성장동력 확충에 힘써야
연말까지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저성장ㆍ고물가 현상이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도 적지 않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유가로 인한 물가 압력에다 국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반기 경기둔화가 염려되고 기업 수익 악화가 예상 된다”며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정도면 물가상승률 4~5%, 성장률 3% 전후 정도가 돼야 하는데 이런 상황까지 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70년대 오일쇼크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국면에 들어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저성장ㆍ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적인 현상으로는 볼 수 있다”며 “기업규제 완화, 성장동력 확충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는 불황기에는 소비가 줄어 물가도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기현상이지만 경기침체에도 유독 물가가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경기는 침체됐지만 물가는 계속 상승한 것이 좋은 예다.
수출 중소기업에 8천억 지원
올해 하반기의 수출 둔화에 대비해 수출 중소기업에 특별자금 8천억 원이 신규로 공급되고 기업의 브랜드마케팅 지원을 위해 간접광고(PPL) 규제 완화가 추진된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정세균 장관 주재로 수출기업 대표, 수출유관 기관장, 경제·산업별 단체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수출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산자부는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10% 안팎에 그쳐 상반기의 13.9%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자부는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를 위한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 고유가, 원화절상 등 대외 요인이 불안하고 7~8월에 집중된 자동차·금속 등 주요 업종의 분규와 비정규직 법안 등 노사정 문제로 하반기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자부는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원화절상에 따라 일시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된 수출 중소기업에 특별자금 8천억 원을 새로 공급하고 외환당국과 협조해 스무딩 오퍼레이션(Soothing Operation)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수출단체와 은행 등으로 구성된 환위험관리지원협의회를 통해 4천여 개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방문 컨설팅을 실시하고 30여 차례에 걸쳐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전국 순회 설명회를 하기로 했다.
독자적인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종합상사 퇴직인력으로 구성된 수출지원단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와주는 수출 인큐베이터를 현재 11개에서 두바이 등을 포함, 14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 영화나 드라마에 상품을 등장시킬 수 있는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한국제품의 불법 복제에 적극 대응하는 등 기업의 브랜드마케팅 지원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가이미지를 실질적인 국가의 브랜드로 만들어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형성하는 국가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오는 8월부터 매년 지역별·상품별 국가브랜드 현황과 상품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코트라에 국가브랜드관리본부(가칭)를 설치, 지속적으로 국가브랜드 현황을 관리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수출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다”며 환율과 금리 등 거시변수의 안정과 모조품 피해 방지, 해외시장 개척 지원을 건의했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하반기에도 수출 활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춰달라”고 당부하고 “최근 불안한 노사관계가 안정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유가, 물가상승에 위기조짐, 성장동력 확충만이 답
올 하반기 한국 경제가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만 오르는 저성장ㆍ고물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소비 회복세가 미약하고 경기가 침체돼 수요는 뾰족히 늘지 않는데 치솟는 유가와 북한 미사일 문제 등 대외 변수로 인해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저성장ㆍ고물가 추세로 이동
경제전문가들은 당장 소비자물가가 4~5%까지 치솟고 성장률이 3% 내외로 추락하는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저성장ㆍ고물가 추세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성장잠재력 확충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하반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춘 반면 소비자물가는 상향 조정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3분기에서 4분기로 접어들면서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하반기에 잠재성장률 5% 수준을 제시했던 한국경제연구원은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을 4.2%와 3.3%로 낮춘 반면 4분기 소비자물가는 3.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수준이 성장률을 넘어선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4분기에 3.7%의 낮은 성장률을 예측하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보고 있다. 최근 4분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3%포인트 낮춘 4.1%를 제시한 KDI는 소비자물가는 3.2%로 예측했다.
