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 통합진보당 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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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초유’ 통합진보당 해산되나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3.12.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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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신속 해산” vs 헌재 “신중 결론”

지난 11월5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정당에 대해 해산신청을 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통진당은 “헌법 능멸”이라며 심하게 반발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다. 헌재의 정당해산 명령은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가 신속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헌재의 입장은 다르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와 혁명조직(RO)이 통진당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밝힌 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여 진다.

11월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긴급 안건으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상정했다. 안건은 국무위원들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통과됐으며, 이로써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에 해산심판을 명령할 근거가 마련됐다. 과연 헌정사상 최초로 정당이 해산될지 헌재의 결과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진당-전형적인 정치보복이다
과연 통합진보당의 존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새누리당은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야권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사자인 통진당은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등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먼저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현재의 강령으로 활동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렇게 시급하게 국무회의에서 미리 안건 공지도 하지 않고 통과를 시켰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고,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동원한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려 달라, 사법부를 믿어 달라’고 얘기했다”며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로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역시나 재판 중인, 아직 1차 공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국무회의, 그리고 새누리당이 정치적 결론을 내고 정당해산까지 시도하는 것은 대단히 이중적인 플레이인 것이고 이것은 정치보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상규 의원도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온 후에 정당해산 조치를 검토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럼에도 국민적 공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처리한 것, 바로 가처분 신청에 들어간다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최근 우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뿐 아니라 사이버사령부의 8명을 공개한 바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우리의 활동으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박근혜 정권이 궁지에 몰린 점이 정당해산으로까지 가속화된 국면을 이끌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불안해하는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결정
반면 새누리당은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인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영철 의원은 “정부가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정부의 청구안 제출은) 국민이 통진당의 정체성, 통진당 활동, 이석기 의원의 사건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여준 것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또 “우리가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국회에 그런 종북주의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념적 운동으로서 일부 필요한 부분, 인정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국회라는 곳은 가장 헌법적 가치를 가장 중시하고 지켜내야 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를 기다리기 이전에 분명히 국민적으로 ‘통합진보당의 활동이 계속되는 것이 우리 국가정체성을 이어가고, 또 민주적인 질서를 확립해가는 데에 꼭 필요한 부분인가’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그렇게 같은 논리에서 보긴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도 “지난번 RO(혁명조직) 사건이 드러난 이후 우리 국민들은 통진당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냐, 상당한 불안감을 나타냈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통진당이라는 정당이 과연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정당이냐에 대한 의문을 갖고 통진당 해체를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의원은 “일각에서는 RO가 통진당의 하부조직에 불과한 것인데, 하부조직의 활동을 가지고 상부조직인 통진당의 활동으로 봐서 되겠느냐는 의견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보기엔 RO가 통진당의 내부조직이고, 또 통진당을 사실상 최종적으로 뒤에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석기를 중심으로 하는 RO 조직이 통진당의 주요 당직을 다 장악하고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RO 조직과 통진당을 분리할 수 없고, 나는 일체, 불가분의 관계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하 새누리당 많은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국가 질서를 위협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한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새누리당 측은 이것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는 길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민주당-성급한 결정 말고 기다리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부의 청구안 제출이 성급했다고 지적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것을 촉구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이렇게 무례할 수 있을까 오히려 공포증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국정원 사태에 대해선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게 마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공안정국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도 “지금 와서 급하게 (통진당을) 위헌정당 심판을 청구해야 할 사안으로 지적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문제를 삼고 있는 강령을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한 것으로 해석한 것도 너무 과도하다. 그 강령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5월”이라며 “RO 문제도 지금 검찰 스스로가 RO를 반국가단체로 기소하지 않았다. 증거가 불충분해 관련된 4명을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측에서는 정치적 판단은 국민이, 법률적 문제는 법원이 결정할 문제라며, 성급한 결정은 도리어 화를 부른다는 입장이다.

법무부-결론이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의원이 총책으로 활동한 지하혁명조직 ‘RO’와 관련된 통합진보당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재판이 통진당 해산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저울은 이미 통진당 해산 쪽으로 기울었다. 법무부는 이 의원 등이 RO를 조직해 국가주요시설 파괴 등을 모의한 것이 내란음모·선동에 해당하는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당원들의 내란음모 혐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선거 시비로 인한 비민주성 등을 근거로 내세울 전망이다. 법무부는 내란음모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RO 회합 녹취록이 정당의 비민주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대해 최종적으로 해산 결정이 내려질 경우 통합진보당은 해산결정을 선고받은 직후부터 불법조직이 된다. 통합진보당의 강령, 기본정책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당은 창당할 수 없게 된다. 또 국고보조금 등은 모두 국고로 귀속된다.
다만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행 법률은 정당해산 시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처리 문제에 대한 규정이 없다. 우선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지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해석을 통해 의원직이 상실된다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의원직 상실을 피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직권으로 통합진보당 활동을 정지시킬 가능성도 있다.

헌재, 법에 충실한 결과 내놓겠다
법무부의 입장에 비해 헌법재판소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제 막 청구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단계고 피청구인측의 답변서도 오지 않았다. 최종결론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출된 서면을 검토하는 데만 최대 한 달 정도가 걸릴 정도라고 한다. 실제 법무부가 제출한 해산심판 청구서와 서면의 분량만도 6,000페이지가 넘는다. 통진당 역시 비슷한 분량의 답변서를 낼 것이다. 여기에 이석기 의원의 재판 결과도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정당해산 심판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이 사건을 두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회자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언제 누가 보더라도 법에 충실한 결과였다고 수긍할 수 있도록 신중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독 공산당과 신나치 정당을 해산시킨 독일 헌재 이후 판례가 거의 없는 정당해산, 이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헌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헌재의 생각처럼 법적잣대에서 어느 누가 보아도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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