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개장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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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개장 10년
  • 글/ 신혜영 기자
  • 승인 2006.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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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울고 웃는’ 코스닥 10년의 ‘빛과 그림자’
코스닥 세계 4위 신시장으로 급부상, ‘냄비증시’ ‘투기장’이라는 오명도 얻어
지난 1996년 개설된 코스닥 시장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시가총액 8조6,000억원으로 출발했던 아시아 변방 신흥시장이 10년이 지난 지금은 시가총액 61조7,000억원으로 세계 4위 규모의 신시장으로 급부상했다. 그간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해온 코스닥 시장에서 10년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이익을 낸 코스닥 상장업체는 모두 48개, 상장법인수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질적 성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화려한 외형속에 감춰진 코스닥의 이면은 무엇이며 그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서 조명해본다.


코스닥 시장은 1987년 4월 장외시장으로 출발했으나 주식시장으로서의 모습을 갖춘 건 지난 1996년 7월 1일, 경쟁매매방식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코스닥 시장은 그동안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하면서 국가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상장사들은 10년 동안 27조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작년 국내총생산의 7.64%에 해당하는 6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용인원도 18만9,595명에 달한다.
10년 새 비약적으로 성장한 코스닥 시장은 세계 선두권 신시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이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자스닥이 2위, 영국 AIM이 3위, 그 뒤를 이어 코스닥은 4위를 차지했다. 거래대금으로는 나스닥에 이어 2위를 달린다.
세계 주요 신시장 가운데 코스닥 시장은 미국의 벤처기업 중심시장인 나스닥 시장 다음으로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방한 지 30년이 넘은 나스닥 시장과 이제 10년 된 코스닥 시장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지만 시가총액이나 상장법인, 거래대금 등 성장성은 오히려 나스닥을 능가한다. 세계거래소연맹(WFE) 집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지난해 시가총액은 701억 달러로 지난 2004년보다 133% 증가했다.

IT붐으로 시작된 코스닥 시장
처음 개장했을 때 코스닥 시장은 규모가 굉장히 작았다. 그러나 정부가 벤처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1999년~2000년은 코스닥의 전성기라 할 정도로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때문에 초창기 벤처에 투자해 놨다가 코스닥에 올라가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엔젤 투자로 불린 장외 투자가 성행했다.
가장 앞서 나갔던 테마는 뭐니뭐니 해도 IT테마였다. 새롬기술(현 솔본), 장미디어, 터보테크, 로커스(현 벅스인터렉티브), 골드뱅크(현 코리아텐더), 다음, 메디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0년 초 전세계적인 인터넷 붐이 꺼지면서 이들 주가에 기어있던 거품도 일순간에 꺼져 버렸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IT경기 불황을 타면서 코스닥 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3년 말에는 코스닥지수의 거품이 꺼진 2000년 말보다도 14.7% 하락했다.
그 뒤 인터넷 보안과 전자화폐가 테마를 이루었지만 오래 가진 못했고 게임 테마가 인기를 모았다. 게임업체의 대명사 엔씨소프트라는 걸출한 대표주가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면서 테마로 떠올랐다.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생겨났고 게임업을 정관에 넣는 기업도 속출했다.
2004년 말 정부의 두 번째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지난 2001년 초 시장 질 개선을 위해 내놓았던 M&A에 대한 규제가 다소 완화되면서 현재 코스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다. 신성피엔씨, 코미팜, 예당, 에스엠, 팬텀 등이 대표적. 1년여가 지난 지금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는 관련 업체만 100곳이 넘고 있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 주가 조작 사건이 불거져 나오며 실적 등도 미비해 전망은 좋지 않은 편이다. 지금은 이를 이어받아 나노와 대체에너지 등이 새로운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보통 한 테마가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냄비증시’에 울고, 웃고
코스닥은 그간 실적보다는 기대감으로 울고 웃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런 만큼 ‘성장통’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시련은 2000년 IT 거품 붕괴로 당시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IT붐을 타고 코스닥 지수는 그야말로 수직상승했다. 2000년 3월 10일엔 사상 최고치인 2834.40까지 치솟았다.
