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0월25일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대비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GDP가 3%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전기대비로는 1.1% 성장해 2분기 연속 1%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이 기대 이상의 숫자가 나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이 내놓았던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월10일 한국은행은 ‘2013∼2014년 경제전망’을 통해 당초 3분기 실질 GDP가 1.1%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7월 이후 본격화한 신흥국의 위기 등 대외 여건 악화를 이유로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췄다. 수출이 0.9% 감소했음에도 3분기 GDP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데는 민간소비와 설비·건설투자 등 내수가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3.3%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대해 정영택 경제통계국장은 “식료품 소비가 늘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0.6%포인트)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게다가 신도시 건설과 발전설비를 중심으로 투자 확대가 이뤄졌다”고 설명하며 “다만 수출이 전분기의 높은 기저효과와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부진하게 나왔다. 하지만 10월 들어 최근까지의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
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 2011년 2분기부터 8분기 연속 0%대 행진을 이어가다가 올 2분기에 1.1%로 올라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설비투자는 전분기 -0.2%에서 1.2% 증가로 돌아섰다. 민간소비는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1.1% 증가했으며, 건설투자는 토목과 건물 건설 모두 늘어나면서 2.7%, 수입은 지석재산권 등 사용료 지급 증가에 힘입어 0.1% 확대됐다. 반면 정부 소비의 증가율은 2분기 2.4%에서 3분기 0.1%로 낮아졌다.
경제활동별로는 농림어업이 벼와 양돈 위주로 2.0% 성장했고, 건설업은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2% 늘었다. 전기가스수도업은 전력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2분기 1.5% 감소에서 1.0% 증가로 돌아섰으며,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은 0.7% 성장했다. 교육(-0.4%)과 부동산·임대(-0.2%)가 줄었지만 보건·사회복지(2.6%)과 문화·오락(1.7%), 금융·보험(1.0%), 도소매·음식숙박(0.8%) 등은 증가했다. 제조업 중에서는 전기전자기기와 석유화학제품, 음식료품,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1.6% 증가했다.
정 국장은 “직전 분기 대비 1.1의 성장률은 거의 성장경로 상단에 위치해 있다”면서 “경제가 좀 더 활력을 되찾으려면 민간소비가 버팀목이 돼주면서 설비투자가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김중수 한은 총재는 “성장세가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해왔다. “수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라 성장세에 이견이 있지만, 수출 여건이 과거에 비해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그는 “세수가 잘 걷히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지만 재정지출 감소에 의해 4분기 성장률이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성장률 증가 결과에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이라면서 이 같은 성장 속도가 유지된다면 한은이 제시한 연간 2.8%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초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탄다면 연간 전망치인 2.8%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도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증거가 된다”면서 “4분기에도 0.9~1.1%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2.8%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소비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 존재
세계경제는 올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국가부채 문제가 점차 조정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경기 상승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회복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정긴축이 실물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많이 줄었지만 금융완화 정책을 정상수준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의 충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1%에서 내년 3.4%로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이 세계경기를 선도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유로존이 이 뒤를 받칠 것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디플레 탈출 가능성 높으나 성장속도는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도 구조조정 본격화로 7% 중반의 감속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국내 경기도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경기 역시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역 증가세가 예전만 못하고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 고령층 소비성향 저하 등 소비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3.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이 이어지면서 국내경제는 내년 중 올해보다 성장활력이 높아질 것이다. 수출에 후행하는 내수경기의 특성상 소비, 투자 등도 완만하게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올해 유럽 재정위기와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개도국 금융불안,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와 관련된 혼란 등 불확실성이 내년에는 다소 완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수요심리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경기회복기에 비해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사태, 리먼쇼크 이후에는 성장률이 빠르게 높아진 바 있지만 이번에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3.6% 수준으로 소폭 높아지는 데 그칠 전망이라는 것이다.
자산가격, 내년에 하락세 멈출 가능성
국내경제 성장은 수출이 주도한다. 하지만 세계교역 증가가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성장 추진력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수경기도 수출에 비해 회복속도가 완만할 전망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 전세 등 주택비용 상승, 고령층 소비성향 저하 지속 등으로 소비증가가 경제성장률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7, 8월 들어 소매판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민간소비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수출 증가에 따른 경기회복이 고용 및 소득 증가로 이어져 소비가 회복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는 것. 국제유가 안정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민총소득(GNI)의 증가세가 확대됐고, 소비자물가가 1% 내외로 크게 안정되면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늘어난 점도 소비 증가의 주요 요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부동산 등 자산가격도 내년에는 하락세를 멈출 가능성이 커서 자산효과에 의한 소비증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올해 건설투자는 수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상반기 5%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년간의 건물수주 물량이 올해 기성진척으로 이어지고 공공부문 SOC 투자도 크게 늘어난 상황. 이에 따라 향하 부동산 경기도 다소 호전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매매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어 향후 국내외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상승하면 주택가격도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내년에 올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미분양 적체 등 수요 대비 초과공급 상황인 것으로 인식해 주택공급을 축소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2016년까지 LH공사 등 공공사업 물량이 계획대비 17만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4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SOC 부문은 23.3조 원 규모로 올해보다 6.8%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 중반 전망
3분기 소폭 상승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9월 들어 다시 0.8% 낮아졌다. 과거 일본의 디플레이션 같은 상황까지 치달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부진과 정책적 노력 등으로 억제됐던 기업들의 공산품의 가격인상도 경기상승 기조와 함께 점차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매우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가격인상에 따른 부담이 과거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3% 수준에서 내년에는 2%대 중반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2% 내외의 저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취업자 증가 수는 3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2000년대 리먼쇼크 이전시기까지 4%대 성장세 속에서도 취업자 증가수가 30만 명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경제상황에 비해 고용증가는 양호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에 따른 고용창출효과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를 직전연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고용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는 데다 제조업 내에서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장치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 등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 증가, 젊은 층 취업난은 답보 상태
내년 생산 활동이 올해보다 활발해지면서 취업자 수 증가세도 빨라질 전망이다. 도소매, 운수, 숙박 등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 부문의 고용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이 회복되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정책적 효과까지 더해져 보건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연평균 10만 명 이상 취업자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경제의 장기성장률 제고에 대한 기대도 크게 높아지기 어려워 젊은 층의 취업난은 크게 줄어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고용증가는 근속기간 10년 이상인 근로자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근속연수 1년 미만의 신규 취업자들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신규 인력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보다는 장기 근속자들의 이탈률이 낮아지면서 취업자 증가 추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내년 2% 중반 수준의 성장을 회복해 잠재성장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상황도 꾸준히 개선되면서 실업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존 역시 경기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위기의 진앙지였던 유럽 위기국들은 임금조정이 어느 정도 진전되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쟁력을 다시 회복해가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국내경제도 하반기 들어 호전되는 모습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전망할 수 있게 됐다. 올해보다 성장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 4%대의 성장까지는 어렵지만 3% 중반의 성장률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