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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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장들
  • 취재/ 남윤실 기자
  • 승인 2006.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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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더욱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역사적 유산
명장들의 고귀한 작품 활동은 우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숭고한 작업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문화재법제의 골간을 이루는 것은 보존과 육성이라고 볼 수 있다. 유형문화재의 경우에는 보존이 중요하겠지만 무형문화재의 경우에는 보존뿐만 아니라 육성, 발전에도 큰 무게가 실려 있어 보존과 육성의 두 가지 키워드로 구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각국의 생존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국의 전통문화유산을 국제 사회에 보급, 선양하여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이 미비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아 정식적 지주와 다름없는 전통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인식하여 민족구성원의 사상적 일체감을 조성하고 개개인의 민족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작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의 노력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매년 각 분야에 걸쳐 오랜 기간 몸담으며 일정한 반열(경지)에 오른 인물을 명장으로 선정한다. 명장으로 선정되기까지의 그들의 노력은 물론 대단한 것이며 혼과 정신을 쏟아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까지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누군가가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명장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 숨겨진 명장들의 재능 모두가 우리의 삶의 흔적이요 역사인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우리의 전통문화는 점점 사장될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 사람의 명장이 탄생하기까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이 뒤따른다. 때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나무를 깎기도 하고, 손이 부르트도록 도자기를 빚기도 한다. 이들이 이처럼 고난의 길을 걷는 이유는 단지 자신의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고자하는 작가적인 소박한 욕심이다. 이른바 ‘장인정신’이 바로 명장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일례로 평생을 도예에 바치며 명장반열에 오른 서광수 명장은 이렇게 얘기한다.“좋은 작품은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의 손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명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품에 작은 부분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내놓을 수 없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다”서 명장의 말에는 작품 하나하나에 자신의 혼과 숨결을 불어넣기 위한 숭고한 정신이 엿보인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명장들은 조금이라도 어제의 것보다는 나은 작품을 만들고자 오늘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전통은 국가 브랜드 가치의 척도
진정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드는 명장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희박해 지고 있으며 그들은 그간 밀려온 서양문물에 의해 갈수록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본에 문명의 전파하고 고려와 조선을 거쳐 1,000년간 꽃피운 우리의 문화는 자타가 공인하는 찬란함을 자랑한다. 중국이라는 대국의 옆에 위치한 조그만 반도에서 꽃피운 문화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과 실용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일제시대의 문화말살 정책과 해방 후 급격히 밀려온 서양문물로 인해 우리의 문화는 더 이상 독창적이거나 찬란한 것이 아니었다. 찬란한 우리문화는 구시대의 유물로만 여겨지며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 속에 머물지 못했다. 당연히 전통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졌으며 그 안에서 우리의 문화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채 소수의 장인들로 인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올 뿐이었다. 문경의 천한봉 명장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보다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 작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작가들이 한국에서도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는 산업화의 주요한 배경임과 동시에 자산이다. 문화는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삶의 역사에 의해 자연스럽게 추출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혁신적인 문화의 형태라고 해도 반드시 그것은 발생의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모든 문화현상의 뿌리는 바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인 것이다. 문화현상 중 복고경향은 하나의 새로운 형태이거나 원형의 기계적 복제가 아닌 과거와의 소통적 개념임을 감안한다면 결국 현재의 모든 문화 현상에 의해 형성되는 문화브랜드는 결국 과거와 단절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스위스의 시계 장인이 만드는 시계 하나의 가치가 천문학적 금액인 것을 단지 장인의 솜씨만 가지고 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위스라는 문화적 배경이 동반한 결과이며 이태리의 패션산업과 가구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도 결국은 문화산업에 의한 국가경쟁력의 향상에 달려 있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환경은 아직도 척박하기 그지없다. 문화 관련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형편이며 문화인들은 정책부재의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예산과 정책의 빈곤 속에서 특히나 전통공예인들이 겪어온 고난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문화브랜드, 국가브랜드를 논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도요 서광수 명장 인터뷰
“우리 전통을 맥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형성되어야 한다”

각국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 국가의 경우는 자신만의 문화, 자신만의 브랜드로 차별화함은 하나의 전략이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다른 문화재와는 달리 전통공예는 무형의 것이지만 그 산물로 유형의 환금작품을 만들어내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결국 우리가 외국과 승부할 것은 바로 전통의 본질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현대에 적용, 발전시키는 방법 하나밖에는 없다.
그러나 전통공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4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전통공예의 전승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으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다가오는 22세기는 고사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도 전통문화가 멸실되는 것을 참담하게 바라만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공예의 현실과 미래를 꿰뚫어 보아야 하며, 그것을 사회의 잉여적 가치가 아닌 미래를 담보하는 산업화, 브랜드화를 위한 주요소재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전통공예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란 개념을 벗고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실천적인 정책의 우산 아래 놓여야 가능할 것이다. 전통공예에 대한 정책 및 전략은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며 시급한 것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먼 전망을 가지고 수행해야 할 장기 전략은 한 치도 서두름 없는 탄탄한 구조 속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도예분야에서 일해 온 경험에 비춰볼 때 우리 도예가 세계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다고 본다.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우리의 근본, 얼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공예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차원에서의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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