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07년 선보인 아이폰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팟에 휴대전화, 카메라, 위치확인시스템, 무선인터넷 기능을 합친 스마트폰이었다.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며 돌풍을 일으켰다. 위기에 몰렸던 삼성전자는 그러나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애플을 따라잡았다. 최근 들어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으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술과 아이디어, 마케팅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원천이 바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집요한 노력이다.
국내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출은 주춤하고 내수마저 가라앉으면서 투자 여건은 악화 일로다. 대다수의 기업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도 투자와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 여러 차례 경제위기에서도 국내 대기업들은 과감하고도 신속한 투자로 경쟁국들보다 더 빨리, 더 성공적으로 고비를 극복해 왔다.
새 정권 출범 때마다 기업은 무언의 압력 속에 높은 증가율의 투자·일자리 계획서를 발표해왔지만, 투자는 의욕을 갖고 기획되고 집행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대기업들은 대외 경제여건보다도 국내에 드리운 불확실성에 훨씬 더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정치 리스크를 제거해야 미뤄왔던 투자도,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한국기업의 글로벌경쟁력 ‘기술경영’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극복 전략을 분석해 7가지 트렌드를 뽑아냈다. 핵심 내용은 △사업구조를 바꾸고 △이종(異種)산업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더 유리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신흥시장에 주력하고 △기존 기술·제품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실제 주요 기업들이 추진하는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략도 대체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에서 “2015년에는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59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렇게 번 수익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게 삼성의 중장기 경영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울산공장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들어갔으며 전 세계 보급을 확대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 구축은 2015년 양산 예정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제너럴 모터스(GM),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최소 2년 이상 빠르다.
포스코의 경쟁력 원천 중 하나로는 친환경 고효율의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꼽을 수 있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및 오스트리아 철강설비 기업인 푀스트 알피네사와 공동으로 파이넥스 기술을 개발했다. 10여 년의 연구개발(R&D) 끝에 2003년 6월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 조선사 중 가장 많은 2,000여 명의 설계 및 R&D 인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선박용 디지털 레이더 시스템과 3차원 설계오차 조정 시스템 등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효성은 10여년간 500억 원의 R&D 비용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최첨단 고성능 신소재인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27건의 폴리케톤 관련 특허출원 및 등록을 완료했다. 동국제강은 2010년부터 선제적으로 R&D에 투자, 고급 후판(두꺼운 강판) 제품을 개발했다. 그동안 고강도 조선용 후판과, 라인 파이프용 후판, 압력용기용 후판, 해양구조물용 후판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LG는 에너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빌딩, 태양전지 등이 핵심이다. LG는 작년 6월 영국 롤스로이스에 4,500만달러를 주고 연료전지 업체를 인수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 경쟁력의 원천은 혁신이다. SK는 인재양성과 신사업 발굴, 해외 진출 등에서 기존 사고를 깨는 혁신적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GS는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S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GS에너지는 아랍에미리트(UAE) 유전과 미국 네마하 유전 등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삼아 중점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 기업으로 커가면서 금융, 레저, 신소재 등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동부그룹의 동부제철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신규 노선에 취항하고, 새로운 항공기 도입에 힘쓰고 있다. 2020년 100대의 항공기를 운영하는 대형 항공사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혁신의 성과는 달았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 경쟁력의 원천은 혁신이다. SK는 인재 양성과 신사업 발굴, 해외 진출 등에서 기존의 사고를 깨는 혁신적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국내 TV 보급 대수가 60만대를 간신히 넘어선 1973년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인재 양성’이라는 혁신적 생각으로 ‘장학퀴즈’ 후원을 결정했다. 당시 개발과 성장을 모토로 경제발전 하나만을 생각하던 시대상황을 감안하면 TV 퀴즈 프로그램을 통한 공익사업은 ‘파격’이었다. 1970년대 초반 SK가 국내 50대 기업에 겨우 들 정도의 위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올해로 40년을 맞은 장학퀴즈는 SK 사회공헌 활동의 본격적인 출발점이기도 하다.
