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기는 최고의 기업 경영전략 ‘도전·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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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최고의 기업 경영전략 ‘도전·혁신’
  • 박상목 부장
  • 승인 2013.11.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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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구조 바꾸고·신흥시장 개척하고 …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

불확실성의 시대, 세계 지구촌의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전쟁, 자국 산업 보호주의 등으로 기업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를 헤쳐 나가는 기업은 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망한다. 장기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제시했던 경영 화두는 역시 ‘도전과 혁신’이다.

국내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도 여의치 않을 만큼 안팎의 여건이 불투명한 탓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출은 주춤하고 내수마저 가라앉으면서 투자 여건은 악화 일로다. 대다수의 기업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도 투자와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 여러 차례 경제위기에서도 국내 대기업들은 과감하고도 신속한 투자로 경쟁국들보다 더 빨리, 더 성공적으로 고비를 극복해 왔다.
하지만 한국 특유의 기업가정신이 근래 눈에 띄게 위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다시 뛰게 하려면 경영에만 전념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 정권 출범 때마다 기업은 무언의 압력 속에 높은 증가율의 투자·일자리 계획서를 발표해왔지만, 투자는 의욕을 갖고 기획되고 집행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대기업들은 대외 경제여건보다도 국내에 드리운 불확실성에 훨씬 더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정치 리스크를 제거해야 미뤄왔던 투자도,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정치도 기업의 도전·혁신 의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사업구조 바꾸고 신흥시장 개척하라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극복 전략을 분석해 7가지 트렌드를 뽑아냈다. 핵심 내용은 △사업구조를 바꾸고 △이종(異種)산업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더 유리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신흥시장에 주력하고 △기존 기술·제품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실제 주요 기업들이 추진하는 불황 극복 전략도 대체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전략은 쇄신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전자업체 필립스는 지난 5월3일 사명을 ‘필립스전자’에서 ‘필립스’로 바꿨다. 반도체와 TV, 오디오 등 경쟁력을 잃은 사업부문을 정리하면서 조명·의료기기·소형가전 등 새로운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IPTV 플랫폼 사업부인 ‘미디어룸’을 팔고 기존 사업에 주력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LG전자도 2000년부터 시작한 통신장비 사업을 13년 만에 접었다.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분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종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도 많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에너지, 헬스케어 등 기존 주력산업에 더해 최근 유전 장비업체 루프킨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전자책·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도 올해 1월 문자·음성 변환기술을 갖춘 기업인 이보나를 인수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호텔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10년간 유럽 전역에 중저가 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생산기지를 재배치하는 기업도 많다. 지난 10년간 중국에 생산기지를 뒀던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추세가 뚜렷하다. 좀 더 나은 조건과 신시장 공략 등 다목적 포석이다. 저가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협력사 레버스타일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며, PC 제조업체 레노버는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트렌드는 ‘연합’과 ‘융합’이다. 혼자서, 혹은 한 가지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는 지났다. 다른 영역의 기술·제품과 서로 ‘합치고 섞는’ 게 대세다. 애플과 나이키, 구글과 아디다스는 각각 연합전선을 만들어 신발, 스포츠 의류에 정보기술(IT)기술을 접목한 신상품 개발 경쟁을 시작했다.

