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휴대폰 화면을 버튼이 아닌 터치로 조작할 수 있을까 상상했던 적이 있다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휘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휴대폰을 돌돌 말아서 호주머니에 넣는다거나, 이를 꺼내지 않고도 착용하고 있던 시계를 이용해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봤는가. 이는 곧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휘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한 곡면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선보였다. 휘어지는 플라스틱 패널을 사용했지만 마감 과정에서 겉면에 유리를 씌워 완제품은 휘어지지는 않고 곡면 상태로 만들어졌다. 갤럭시 라운드 출시로 휴대폰 화면은 1세대인 흑백 액정화면(LCD)에 이어 2세대인 컬러 초박막 액정화면(TFT-LCD), 3세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거쳐 4세대인 곡면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렸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진화
웨어러블 컴퓨터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휘어지는 화면)다. PC·태블릿PC·스마트폰 등 모든 종류의 컴퓨터에서 화면은 이용자와 컴퓨터가 의사소통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용자는 화면을 통해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거나, 컴퓨터가 전달하는 온갖 정보를 읽는다. 가벼우면서 자유롭게 휘는 화면이 없으면, 몸에 입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진화(進化)에 따라 웨어러블 컴퓨터도 다양한 형태도 구현될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4단계 발전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는 떨어뜨려도 부서지지 않는(Unbreakable) 강도를 갖추는 것. 화면을 휠 때의 압력에도 견디고 부서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2단계는 책받침처럼 약간 휘어지고 구부러지는(Curved) 단계다. 그다음이 두루마리 형태로 말 수 있는(Rollable) 수준이며, 마지막은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Foldable) 단계다. 현재 제품 양산까지 성공한 것은 2단계 정도다. 시계처럼 손목에 감거나, 안경에 부착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LG전자가 올해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곡면(曲面) OLED TV’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제품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은 ‘두께’ 싸움이다. 많이 구부리려면 두께를 얇게 해야 한다. 현재 1.5~2㎜ 수준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0.6㎜까지 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종이 두께만큼 얇아지면, 잡고 흔들면 종이처럼 살랑거리면서 흔들리고, 접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단순히 안경이나 시계처럼 몸에 착용하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아예 옷처럼 입는 컴퓨터까지 만들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올해 2억달러(2,230억원) 시장에서 2020년엔 170억달러(18조 9,960억원), 2030년엔 407억달러(45조4,780억원)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한다.
3단계·4단계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장벽은 양산 기술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며 2단계 수준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3단계로 기술 진화 못지않게 생산 기술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두께·강도·탄성 등 요구되는 수준이 워낙 높은 탓에 수율(완성품 비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현재 이 기업들의 수율이 10%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장을 만들면 9장 이상이 불량품이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전자기기 시장이 생각처럼 폭발적으로 생기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예컨대 전자종이(epaper)는 2~3년 전만 해도 책을 대체할 혁신 제품으로 기대됐지만, 실제 전자종이를 활용한 제품들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플렉서블 시장규모 급팽창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하나로 업계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는 제품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진화에 따라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는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등은 먼저 언브레이커블 디스플레이 제품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언브레이커블 디스플레이는 기존 유리기판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서 내구성을 높이고 두께와 무게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삼성 갤럭시S5· 갤럭시노트4, LG G3, 애플 아이폰6 등에 이같은 형태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또 화면이 둥글게 휘어지는 형태의 라운드 타입 디자인과 화면 한 쪽 가장자리가 구부러진 바 타입 디자인 등을 갖춘 스마트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이런 형태의 디자인을 특허 출원한 바 있다. 삼성 갤럭시 기어의 후속 제품에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제품은 아니더라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자인과 사용성에 큰 혁신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올해 2억 달러(2,230억원) 시장에서 2020년엔 170억 달러(18조 9,960억원), 2030년엔 407억 달러(45조 4,780억원)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TV 역사를 새로 쓰다
‘완전 평면’이 최고의 제품으로 인식되던 TV시장에 화면 양 옆이 오목하게 휘어진 곡면 TV가 등장하며 기존 고정관념을 완벽히 깨뜨렸고,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도 휘어지는 스크린을 장착한 플렉서블(Flexible) 제품의 출시 경쟁이 연내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55형 올레드 TV를 출시한 것에 이어 최근 곡면 올레드 TV까지 세계 최초 출시 기록을 이어감에 따라 다시한번 세계 디스플레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LG 곡면 올레드 TV는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화면의 양 옆이 오목하게 휘어진 세계 최초의 TV다. 이미 지난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CES 2013’에서 깜짝 공개해 이전에 없던 최고의 화질과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진일보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이 제품은 기존 평판TV와 달리 시청자의 눈에서부터 화면 중심부와 측면까지의 각 거리가 동일해 화면 왜곡과 시야각 끝 부분이 흐려지는 ‘외곽부 인지도 감소 현상’을 최소화 했다. LG전자는 5년간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외곽부 인지도 감소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곡률(곡면의 휘어짐 정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더욱 편안하고 실감나는 화질과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 제품은 고강도 초경량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을 사용해 4.3mm의 초슬림 두께와 17kg의 경량 디자인을 구현했다. 화면과의 일체감을 살린 투명 스탠드는 마치 화면만 공중에 떠있는 듯한 효과를 줘 화면 몰입감을 더욱 높여준다.
마음대로 휘는 ‘플렉서블 스마트폰’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올레드.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라는 신개념이 새로운 화두로 주목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뜻하는 것으로 종이처럼 접거나 말아도 손상이 없는 유연성을 가진 휘어지는 스크린을 말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깨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게와 두께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초경량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고 파손 우려도 없다. 화면을 마음대로 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목한 브라운관과 얇고 가벼운 평판(平板) 디스플레이에 이은 3세대 제품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제조사간 경쟁 양상 또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올레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플렉서블 올레드 등을 포함, 올레드에 약 2조 원가량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개발 및 양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에 국내에 올해 안으로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초기 단계인 플라스틱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컴퓨터, 이젠 몸에 입는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최근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입는 컴퓨터)’라는 신개념이 연일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옷이나 시계, 안경, 액세서리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를 뜻한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이어 스마트시계(스마트워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IT업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애플은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 ‘아이워치(iWatch·가칭)’를 올해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든 제품 디자이너, 매니저, 엔지니어 등 100여 명이 ‘아이워치’ 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팀 쿡 애플 CEO가 최근 말한 올 하반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품은 ‘아이워치’가 유력하다는 추측이다. ‘아이워치’는 손목을 감싸도록 설계된 휘어지는 터치 스크린이 달린 시계 형태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첨단기술의 진보로 다음 스마트 시대를 책임질 깜짝 놀랄 만한 신개념 제품들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LG전자는 앞으로도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보다 인간친화적인 신개념 제품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