SK는 인재 채용 방식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채용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젊은이들의 끼와 열정, 도전정신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바이킹 챌린지’라는 인재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올해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6개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개인 오디션 형태의 예선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합숙을 통해 미션 수행능력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SK는 혁신적인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도 선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 2월 KAIST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로 사회적 기업가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개설했다. 현재 20명의 학생들이 사회적 기업 인재로 육성되고 있다. 이 과정은 정규 MBA 경영과목을 포함해 사회적 기업 창업 역량개발과 배양을 위한 핵심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창업 멘토링, 인큐베이팅, 투자 유치 등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 선도한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미래의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 금융 레저 신소재 등 연관 부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지난해 세계 최고의 태양광 회사인 독일 큐셀을 인수, 한화큐셀로 새롭게 출범시킴으로써 글로벌 태양광 회사로 발돋움했다. 한화큐셀의 가세로 한화는 연간 2.4GW(기가와트)의 셀 생산능력을 갖춰 세계 3위 규모로 도약했다. 유럽, 중국, 동남아로 이어지는 생산 공장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셀 생산이 가능해져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의 반덤핑 규제를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한화케미칼이 내년부터 여수에서 연간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한화는 폴리실리콘, 셀모듈, 발전시스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 한화 관계자는 “내년부터 그룹의 폴리실리콘 수요량의 대부분을 자체 확보하면 경기 변동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돼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태양광 부문의 기술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한화큐셀의 연구개발(R&D) 센터는 셀 분야 기술 연구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태양광 연구소인 한화솔라아메리카를 비롯해 중국, 한국내 연구센터 등과 함께 독일까지 연결하는 태양광 R&D센터를 보유하게 됐다.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한화솔라원은 지난해 8월 일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사가 일본 전역에 건설하는 태양광발전소에 향후 4년간 500MW(메가와트) 규모의 모듈을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작년 12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55MW의 모듈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서울시에 내년까지 100M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선 기술력…미래경쟁력 우위 선점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그린카(친환경차)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 ‘세계 첫 양산’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도요타 등 경쟁업체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의 경쟁력 우위를 앞세워 이 시장의 선두주자 입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CaFCP)에 참여하면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를 모델로 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처음 선보였다. 이 차량은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로 구동한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물 이외의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유해가스 및 지구 온실가스에 의한 환경오염과 석유 에너지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2004년 미국 국책사업인 연료전지 시범운행 시행사로 선정되며, 미국 전역에서 수소연료전지차 32대를 시범운행했다.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때 개발된 투싼 연료전지차는 연료 시스템과 성능이 기존 모델보다 크게 향상됐다. 뒤이어 기아차 스포티지와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연장, 연비 향상, 배터리 성능 개선 등의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현대차는 2008년 수소연료전지차로 미국 대륙 동서 횡단에 성공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한 번 충전으로 633㎞를 완주했다. 역시 친환경차로 꼽히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5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수소연료전지차의 실용성이 높은 셈이다. 현대차는 이듬해인 2009년 미국 ‘수소연료전지 로드투어 2009’에서 2,655㎞를 완주하며 기술 신뢰도와 내구성을 입증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울산공장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들어갔으며 전 세계 보급을 확대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 구축은 2015년 양산 예정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GM(제너럴 모터스),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최소 2년 이상 빠르다. 현대차는 독자 기술력 및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돼 글로벌 친환경차 시대에서 앞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매년 연구개발 통해 기술 리더십 확보
포스코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R&D 투자비는 지난해 5,800억 원에 이어 올해 6,0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생산 규모를 늘리고, 원료 자급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혁신 기술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기술로는 ‘파이넥스(FINEX)’를 꼽을 수 있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및 오스트리아 철강설비 기업인 푀스트 알피네사와 공동으로 파이넥스 기술을 개발했다. 10여 년의 R&D 끝에 2003년 6월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2011년 6월에는 포항에 세계 최초로 연산 2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공장을 착공했다.
파이넥스는 투자비와 원료가공비를 줄이고, 오염물질 발생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주는 혁신 기술이다. 기존 고로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제철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로 공정에서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많은 대기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반면 파이넥스에서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오염물질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석탄 원료 사용도 감소시킨다.
포스코는 또 차세대 자동차용 초고강도강인 TWIP강을 앞세워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철강 제품은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진다. TWIP강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TWIP강은 형상이 복잡한 자동차 부품도 쉽게 가공할 수 있다. 또 부품 두께가 얇아도 강도가 충분히 높기 때문에 연비 향상을 위한 차량 경량화에 쓰일 수 있다. 차량 충돌 때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꿈의 소재’로 불린다.
포스코는 2010년 송도에 개관한 글로벌 R&D센터를 미래의 신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중앙연구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R&D 센터는 2008년 6월 착공, 27개월 만에 준공됐다. 지하 1층, 지상 15층 규모에 연구동, 러닝센터, 컨벤션센터, 레지던스홀, 실험동 등을 갖췄다. 이 R&D센터는 철강기술 연구는 물론 포스코패밀리(그룹) 차원의 기술혁신을 담당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