경제연구소들이 성장률 둔화와 소비자물가 상승을 수정 전망한 주요인은 국제유가 급등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저성장ㆍ고물가 현상을 부채질할 대외변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연구소들이 올해 평균치로 예상했던 배럴당 62달러 내외를 넘어 70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면전 가능성, 이란 핵문제 등으로 국제유가에 악재가 될 수 있는 갈등요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수출마저 둔화되고 물가압력은 가중되면서 올해 말께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긴축 가능성도 돌발변수다. 중국 경제는 상반藪, 예상보다 높은 10.9%의 고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긴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긴축은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위기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국가정보원조차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심리 악화로 회복기조가 꺾일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국과 인도의 싼 가격 물품들이 선진국에 수입돼 지극히 낮은 물가를 이끌어 왔지만 최근 중국 인도의 상품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물가’ 하반기 경제운용 변수로
한편 하반기에는 물가불안이 더욱 가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일 계속된 집중호우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농림수산품 물가가 급등하고 있으며 국제 유가도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마저 상승해 수입물가의 오름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조짐이 계속될 경우 물가가 올 하반기 경제운용에 큰 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들어 상승세를 보였던 물가가 집중호우와 고유가 등 예상 밖 변수로 인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날씨나 국제 유가보다는 앞으로의 추이”라고 진단했다.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농수산물 가격마저 급등세로 돌아섰다. 7.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 따르면 이번주 배추 1포기의 가격은 1,800원으로 지난주의 1,300원에 비해 40%가량 급등했다. 또 대파 1단은 전주 940원에서 2,430원으로 2.5배 이상 폭등했으며 상추(100g)는 600원에서 1,300원으로 2배 이상, 감자 1㎏은 850원에서 990원으로 140원(16.5%)이 상승했다.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이 같은 채소류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협 관계자는 “호우 피해가 컸던 지역에서 생산하는 야채 값이 급등했다”면서 “가격 상승세가 8월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농림수산품 물가(생산자 물가지수 기준)는 올 들어 6월말까지 2.4% 하락하며 상반기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번 집중호우로 농림수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혜택이 상당부분 희석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고유가 부담 역시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1.73달러 떨어진 배럴당 75.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일(거래일 기준)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중동위기 고조에 따른 유가 불안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와 달러가치 변화를 감안할 경우 유가가 90달러 수준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하반기 물가불안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올해 평균 원유도입 단가를 배럴당 63달러로 가정했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은의 원유도입단가 가정치는 상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원화기준)가 1%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02% 올라간다. 최근 유가가 단기적으로 10%가량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요인만으로도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쯤 오를 요인이 생긴 셈이다.
한은은 최근의 집중호우와 국제 유가 상승이 당초 물가전망치(하반기 2.8%)를 수정해야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추세적으로 상승할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농산물가격이나 유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 박광민 물가분석팀장은 “집중호우에 따른 충격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매년 반복되는 것으로 이번에만 특별히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고 유가도 현 수준에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상승추세가 지속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풀고 성장동력 확충에 힘써야
연말까지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저성장ㆍ고물가 현상이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도 적지 않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유가로 인한 물가 압력에다 국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반기 경기둔화가 염려되고 기업 수익 악화가 예상 된다”며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정도면 물가상승률 4~5%, 성장률 3% 전후 정도가 돼야 하는데 이런 상황까지 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70년대 오일쇼크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국면에 들어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저성장ㆍ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적인 현상으로는 볼 수 있다”며 “기업규제 완화, 성장동력 확충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는 불황기에는 소비가 줄어 물가도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기현상이지만 경기침체에도 유독 물가가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경기는 침체됐지만 물가는 계속 상승한 것이 좋은 예다.
수출 중소기업에 8천억 지원
올해 하반기의 수출 둔화에 대비해 수출 중소기업에 특별자금 8천억 원이 신규로 공급되고 기업의 브랜드마케팅 지원을 위해 간접광고(PPL) 규제 완화가 추진된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정세균 장관 주재로 수출기업 대표, 수출유관 기관장, 경제·산업별 단체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수출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산자부는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10% 안팎에 그쳐 상반기의 13.9%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자부는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를 위한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 고유가, 원화절상 등 대외 요인이 불안하고 7~8월에 집중된 자동차·금속 등 주요 업종의 분규와 비정규직 법안 등 노사정 문제로 하반기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자부는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원화절상에 따라 일시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된 수출 중소기업에 특별자금 8천억 원을 새로 공급하고 외환당국과 협조해 스무딩 오퍼레이션(Soothing Operation)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수출단체와 은행 등으로 구성된 환위험관리지원협의회를 통해 4천여 개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방문 컨설팅을 실시하고 30여 차례에 걸쳐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전국 순회 설명회를 하기로 했다.
독자적인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종합상사 퇴직인력으로 구성된 수출지원단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와주는 수출 인큐베이터를 현재 11개에서 두바이 등을 포함, 14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 영화나 드라마에 상품을 등장시킬 수 있는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한국제품의 불법 복제에 적극 대응하는 등 기업의 브랜드마케팅 지원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가이미지를 실질적인 국가의 브랜드로 만들어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형성하는 국가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오는 8월부터 매년 지역별·상품별 국가브랜드 현황과 상품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코트라에 국가브랜드관리본부(가칭)를 설치, 지속적으로 국가브랜드 현황을 관리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수출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다”며 환율과 금리 등 거시변수의 안정과 모조품 피해 방지, 해외시장 개척 지원을 건의했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하반기에도 수출 활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춰달라”고 당부하고 “최근 불안한 노사관계가 안정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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