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대리투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급심에서 판결이 엇갈려 논란이 됐던 통진당 부정 경선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첫 본안 확정판결로 향후 남은 사건들의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박보영 대법관)은 28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모(53)씨 등 통진당원 3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8월~1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당내 경선은 정단 대표자나 대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와 달리 국회의원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라며 “직접투표의 원칙은 경선 절차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당법에는 대리인에 의한 의결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신은 그보다 가치가 낮다고 할 수 없는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도 유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진당은 당규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경선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직접투표의 경우 대리투표가 금지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선거권자들로부터 인증번호만 전달받은 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전자투표를 한 행위는 경선업무 관계자들이 후보자 지지율 등을 오인, 착각하게 함으로써 경선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것은 범행 수단에 불과하다”고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백씨 등은 지난해 4.11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 전자투표 과정에서 다른 유권자들의 인증번호를 이용해 투표시스템에 접속한 뒤 대리투표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1·2심“비례대표 후보 당내 경선은 간접적으로나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의 성격을 갖고 있고 투표 방식도 직접, 평등, 비밀 투표를 전제로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며 “백씨 등의 행위는 계파 이익에 집착해 비례대표 제도 및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서하고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전국적으로 벌어진 ‘통진당 부정경선’사건에서 20명을 구속기소하고 490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5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형이 확정된 인원은 대법원 선고까지 포함해 18명이며 나머지는 재판 진행 중이다.
한편, 앞서 동일 사건에 대해 인천, 부산, 대구, 광주지법 등은 모두 유죄를 선고했으나 지난 10월 서울 중앙지법이 ‘정당의 비례대표경선’에 관해 선거의 4대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통진당 당원 4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