코스닥 대박의 대명사로 불리던 새롬기술 주식은 액면가 500원짜리가 28만 2천원으로 무려 484배나 폭등했고, 5,000원짜리인 리타워텍 주식은 163만 5천원으로 327배, 500원짜리 한국디지탈라인 주식은 4만 6,300원으로 93배나 상승하는 등 코스닥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하지만 이후 IT붐이 급격히 시들해지면서 급전직하 2004년 8월 4일엔 지수가 최고점 대비 9분의 1토막(324.71)까지 치솟았다. 새롬기술 주가는 2000년 12월에 5,500원까지 내려갔고 다음의 경우 1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전 세계증시 중 가장 큰 급등락을 경험하면서 ‘냄비증시’란 오명도 얻게 됐다. 적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횡령, 분식회계 등 각종 탈·불법에 연루돼 철퇴를 맞고 퇴출당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들과 함께 초음파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슨을 설립한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은 줄곧 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코스닥 열풍이 불던 1998년부터 ‘메디슨 연방’을 꿈꾸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적극적인 벤처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한 때 50여 개 관계사를 거느렸지만 주식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코스닥 대박의 대명사로 불리던 ‘새롬기술’은 오상수와 홍기태라는 화제의 인물을 낳았다. 새롬기술은 컴퓨터통신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벤처기업으로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를 주력무기로 시가총액 5조원을 넘보던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오상수 씨는 새롬기술의 창업자로 2002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0년에는 유상증자로 무려 3,700억원이라는 거금을 끌어 모았다. 치솟는 주가와 더불어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대명사로 꼽히던 오 전 사장도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죄로 교도소 신세를 지고 말았다.
반면 핸드폰 키패드를 만드는 업체인 유일전자의 양윤홍 대표는 언론에 별로 노출되지 않은 조용한 스타일이었지만 벌어들인 수입으로 보면 가장 알짜배기 장사를 했다.
양윤홍 대표는 지난해 동국제강에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880억 원의 현찰을 벌어 들였다. 양 대표는 2001년 코스닥 등록 당시 지분을 55% 이상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에게 블록 세일로 지분을 꾸준히 넘겨왔던 것을 감안하면 양 대표가 현금화한 지분은 1,000억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양 대표는 코스닥 시장을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벌어들인 유일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굴뚝’ 기업들의 꾸준한 대세
코스닥시장 개장과 함께 상장된 345개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도 상장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은 135개다. 그러나 상장유지 기업 가운데서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48개에 불과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무엇 무엇보다도 코스닥 시장이 테마주 시장이라는 일반 인식과 달리 10년 흑자 기업들은 테마 열풍과는 무관한 전통 ‘굴뚝’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흑자규모도 연평균 50억원이 넘는 등 탄탄한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어 변덕스러운 코스닥 시장에서 ‘가치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실적 호전+연속 배당+높은 보유율’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기업들의 경우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이 167%에 달한다. 특히 에이스침대를 비롯해 경동제약 세원물산, 삼우이엠씨 등은 영업이익이 매년 50%씩 증가해 10년 동안 500% 넘게 수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속 흑자 기업들의 경우 주가 상승률도 양호하다. 코스닥지수가 50%나 하락하는 동안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21%에 달했다. 시가총액 증가율도 311%에 이르렀다. 특히 하이록코리아를 비롯해 성우하이텍, 태광, 유진기업, 희훈디앤지, 시노펙스, 동서, 경동제약 등 8개 기업은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최고 알짜기업은 바로 식품포장용기 제조업체인 동서다. 동서는 순이익 규모가 1996년에 19억원, 1997년엔 4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1998년 132억원을 기록하는 등 이후 이익규모가 급증하면서 10년간 누적흑자규모가 3,218억원에 달했다. 동서는 상장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매출액이 늘면서 순익도 증가해 1,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도 꾸준히 올라 현재 2만 원대에 달하고 있다. 그 밖에 진로발효, 에이스침대, 한국알콜, 태광, 동화홀딩스, 삼우이엠씨, 네티션닷컴, 하나투어, 안국약품, 진양제약, 경남스틸 등도 연속흑자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량 장수기업의 경우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닥발전연구회 소속의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10년 동안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는 점은 성장성과 함께 안정성을 갖춘 기업임을 입증한 셈”이라며 “앞으로도 이들 기업은 업종 내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량기업들 코스닥 줄지어 떠나