한국기업 발 빠른 대처 미래 먹거리에 ‘공격투자’
불황을 넘어서기 위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여전히 미래 먹거리를 고민 중이다. 2010년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했으나 지지부진해 추진동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기존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불황 탈출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난 24조 원을 올해 설비투자에 투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친환경차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에서 미리 경쟁력을 확보해야 향후 1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그룹도 기존 정유·화학 사업 외에 전기차 배터리, IT부품(회로기판)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LG그룹은 주력사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쏟고 있다. △태양전지·연료전지 등 에너지 △배터리 등 친환경 자동차부품 △차세대 조명 등 리빙에코 △헬스케어 등을 중점적으로 육성 중이다.
다른 그룹들도 분주하다. GS그룹은 에너지와 발전 사업에서 새 동력을 찾고 있다. GS칼텍스는 중질유분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국내 첫 민간 발전사인 GS EPS는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동부그룹도 철강 계열사를 통해 2차전지 소재, 폴리실리콘 등 첨단 소재분야를 키우고 있고,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계기로 전자산업으로 그룹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S그룹은 본업인 산업용 전기·전자, 에너지 분야를 주축으로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부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탄소섬유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계 최고의 부품 경쟁력으로 승부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지난 상반기 9조 원에 그친 설비 투자를 하반기 15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반기뿐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공격적 투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설비 확충에 돈을 쏟아 부어 세계 최고의 부품 경쟁력을 갖추고, 스마트폰과 TV 등 완제품에 치우쳐 있는 현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시설 투자에 24조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22조 8,50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상반기 9조 원을 쓴 만큼 하반기에 15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매달 연구개발(R&D)에만 1조 원 이상 투입해온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설비투자를 더한 총투자액은 4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는 대부분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부품 분야에 집중된다. 올해 24조 원의 시설투자금액 중 13조 원은 반도체에, 6조 5,000억 원은 디스플레이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품에 대한 투자 확대는 완제품과의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3조 7,400억 원을 쓴 반도체에 하반기에는 9조 2,600억 원을 쏟아붓는다. 기존 D램 생산라인의 미세공정 전환을 서두르는 데에 가장 많은 돈을 쓸 계획이며 중국 시안에 짓고 있는 낸드플래시 공장도 내년 상반기에 조기 가동해 메모리 시장 1위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또 작년 10월께 공사를 중단했던 시스템반도체 라인인 화성 17라인은 지난 4월 공사를 재개했다. 내년 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도 4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디스플레이에는 상반기 2조 7,800억 원에 이어 하반기 3조 7,200억 원을 투입한다. 점유율 98%를 가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 확충에 상당액을 쓸 방침이다.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게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충남 천안, 아산 지역에 있는 OLED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두 번째 공장인 A2공장에 지은 4라인은 지난 6월 생산에 들어갔으며 5라인은 이달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세 번째 공장인 A3공장도 건물 공사를 대부분 마치고 장비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또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에는 설비 고도화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착공한 중국 쑤저우 8세대 LCD 공장은 조만간 장비 설치를 시작해 연말쯤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 사업 육성에 기업의 사활 건다
SK는 그룹 주력사업인 에너지 부문과 반도체, 화학 및 바이오 등에서 신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는 계열사별로 핵심 사업경쟁력을 키우고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및 석유화학 부문 지주회사 격인 SK이노베이션은 해외에서 미래의 활로를 찾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선 올해 독일 콘티넨탈과 공동으로 ‘SK-콘티넨탈이모션’을 출범시켰고 베이징자동차그룹, 베이징전공 등과는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맺었다. 연초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과 공동으로 완공한 우한 나프타분해시설은 곧 가동에 들어간다. 이 공장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연간 80만t, 폴리에틸렌을 연간 6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 7월 인천 콤플렉스와 트레이딩 사업부를 분할,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첨단기술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K이노베이션은 2008년 10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신기술에 대한 특허이전 및 연구협력 계약을 아주대와 맺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이 기술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모으는 수준을 벗어나 촉매 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로 바꾸는 것이다.
SK케미칼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친환경 화학소재와 생명공학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친환경 화학 부문은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하나인 PPS가 핵심이다. 열과 충격에 강한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금속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소재다.
지난해 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는 과감한 투자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모바일용 D램 부문에선 지난해 하반기 시장의 주력 제품이던 DDR3와 LP(저전력)DDR3의 중단단계 제품을 내놔 중저가 울트라북과 태블릿PC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모바일 메모리 시장이 고사양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중심으로 LPDDR2에서 LPDDR3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지난 6월 개발을 마친 20나노급 8기가 LPDDR3 제품을 하반기 중 양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SK건설은 설계와 구매, 시공까지 맡는 EPC 사업을 탈피한 TSP(토털솔루션프로바이더) 모델을 개발했다.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기본 설계와 유지 관리까지 총괄하는 개념이다.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 프로젝트가 SK건설의 대표적인 TSP 사업이다.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는 SK건설, SK종합화학, SK가스 등 SK 주요 계열사가 대주주로 참여했다.
‘그린 솔루션’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 ‘승부수’
LS그룹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장기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지면서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기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핵심부품, 해외자원 개발 등 그린 비즈니스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LS그룹은 미래 시장을 주도할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에서 ‘그린 솔루션’ 사업 등을 새 성장 동력으로 발굴키로 했다.
LS전선은 전략 품목인 초고압케이블과 첨단 제품인 해저케이블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정했다. 초고압 케이블은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변전소까지 보내는 데 사용되는 케이블이다. 대용량의 전력을 최소한의 손실로 보낼 수 있다. 최근 전력수요량이 증가하고 송전 용량의 대용량화가 요구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에는 전력 공급의 신뢰성, 안전성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LS산전은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의 경우 불가리아 일본 등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대비 매출 규모를 3배 이상 키웠다. 지난해 8월 불가리아에 14.5㎿급 대단위 태양광발전소 구축을 마쳤다. 앞서 2009년 일본 기업과 연간 최소 15㎿급 이상 태양광발전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20㎿ 이상의 태양광 모듈, 인버터, 모니터 등 시스템을 공급해오고 있다. 일본 주택시장에 연간 1만 가구 이상 태양광발전시스템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매출이 최대 1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LS니꼬동제련은 금속마케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초 국내 최초로 APR(Ammonium Perrhenate)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APR은 항공기 터빈 등에 사용되는 레늄의 원재료다. 레늄은 내열성이 높아 항공기 터빈 블레이드에 합금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가격이 높고 세계적으로도 생산업체가 적어 수익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에 들어가면서 신규 판매처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트랙터 사업을 하고 있는 LS엠트론은 국내 농기계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100만대 규모의 시장성을 가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9년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을 공략했다. 2010년에는 중국공장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브라질 법인을 설립해 남미 시장 등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올해 북미 유럽 아시아 등과 신흥시장 공략 등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친환경 트랙터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에너지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E1은 친환경에너지인 LPG산업의 활로 모색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 러시아 유럽을 잇는 네트워크 완성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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