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서울지역에서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구가 4배 이상, 1인 가구는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전통적인 주거 형태의 와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혼자 사는 가구는 지난 1980년 8만 가구에서 85만 가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사회의 모습이 변화하면서 핵가족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급격한 핵가족화로 인한 사회 병리적 현상들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데다 급증하는 1인 가구 중에는 홀로 사는 노인과 같은 경제적 취약 계층이 많다는 것이다.
자의로 혼자 사는 ‘싱글족’ 늘어
전통적인 가족 형태의 와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0년 이상 산 부부들의 황혼 이혼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2인 가구를 넘어서 가장 많은 주거형태가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의 1인 가구 수는 435만 8,642가구(25.2%)로 지난해까지 가장 많았던 2인 가구(25.2%)를 앞질렀다. 1인 가구는 앞으로 계속 증가해 2035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34.3%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율은 다섯 가구 중 한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 된다. 현재 1인 가구의 가구주는 4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2035년에는 60대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1인 가구를 세분화했는데, 만혼 추세로 생긴 골드 미스·미스터 그룹과 우울한 싱글인 산업 예비군 그룹, 가족 해체로 생긴 불안한 독신자, 실버 세대가 그것이다.
몇 해 전 ‘골드미스’라는 말이 유행했다. 시집을 못간 노처녀가 아니라 결혼보다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인생을 추구하는 결혼 안한 미스들이 증가한 것이다. 이제는 자의에 의해 독신으로 사는 싱글족이 남녀 구분 없이 많아졌다. 미혼인 채로 서른만 넘겨도 노처녀, 노총각 소리를 듣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산업 예비군 그룹을 이루는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가 메아리(echo)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켜 태어났다는 의미의 에코세대가 많다. 에코세대는 1979년에서 1992년 사이에 태어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만 20~33세의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으로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성격을 띤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에코세대 95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며 이 중 82.4%가 미혼이고, 100만 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솔로 이코노미’ 한국 경제의 새로운 특징으로 떠올라
1인 가구의 증가는 또 하나의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내면서 각 기업의 마케팅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선진국 경제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솔로 이코노미’가 우리나라 경제의 특징이 되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의 구매력이 높음에 따라 기업들도 상품 개발, 판매, 마케팅 전략을 이들을 겨냥해 수립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에는 1인용 칸막이 고기집이 생겼다. 혼자서는 먹기 힘든 음식 중 하나인 고기 마저도 혼자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생긴 것이다. ‘나홀로 식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일본인들이지만 가족이나 회식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고기집에서는 1인용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놀랍다. 현재 일본의 1인 각 비율은 전체 가구의 30%를 차지하고 지진이후 더욱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른바 ‘싱글마케팅’이 뜨겁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1인 가구는 어느 순간 유행을 선도하는 소비 집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장에는 이미 1~2인분 밥을 지을 수 있는 전기밥솥과 낭비 없이 적은양의 빨래가 가능한 미니세탁기, 청소기 등이 출시되었고 생활가전에 전 분야에 있어서 1인용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가전분야뿐 아니라 식품매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트의 식료품 포장은 대부분 4인 가족을 위한 용량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혼자 사는 이들은 음식을 다 먹지 못한 채 상해서 버리기 일쑤였다. 이에 마트들이 기존에 큰 조각으로 팔던 음식을 소용량 포장해 팔기 시작했다. 생선류를 기존 4~6조각으로 팔던 것을 2조각 단위로 팔기 시작했고, 야채를 기존의 반절의 용량으로 포장해 99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품들의 소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젊은층의 1인 가구는 음식을 해먹기 보다는 사먹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에 따라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1인용 식탁을 이제 우리나라 식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은 4~6인용 식탁이 주류를 이뤘던 것과 대조적으로 2인용 식탁을 늘리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제품의 소형화는 1인 가구 증가에 대처하는 초보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며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생활 패턴과 동선 등을 파악해 더 진화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1인 가구의 연평균 지출액은 3만 4,000달러로 2인 가족의 1인당 소비금액(2만 8,000달러)보다 훨씬 높고 중국 역시 혼자 생활하는 이들이 소비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1인 가구는 구매력이 높아 소비 트렌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소비시장에 활력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경제의 중요부분으로 떠오른 1인 가구로 인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1인 가구 내에서도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골드세대와 일부 부유층에 국한되어 1인가구의 양극화 현상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1인 가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고령화’
증가하는 1인 가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인구의 고령화와 미혼과 저출산 등이다. 여기에 이혼가정의 증가와 자녀분가가 증가하고, 일자리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1인 가구의 증가뿐만 아니라 가난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삶의 질에 대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핵가족의 해체로 인해 가족의 부양능력의 약화되고 ‘고립에 가까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독거노인이나 한 부모 가족 등은 경제활동이 어렵고 생계비 마련마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정책과 사회제도는 3~4인으로 이뤄진 핵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00여 일간 강북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6명이 자살했다. 단일 주거 환경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살한 사례는 찾기 힘든데, 오랜 시간 지속된 경제난과 사회적 박탈감 등이 이곳에 사는 빈민들의 삶의 의지를 무력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을 자살로 몰아넣은 것은 기초생활수급의 탈락과 생활고로 밝혀졌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구조가 가족 부양의 책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가족의 능력이 있을 경우 수급을 받지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혼자 살고 있지만 서류상 함께 있는 가족들의 소득이나 재산으로 인해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초수급마저 받지 못하게 만드는 자녀가 원망스럽다’는 노인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경제적 능력 없는 차상위계층 1인 가구 위한 정책 선행돼야
현재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차상위계층에 선정된 1인 가구에 제공되는 최저생계비는 1달에 55만 원. 그러나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심사에 탈락해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많다. 2010년 기준으로 독거노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이 최저 생계비 이하인 데다 부양 의무자인 직계혈족과 배우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어야한다. 만약 부양 의무자의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많으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급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합리한 정책으로 인해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이루는 가정 중에는 영세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인당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빈곤인구 가운데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구성원 비율이 각각 23.6%와 32.3%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빈곤인구의 절반이 넘는 54.8%가 1~2인 가구인 것이다. 1~2인 가구의 빈곤률이 높은 것은 취업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1인 가구의 가구주 미취업률이 46.02%, 2인 가구 36.94%인데 비해 4인 가구의 가구주의 미취업률은 12.14%에 그쳤다. 또한 1인 가구는 50대 이상에서 미취업률이 특히 높았다. 60대 이상에서는 73.71%에 달했다. 독거노인의 경제적 취약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을 받는 인구는 160만 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30%에 지나지 않고 취업률도 30%도 못 미친다.
혼자 사는 가구 중 사회적 취약계층인 여성과 노인이 늘어나는 부분도 눈여겨 봐야한다. 여성 1인 가구가 200만에 이르는데, 비율로는 25세~29세, 70세~74세가 가장 많았다. 미혼인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여성과 노인 중심의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아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쉽고, 범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1인 가구와 빈곤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외로움이나 우울증, 알콜 중독이나 게임중독 등에 취약해 범죄나 자살 등의 사회적 병리현상들의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나홀로 1인 가구를 위한 상품개발이나 싱글마케팅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구성원들이 겪는 주거문제와 빈곤문제, 외로움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