코스닥은 지난 10년간 성장통을 겪었다. 상장기업의 투명성 결여, 주가조작,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좋은 기업들은 떠나고 싶어 하고 부실기업들은 편법으로 들어오려고 해 시장 질서를 흐려놓는 경우가 많았다. 상장심사요건이 강화되면서 코스닥 진입장벽이 높아지자 우회상장하려는 조건 미달 기업들이 많아진 것이다. 실적과 성장성을 증명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사와 바이오 업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67개 기업이 우회상장을 시도했고, 그 가운데 58개 기업이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후회상장한 후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코스닥을 떠나려는 우량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코스닥 10년, 회고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 시장이 외형상 지난 1996년 개장 후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은 개설 이후 10년간 거래량, 상장사 수 등이 크게 증가했고 중소·벤처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며 “그러나 시장 내 부실기업도 함께 늘고 분식회계 등 부정적 행태가 드러나면서 시장의 건전성과 신뢰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난 10년간 코스닥 시장의 외형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35개 신시장 중 4위의 시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 비해 크게 미흡한 모습들도 많다. 지난 2005년의 경우 부실기업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 매출액 성장이 부진해 벤처에서 출발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사례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의 증가로 시장의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고, 일부 기업의 불법적인 행태와 상장사에 대한 정보부족이 겹치면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벤처와 유망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코스닥시장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의 원할 한 퇴출을 유도하고 시장감시제도를 강화해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6월 28일 ‘코스닥시장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 홍정훈 국민대 교수는 상장요건의 유연성 확보 및 증권회사의 IB역할 제고, 부실기업의 정화기능 강화, 시장특성에 맞는 매매제도 개선, 기업특성을 반영한 공시 및 상장기업 관리제도 운용 등을 추진해야한다며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코스닥기업의 실패 원인에 대해 ▲제도적 요인, 환경요인,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부족, 전략 부재, 자원관리시스템 부족 등, ▲관계관리 실패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아울러 실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상장심사시 성장잠재력 평가,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교육 강화, 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대주주의 불법행위나 작전 등 지난 10년 간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코스닥 기업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의 박기석 회장은 “모랄헤저드라든가 이런 것들은 당연히 이제 우리가 없어져야 되는 그런 일이다. 그런데 어떻든 시장에서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며 “좋은 상품을 싼 값에 팔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그 시장을 찾기 마련이다. 코스닥 시장에는 931개 상품이 있지만 아직 그 가운데는 퇴출돼야 할 상품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양적인 성장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더 질 좋은 상품을 찾는 일이 코스닥 시장의 남은 과제이다.

여성, 교수, 의사 등 코스닥 시장의 새로운 주역들

여성 벤처기업인들도 코스닥에서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2003년 5월,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이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화제로 떠오른 여성포털사이트 마이클럽닷컴의 이수영 대표다. 이 사장은 3D 게임 뮤를 통해 무명이던 웹젠을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등극시켰으나 2002년 경영진과의 갈등, 주주들과의 분쟁 끝에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 후 엔터테인먼트 포털업체 이젠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사장은 코스닥 업체인 아이콜스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복임 케너텍 대표는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로 근무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1997년 9월 케너텍을 차려 2003년 코스닥에 등록시켰다. 케너텍은 임목 폐기물과 볏짚·왕겨 등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구역(區域) 바이오 열병합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최초로 열병합 발전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판매하는 민간 구역전기사업자 1호 면허를 따내기도 했다.
벤처기업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교수와 의사들도 코스닥 시장에 속속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의사나 교수 출신 CEO는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와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이 유일했지만 바이오 열풍을 타고 많은 의사들이 코스닥 문을 두드렸다.
메디포스트 지분 9.3%를 보유한 양윤선 사장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출신이다. 서울이동통신을 통한 우회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항암면역세포 치료기술업체 이노셀의 정현진 대표도 서울대병원 출신의 전직 의사다. 또 거래소 시장의 세원이앤티를 통해 우회상장한 셀론텍의 장정호 대표도 외과의사 출신이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겸 삼성제일병원 기조실장인 한인권 교수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마이진을 코스닥에 우회 상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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