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이 신속하게 인사를 한 데는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등 현안을 마무리하고 ‘위기의 검찰’을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공직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하반기 중점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진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검찰 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라인의 PK(부산·경남) 편중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을 바로잡는 데는 김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고 한상대 전 검찰총장 낙마 이후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검찰 내부를 잘 추슬렀다는 점을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4명의 총장 후보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높아 검찰 조직을 장악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봤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김진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서 부산·경남(PK)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新)PK’ 인맥이 구축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정 2인자’인 정홍원 국무총리(하동)와 ‘정권 2인자’인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거제)이 대표적이다.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사천)와 앞서 발표된 황찬현 감사원장 내정자(마산)가 모두 경남 출신이다. 청와대 3실장 중 한 명인 박흥렬 경호실장도 부산 출신이다.
PK 인맥은 법조계에서도 두드러진다. 법원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외에도 서기석(경남 함양) 헌법재판소 재판관, 손왕석(경남 밀양) 대전가정법원 법원장, 윤인태(울산) 부산지방법원 법원장, 박효관(경남 진주) 부산가정법원 법원장, 박삼봉(부산) 대전고등법원 법원장, 박흥대(경남 창원) 부산고등법원 법원장 등이 두루 포진해 있다. 검찰에서는 김경수(경남 진주) 대전고검장 정도다.
법무부 강찬우 법무실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진주고를 나왔고 정동민 출입국본부장은 부산 금성고를 나왔다. 안태근(경남 함안) 인권국장, 김태훈(경남 창녕) 교정본부장 등도 PK다.
PK의 약진은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인 데다 대구·경북(TK) 독식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권력실세, 청와대 2인자로 불리는 김 비서실장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는 “정권 초기에 이 정도면, 인위적인 조정이 시도되지 않는 한 정권 말기에는 PK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면서 “장·차관, 실·국장들이 국·과장급을 챙겨 주기 시작하면 충분히 그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