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야권연대’구축, 정치세력 지형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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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야권연대’구축, 정치세력 지형 재편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3.12.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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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안철수+정의당’=‘신야권연대’…야권 정치지형 재편 가시화

이른바 신야권연대가 출범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범야권이 하나로 뭉쳤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논란과 관련한 특검 도입을 목표로 일단 손을 잡았는데, 과연 파장이 얼마나 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의 정치지형 재편이 가시화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연이은 선거 패배와 여권의 ‘통진당 해산청구’와 ‘NLL 미이관’ 공세에 주도권을 크게 잃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안철수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가운데 중도세력을 겨냥한 새로운 정치질서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안 의원은 기존에는 부정적이었던 연대에 대해서 ‘특검 카드’를 던지며 어느 정도는 수락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이처럼 야권은 민주당·안철수·정의당이라는 ‘신야권연대’를 구축하며 대여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주도권 재탈환이 가능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동치는 야권
민주당의 10·30 재보선의 참패로 야권 내 세력지형 재편 흐름도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잇단 선거 패배와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 상실로 민주당의 구심점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 움직임이 속도를 내면서 야권의 전체 지형이 요동치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NLL 대화록’ 미이관 사태로 수세에 처한 친노 세력이 최근 들어 잇따라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국면돌파를 시도하고 있어 그동안 내재돼 있던 당내 계파 갈등도 재연되는 듯한 흐름이 나타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가시화하면서 야권 내 새판짜기에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셈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친노의 ‘앞날’이 민주당 내 세력판도를 결정짓는 변수로 꼽힌다. 지난 대선을 ‘불공정 선거’로 규정한 성명발표로 다시 전면에 나선 문재인 의원을 중심축으로 친노진영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사태의 난관을 뚫고 지지층을 결집하며 다시 당내 주류로 부상할지 아니면 그 세가 위축될지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의 또 다른 축인 안 의원은 ‘내년 초 신당 창당’ 로드맵을 갖고 독자세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곧 현실화될 ‘안철수 신당’에 대한 경계심도 거둘 수 없는 처지이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안 의원과의 ‘연대설’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불출마한 손 고문은 스스로 선을 그으며 ‘강연정치’를 통해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그 ‘불씨’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이른바 ‘신 야권연대’가 ‘각계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및 재야 시민단체들이 다시 뭉친 것으로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에서 통합진보당만 빠진 셈이다. 명분은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분히 비판적이다.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 ‘야합연대’ 맹비난
새누리당은 대선개입 의혹사건 특검을 고리로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이 야권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야합연대”라고 맹비난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 외에는 실속이 없던 장외투쟁을 만회하기 위한 다음 전략이 민생이 아닌 신야권연대로 포장된 신야합연대”라고 포문을 열었다. 또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인사의 면면을 보면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를 추진한 이들이고, 그 결과는 이석기 등 종북주의자의 국회 입성”이라며 “정치적 철학과 이념, 정책노선이 다른 조직들 간의 동상이몽 연대는 철지난 구태정치의 표본이자 신야합연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야합연대가 주장하는 특검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특검주장은 대선불복을 위한 불쏘시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안철수 의원이 특검 수용여부를 이유로 국회 일정을 미루거나 예산안과 연계 처리한다는 방침에 반대한 것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민주당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은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안 의원 특유의 양다리 걸치기 화법으로 보인다”며 “선거 때만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대하는 건 불빛을 쫓는 하루살이라는 것을 안 의원은 아느냐”고 꼬집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각계 연석회의라는 신야권연대는 선거불복 정파들의 결합체로 대선불복연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신(新)야권연대가 아니라 과거의 낡은 선거연대의 ‘리바이벌’이라는 주석이 붙고 있다”며 “자력으로 생존하지 못하고 ‘곁불쬐기’에 의존하는 야당 정치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특검을 말하고 있지만 특검은 누가봐도 뒷북치기이고 안철수 따라하기”라며 “안철수 한마디에 통째로 끌려가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과거 정치연대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시작하는 게 순서 아닐까 생각한다”며 “국회 밖에서 무엇을 하든지 상관없지만 국회 안에서는 민생 예산, 민생 법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조언했다.

야당, ‘원포인트 연대’ 결성
이에 반해 야당은 공동으로 특검법안 발의를 추진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속내를 지니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야권연대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범야권 연석회의’에 대해 “불의한 정권의 국민주권 말살과 민주주의 파괴를 막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바로 세워내는 원동력이자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엄중한 책임과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의당, 안철수 의원과 함께 특검법 공동발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 정의당, 안철수 의원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공동발의하는 ‘원포인트 연대’를 결성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천호선 정의당 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 야당 지도자와 시민단체, 종교계 주요 인사 100여명은 지난달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소설가 황석영씨, 조국 서울대 교수,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장주영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지관 스님,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도입과 국가정보원 개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채택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민주당, 정의당, 안철수 의원 등이 내년 지방선에서 야권연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검법 공동발의를 통해 야권의 힘 규합에 나섰지만 안철수 의원은 특검 도입에 동의하면서도 나머지 현안에 대해서는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안철수 의원은 “저희 입장은 사안별 협력이지 연대가 아니다”면서 “연석회의에는 참석하지만 (이번) 한 번만”이라고 강조했다.

속내 다른 신야권연대의 미래는
현재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대응 범야권 연석회의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형성된 ‘야권 연대’와 유사한 형태로, 현안 누적으로 강대강 대결이 첨예화되고 있는 여야 관계나 연말 정기국회 법안 및 새해 예산안 처리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신야권연대는 당장은 특검을 고리로 모였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의 공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도 선거를 위한 결합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다만 이 연대는 진보당의 지난해 경선 부정으로 인한 폭력 사태와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혐의 기소 등 특수한 상황에서 와해됐다. 지난달 민주당의 마지막 장외 집회와 진보당이 주도하는 국정원 시국회의가 시간차를 두고 서울광장에서 열렸지만 민주당은 시국회의의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신야권연대의 발전 가능성에서는 1차적으로는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안별 연대’로 선을 그은 안 의원은 선거 연대로 비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장외 집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각에서 특검 도입 문제를 예산·법안 처리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대했다.
안 의원은 정치공학적 단일화를 거부해 온 데다 내년 선거에서 호남과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벌써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나오는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도 출범했다. 국민동행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인 김덕룡 전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인 권노갑 전 의원 및 재야 인사 등 원로 그룹 60여 명이 참여한다.
여야 관계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된 만큼 한동안 타협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야권연대는 특검 도입을 목표로 결성된 것이므로 일단 이를 관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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