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전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그의 측근인 박동창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을 겨냥한 표적 수사라는 설이 난무한 가운데, 내부 정보를 외부에 누설한 이유 등으로 박 전 부사장에겐 감봉 3개월(중징계), 어윤대 전 회장에겐 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주의적 경고(경징계) 결정을 내렸다. 어윤대 전 회장은 대표적인 MB맨. 그런 어 전 회장이 최근 국민은행 도쿄지점 사건에 휘말려 또다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서는 금감원 검사가 마무리 되는 데로 어윤대 전 회장을 비롯,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5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닮고 싶은 CEO’를 선정했다.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와 캠퍼스 잡앤조이가 전국(서울·수도권 및 6대 광역시) 대학생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학생 1,000명이 꼽은 ‘닮고 싶은 CEO’ 조사 ‘제조업’ 부문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0.5%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에 이어 정준양 포스코 회장(9.1%),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8.8%),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5.7%)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생이 꼽은 닮고 싶은 CEO ‘금융업’ 부문에선 어윤대 회장이 17.4%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어 회장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3년 연속 1위에 오르며 대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대학 교수, 총장 등 대학생들과 직접적인 스킨십을 쌓아왔던 경력이 금융지주 CEO에 오른 후에도 폭넓은 지지와 인기를 이어가게 한 요인으로 평가받았다.
이렇듯 남녀소노를 불문하고 경쟁력을 쌓아왔던 어윤대 전 회장, 이제는 어딘가에서 차디찬 겨울을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 그를 롤모델로 여겼던 대학생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정권과 대통령의 핵심 라인 인선
이 대통령의 학벌, 종교, 지연을 꼬집는 ‘고소영’이란 말 역시 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 인물을 선호하는 그의 인선이 주효했다. ‘강부자’는 정권 초기 내정자들의 재산 내역이 평균 40억여 원에 이르는 ‘강남의 부동산 자산가’라는 지적으로, 140억여 원으로 최고를 기록한 유인촌 전 장관 등이 과연 불황 속에 빠진 서민경제를 구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서 생겨난 신조어이다.
물론 이러한 라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정부의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기에 WIDS 인맥에 이어 성시경, 사미자 인맥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만 다르지 각자 입맛에 맞는 인맥을 인선한다는 것. 물론 모든 인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사퇴발표가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민간기업인 KT와 포스코 수장이 바뀐다는 말은 이제 ‘오늘의 유머’ 수준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다. 능력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인선은 언제나 말뿐인 공염불이 되었고 민간기업인 KT와 포스코의 수장 자리마저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진정 능력중심의 인선을 한다면 그 누구도 측근인선에 대해 말이 없을 것이다. 측근이라도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눈 가리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측근인사를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닐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KB 해외영업망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으로 MB 정부 초기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지내는 등 MB 최측근으로 통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후 끊임없는 사퇴 압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 7월까지 임기를 채운 뒤 물러났다.
어윤대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2002~2006년)으로 재임했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과 고려대 총장을 지냈고,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KB금융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통위원 경력을 제외하곤 금융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낙하산 인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 어윤대 전 회장이지만 KB와의 100% 결별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지난 3월 불거진 ‘ISS 사태’이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 전 회장이 지난 2월부터 미국 주주총회 안건 분석회사인 ISS에 내부정보를 유출시킬 계획을 모의했다면서 금감원 제재심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제재심의위에서 상당히 논란이 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비교적 중립적인 외부전문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하면서 제재심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의 성과급 취소와 관련해서는 증인으로 참석한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어 전 회장의 그리 좋지 않은 입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지난 11월 금감원은 어윤대 전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 상당의 조치를, 박 전 부사장에게는 감봉 3개월 처분을 확정했다. 당시 ‘ISS 사태’는 경징계로 마무리됐지만 도쿄지점 부당대출로 인해 비자금 조성 의혹, 카자흐스탄 BCC은행 부실 등이 불거지면서 어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그중 최대 관전포인트는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은행 도쿄지점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도쿄지점 직원들이 부당대출을 해주며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사실을 확인하고, 이중 20억 원 이상이 국내로 밀반입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한 사람에게 한도를 초과해 대출해 주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유령법인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2008년부터 5년 동안 적어도 20곳 이상의 우리기업 현지법인에 대출 한도를 초과해 1,700억 원 이상의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경영진이 도쿄지점장을 승진 대상자에 포함시킨 정황이 포착되면서 전·현직 국민은행 경영진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기전역한 어윤대 전 회장의 뚝심, 부메랑 되어 돌아오나
어 전 회장은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에서 “나는 학자보다 행정가로 더 유명하다”면서 “예술의전당 같은 곳에서 펀딩 업무를 기술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해 문화예술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끊임없는 구설수로 어 전 회장의 앞날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는 꿈을 이루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전 경영진들과의 선긋기 하면서 전 경영진들의 과오를 털고 간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 전 회장은 딱히 기댈 곳이 없다.
더군다나 금융당국이 어 전 회장의 ‘ISS 사태’가 경징계로 끝나자 도쿄지점 등 해외 지점을 들쑤셔 어 전 회장에게 강력한 제재를 행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즉, MB맨들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 할 수 있는 인사로 선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국정철학을 함께 한 인사가 바로 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명박 정부보다 더한 낙하산 인사가 판치고 있다”며 “모피아를 통한 관치금융이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창조경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관치금융은 금융산업을 황폐화시키고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금융장악과 관치금융 야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15만 금융노동자는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MB라인이 모두 물러난 시점이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금융당국에서는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그 중 어윤대 전 회장은 사퇴 후 더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금융당국의 타깃이라는 설이 분분하다.
3년 임기를 다 채우고 만기전역한 것에 대한 괘씸죄인지 어 회장의 도덕성 부재에 대한 대가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