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 등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우리측의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LNG 운반선 13척 이상을 수주하는 조선 산업 협력에도 합의했다.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10일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북극 항로 이용과 극동지역 항만 개발에 우리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깊게 논의됐다.
우리기업의 금융 부문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융자 플랫폼 구축도 합의됐다. 2020년까지 1조8천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대한 우리 기업 진출과 관련된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두 정상은 또 공동성명에 평양의 독자적인 핵 미사일 능력 구축 노선을 용인할 수 없다고 적시해, 북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로 협력 분야를 나누면서 물류 분야를 조기 과제로 에너지 분야를 중장기 과제로 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 특히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취임 첫해인 2008년 이후 정상회담 때마다 이를 거론하며 2015년부터 30년간 연간 750만 t의 러시아산 PNG를 도입하고 러시아 국경에서 북한을 통과해 한국으로 연결되는 가스배관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에 가스관 매설이 불가능해져 흐지부지되면서 러시아 측과의 신뢰도 잃었다는 게 현 청와대의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기 추진과제로 양국이 합의한 나진(북한)-하산(러시아) 물류 사업은 이미 상당히 진척된 프로젝트라 실현 가능성도 크고, 러시아의 지분을 우리 기업이 인수하는 형태라 정부의 부담도 적다. 남북러 3각 프로젝트인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향후 유사한 사업도 도모할 수 있고 TKR-TSR 연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반면 전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PNG 사업은 중장기 정책으로 돌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PNG 사업과 남북러 전력망 연계 사업 등은 북한 변수도 크지만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그동안 미국, 일본 등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해양 무역에 치중했던 우리 기업들의 눈을 대륙으로 돌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보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유라시아 지역 개발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이날 양국 정상이 합의한 대로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면 수에즈 운하보다 10일 정도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물류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항로 지역 항만개발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됐다.
양국은 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으로 우리 기업이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3척 이상을 수주하는 내용과, 2020년까지 러시아가 계획 중인 태양광 발전소(500MW·1조8000억 원 규모)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시베리아 극동지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국 공동 투·융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우리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 참여할 때 30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성과다. 양국 정상은 일반여권 사증면제협정을 체결해 앞으로 일반여권 소지자들은 60일 동안 비자 없이 상호 국가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양국에 문화원도 새로 생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현 정부 출범 후 한반도 주변 4강 정상의 첫 방한이자, 박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첫해 숨 가빴던 정상외교의 틀을 완성하는 의미를 지닌다. 외교안보와 경제의 두 축에 있어서 그동안 다소 소원했던 양국 관계를 크게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