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이 절경,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겨울산행에 나서는 사람들
춥다고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마음도 덩달아 웅크러진다. 따뜻한 방 안에만 있을 게 아니라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설경을 만나러 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눈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샌가 당신의 마음도 순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면 더욱 아름답고 신비로워지는 대표 겨울 산들을 만나보자.
사계절 중 겨울이 으뜸이어라-태백산

태백산은 봄이면 산철쭉, 진달래가 산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이,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름답지만 흰 눈으로 뒤덮인 겨울 설경의 멋도 일품이다. 특히 산 정상 즈음에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간다는 주목 군락지가 있어 하얗게 내려앉은 눈꽃의 신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태백산은 겨울이 되면 눈이 오지 않더라도 장군봉과 천제단에 이르는 능선길에 상고대가 피어 장관을 이룬다. 태백산 정상에는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는데 날이 맑으면 이곳에서 푸른 동해바다에서 불쑥 솟아나는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 날이 흐리더라도 산 밑에 깔린 운무 사이에서 떠오르는 일출도 장관을 이룬다. 태백산은 오르는 코스가 여러 곳이지만 겨울에는 유일사 입구에서 장군봉에 이르는 약 4km의 코스가 가장 용이하다. 매년 1월 하순에는 태백산도립공원 일원에서 태백산 눈꽃축제가 열린다.
겨울이면 더욱 신비로워지는 그곳-오대산

오대산은 겨울철 적설량이 평균 1m가 넘는다. 많은 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겨울 눈길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특히 오대산의 1,310m 지점에 위치한 두로령은 오대산 겨울 트레킹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적설량이 많아 걷는 시간이 길고 힘이 들지만 그만큼 다른 곳보다 더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두로령을 넘다 보면 눈앞에 펼쳐진 풍경도 일품이다. 조용하면서도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겨울 정취를 맘껏 맛볼 수 있다.
오대산이 품고 있는 월정사는 오대산의 대표적인 명소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팔각구층석탑, 석조보살좌상 등이 볼거리다. 팔각구층석탑은 고려시대 최고의 석탑으로 손꼽히며 국보 제48호로 지정돼 있다.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월정사는 일주문에서 사찰까지 10분 정도의 구간에 아름드리 전나무가 호위하듯 줄지어 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한여름에는 상쾌하고 겨울에는 설경을 즐기며 걷기 좋다.
나무마다 핀 새하얀 눈꽃이 활짝-덕유산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이라 하여 이름 붙은 덕유산은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설천면과 경상남도 거창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주봉우리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대봉, 중봉, 삿갓봉 등 해발고도 1,3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룬다.
겨우내 상고대가 피어 있어 눈이 오지 않더라도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미를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는 덕유산. 상고대는 습기를 머금은 구름과 안개가 급격한 추위로 나무에 엉겨 붙은 것으로 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이상일 때 주로 피는 서리꽃이다. 밑으로 금강 줄기가 흐르는 덕유산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겨울이면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린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길은 향적봉 바로 밑에 있는 설천봉(1,530m)까지다. 특히 덕유산 중턱에 눈구름이 깔린 날에는 곤돌라를 타고 가는 맛이 더욱 독특하다. 희뿌연 구름 속에서 눈꽃이 활짝 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는 나무라기보다 새하얀 산호초 같다. 땅에 발을 딛고 걷다보면 나무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지만 곤돌라를 타고 가면 나무의 머리 꼭대기가 그대로 보이는 색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눈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에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맛볼 수 있는 장관이 또 있다. 곤돌라 승강장 밖으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온천지가 구름에 덮여 몇 걸음 앞도 보이지 않는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다. 구름을 뚫고 걷다가 어렴풋이 전망대가 보일 즈음에는 별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한국의 알프스, 맞춤형 등산 코스로 인기-소백산

한 해 평균 32만여 명이 찾는 단양 소백산은 비로봉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코스가 마련돼 있다. 자신의 등반 능력과 신체조건에 맞게 코스를 고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죽령 휴게소에서 출발해 연화봉과 비로봉을 거쳐 천동으로 내려오는 16.5㎞ 구간과 천동, 새밭에서 각각 출발해 비로봉을 거쳐 새밭과 천동으로 하산하는 11㎞ 구간으로 나뉜다. 천동~새밭 코스는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산행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겨울 산행 경험이 없는 초보 등산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연화봉 강우 레이더 관측소 산상전망대는 겨울 소백산의 아름다운 설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탐방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소백산은 아름다운 상고대로 유명하다. 습도와 기온 차이로 생기는 상고대는 빙점 이하로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나무, 돌 등에 달라붙어 만들어진다. 산행 후에는 단양 관광이다. 도담삼봉과 남한강 갈대밭, 온달관광지, 고수동굴, 국내 최대 민물고기 수족관이 있는 다누리센터 등은 소백산 겨울 산행의 재미를 두 배로 늘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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