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나 좋다” 탄성이 절로 나는 우리 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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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나 좋다” 탄성이 절로 나는 우리 가락
  • 백단아 기자
  • 승인 2013.10.2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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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정과 선율이 흐르는 풍류고택

갈수록 국악을 하는 이들이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 국악이란 지루하고 고루한 음악이라는 편견 때문에 갈수록 국악을 멀리하는 이때, 국악을 즐길 수 있는 맛있는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시 부평동에 위치한 풍류고택의 장준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풍류를 즐기는 도심 속 숨은 명소

▲ 풍류고택 장준영 대표
화려한 불빛의 도심 속을 걸어 풍류고택을 찾았다. 번쩍이는 네온사인, 시끄러운 음악들을 뒤로 하고 풍류고택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가야금 소리와 편백나무 냄새가 먼저 기자를 반겼다.
풍류고택에서 ‘풍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이자 생활 속의 여흥이며, ‘고택’이라는 단어는 그리움과 추억, 귀향의 속성을 지닌 우리 고유의 공간문화를 뜻한다고 한다. 풍류고택은 80여 평 규모에 편백나무로 꾸민 70석 규모의 ‘풍류마당’ 공연무대와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고택방, 사랑방, 풍류방’ 세 개의 연회실로 이루어졌다.
풍류고택에는 끊임없이 은은한 국악가락이 흘러나왔다. 시끄러운 요즘 음악들과는 다르게 귀를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소리였다.
“국악이란 한국인의 마음속에 내재된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가락입니다. 결코 지루하고 낯선 음악이 아니지요. 이제껏 국악을 편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많은 분들이 모르셨지만 국악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교감할 수 있는 가락입니다.”
우리 가락의 특징은 함께하는 것이다. 함께 부르고 춤추고 추임새로 소리를 내고. 관객은 가만히 구경하는 것이 예의인 서구적 관람문화와는 다른 특성을 가졌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오후 8시에 진행되는 고택국악상설공연을 통해 풍류고택을 찾는 손님들은 육성으로 들려주는 생생한 국악을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면서, 흥에 겨우면 춤도 추고 신명난 추임새로 화답하기도 하는 등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무대는 손님상과 가깝다.
“풍류고택을 나눔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밥 한끼, 술 한잔을 마셔도 음악이 빠지지 않았던 우리네 조상의 고상한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죠. 가장 한국적인 가락을 서민적인 공간과 결합시키고 싶었습니다.”
장 대표는 풍류고택을 찾는 외국손님들에게 한국적인 문화를 전하고 싶단다.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을 데리고 갈 좋은 장소가 부산에는 마땅히 없다.
“우리도 외국을 찾을 때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를 궁금해 하듯이 부산을 찾는 관광객 또한 한국만의 정취를 궁금해 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우리 문화를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죠.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네 서민들이 즐겼던 다양한 음식들을 맛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악의 대중화는 직접 향유하는 것
장준영 대표는 (사)부산국악협회에서 지역 국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온 뜻있는 국악인이다. 전라도 영암이 원적이지만 부산에서 출생하여 성장하며 영·호남의 정서와 음악 그리고 다양한 지역적 환경을 체험한 것이 어쩌면 지금의 장 대표가 올곧이 국악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한 밑거름이 아니었나 싶다. 동아대학교 행정학과를 1994년에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하면서 국악을 공부하고 싶었던 그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부산국악협회에서 소리를 배우며 사무·행정을 돌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2년을 계획했던 소리공부와 부산국악협회 총무, 사무국장직을 10여년 넘게 수행해오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협회의 행정을 꾸려가면서 보람을 느끼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 풍류고택을 운영하는 국악인 장준영 대표.
부산국악협회에 몸담았던 장준영 대표는 10여 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협회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과거 협회에 불이 나서 많은 자료가 유실되었지만, 남아있는 자료를 직접 모으고 정리해 부산국악회 50년사를 정리하였고, 국악분야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훌륭히 수행해 부산시장 표창을 받는 등 국악인들이 가져야 할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국악을 발전·계승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동안 정형화된 공연장이 아닌 생활 속에서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장 대표는 2012년 9월 부산 부평동에 풍류고택의 문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문화, 예술발전과 사회봉사에 기여하는 자선의 밤 행사, 지역 내 독거노인 초대공연 등 각종 자선행사를 가졌고, 전도유망한 국악밴드 아비오, 초아와 자매결연을 맺어 후원하고, 풍류고택에 전시된 물품들을 판매해 2013년 자선의 밤에 기부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각종 동아리모임 및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문화행사를 기획, 공연하면서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풍류고택을 사랑하는 분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부산을 비롯한 경향각지의 수준 높은 국악예술인들을 초청하여 특별국악공연을 가지고 있어 장 대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저는 풍류고택을 지역의 국악인들뿐만 아니라 국악을 즐기고자 하는 분들과 흥겹게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합니다. 요즘 국악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어릴 적 들었던 친숙하고도 낯익은 가락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잃어버린 것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특히 국악과 같은 문화는 더더욱 힘이 들지요. 풍류고택에서 잃은 것을 찾는 자연스러움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친근한 국악으로 많은 이들과 나누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유지하겠습니다.”
장준영 대표에게 국악을 즐기는 법을 물었다. 그는 국악을 즐기는 것이란 최종적으로 국악의 정서와 선율을 자신의 것으로 올곧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보고 듣는 것만이 즐기는 것은 아니지요. 국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함께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악을 즐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풍류고택에서 국악을 사랑하게 된 분들이 국악을 소통과 화합 그리고 나눔의 언어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장 대표는 잊혀져가는 우리 국악을 많은 국민들이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진정한 국악의 대중화란 직접 국악을 향유하는 계층이 많아지는 것이라 말하는 그를 보며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국악을 느낄 수 있는 풍류고택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풍류고택의 대표 메뉴를 기자에게 대접한 장 대표. 고택닭해물전골은 왜 사람들이 풍류고택을 찾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 고상한 음악, 흥겨운 국악 외에도 맛있는 음식은 풍류고택의 큰 장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풍류고택 체인점을 문의하지만 상업적 공간이 아닌 마음을 열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의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절했다는 장준영 대표의 뜻처럼 아름답고 멋스러운 풍류고택이 되길 바라며 인터뷰를 정리했다.
 

▲ 풍류고택에서는 손님상과 가까운 곳에서 생생한 국악인들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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