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인사 리더십, ‘연말 개각’으로 반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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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난 인사 리더십, ‘연말 개각’으로 반전 노린다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3.11.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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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감사원장·보건복지부·검찰총장’내정에 이어 연말 개각 예고

정치권에서 연말 ‘개각說’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공석중이던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후임을 내정한 가운데 ‘연말 개각설’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 하지만 이번 인사 내정자들이 국회 청문회장에 서야 되는 부담이 있어 개각이 조기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음은 분명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공석중이었던 검찰총장에 김진태 전 대검차장, 감사원장에 황찬현(60)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또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는 문형표(57)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김종(52) 한양대 문화예술대학장이 내정됐다.
새 검찰총장 후보에 내정된 김진태 내정자는 1952년 경상남도 사천 출생으로 진주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제14기 출신으로 서울고등검찰청 고검장과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낸 뒤, 지난 8월부터 법무법인 인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청와대는 인선 배경과 관련해 “김 내정자는 총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서울고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분으로 검찰총장의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배경을 밝혔다.
황 감사원장 내정자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시 22회로 연수원 12기를 수료한 뒤 인천지법·서울민사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대전가정법원장 등을 지냈다. 부총리급의 감사원장에 지법원장을 지명한 것은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복지부 국민연금 심사심의 위원과 국민연금 심의위원, 한국사회보장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있다. 복지분야와 연금분야에 대표적인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김종(52) 한양대 문화예술대학장이 맡기로 했다. 김 차관은 한국 스포츠 미디어학회장과 아시아 스포츠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스포츠와 미디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반복되는 인사파동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고위공직자의 논란과 관련해서만 두 번에 걸쳐 사과를 했다. 지난 4월 고위공직자 낙마 사태로 인해 “인사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데 이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태가 터지면서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신랄했다. 민주당은 “한 조직의 수장은 발가벗겨져 강제로 쫓겨나고 또 다른 조직의 수장은 가출했다”며 채 전 총장과 진 장관의 사퇴논란을 꼬집기도 했다. 인사파동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난기류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목표를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잡고 경제행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여론의 관심이 인사논란에 집중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신임하는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던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와 정홍원 국무총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듭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이 자칫 ‘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어 공직기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부분개각설이 정치권 주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조직 동요와 업무 차질 등 부작용이 우려되자 청와대는 개각은 없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이는 항명 파동으로 어수선한 국정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해 대폭적인 개각은 연말연초에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의 인사참사 ‘시즌2’라고 평하며 박근혜 정부의 인사 문제를 다시 집중 거론하고 있고, 야당이 벼르고 있는 만큼 인사청문회를 당당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때문에 이미 정권 초에도 겪었듯 또다시 능력과 도덕성시비에 휘말려 낙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삐걱대는 청와대 對 정부
특히 후임 내정자들은 그동안 공백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른 한편, 정기국회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문제들에 대한 이해와 설득 작업을 전개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떠안아야 하는 만큼 원활한 업무 수행에 곤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수세에 몰림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국 전환을 위해 공석 중이던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내정과, 검찰총장 등을 넘어 다른 정부 부처 장관들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개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30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더 늦기 전에 박 대통령은 대대적인 인사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더 이상 인사 망사와 참사를 방치한다면 국정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새로 내정된 후임자에 대한 청문회 통과하는데에도 최소한 한두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석을 채우는 동안 시급한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석사태를 야기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권력 2인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된 지난 8월 이후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확 쏠리면서 참모가 내각 위에 군림해 무리수를 두다 보니 청와대와 정부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가 국정의 중심이라며 김 실장에 힘을 실어준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산층 증세논쟁에서 주무장관을 대신 조원동 경제수석이 직접 나서 ‘거위 털’ 발언을 했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진 전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 인사항명이 일어난 것이 청와대와 정부 간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연말 개각설 ‘솔솔’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복지공약의 수정을 계기로 새롭게 국정운영의 틀을 바꿀 필요성이 있고, 문제 부처에 대한 문책인사도 병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신임자들의 내정과는 상관없이 이번 일로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선 연말 개각설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마침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연말 개각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여권 내에서는 핵심 부처 장관이 이미 공석이 됐던 만큼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에 개각을 빼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휴가 직후 전격적으로 일부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한 것처럼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호흡 차원에서 개각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다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주변에선 이번 인사파동을 계기로 소규모 개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청와대 주변에선 연말 중폭 이상의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정과제 이행 정도가 미흡한 경제 관련 부처들을 중심으로 A 장관, B 장관 등 4명 이상의 장관급이 교체될 수 있다는 설(說)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새누리당 일각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라인에 대한 경질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지난 8월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상당 부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정 쇄신과 국정과제 이행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기 위해선 일부 개각이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개각의 경우에는 인사청문회 등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인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데다 현재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에선 어려움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인사파동을 겪은 이후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강화됐고 기간도 상당시일 지체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반기가 다 되도록 공공기관장 인사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체적 난맥상
청와대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조기 개각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9월30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조기 개각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분명히’라는 표현을 쓰겠다. 지금 단계에선 분명히 개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지난 9월28일 국무총리실에서 이례적으로 ‘개각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면서 “저 또한 똑같은 답변을 한다. 개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빠듯한 일정상 현 상황에선 개각을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박근혜 정부가 1년도 안됐는데 전대미문의 총체적 난맥에 빠졌다”며 “인사 참사, 버틴다고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총체적 난맥, 그대로 둔다고 해서 결코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를 언급하며 “일하겠다는 사람은 찍어내고, 나가겠다는 사람은 막고 무능한 사람은 방치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개각은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여전히 불통이고 오만한 태도”라고 지적한 뒤 “정부 출범 초반에 벌어지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엄중한 마음으로 성찰,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참모들과 집권당은 (진 전 장관에게) ‘배신자’라는 딱지부터 붙이고, 장관이 소신껏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누구 때문인지 성찰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과 약속을 저버리는 게 배신이고 배반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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