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왜 인기 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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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왜 인기 끌까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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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섬짓 섬짓’ 여름에는 ‘공포’가 최고
현실의 ‘공포’ 잊기 위해 인위적 공포 즐기려는 심리

관객들이 다소 불쾌함을 감수하고도 공포영화를 찾게 되는 건 시청각적인 쾌감 때문이다. 낯선 시공간에서의 체험을 통한 스릴, 소름 돋는 반전도 관객들이 기대하는 공포의 묘미다. 이렇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물은 여름이 제격이다. 또다시 ‘공포’의 계절이 돌아왔다.




납량특집 넘어 사계절 문화상품으로 올 여름 최고의 문화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 ‘ 공포’다. 영화계는 10여 편의 공포영화가 쏟아져 나와 흥행에 성 공하는 ‘공포영화 특수’를 누렸고, 한밤에 흉가나 공동묘지를 찾아가는 ‘공포체험’이 신종 관광·놀이상품으로 선보였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나오는 휴대전화 벨소리, 피눈물을 흘리는 음 산한 귀신인형 등 일상 속 문화소비의 대상으로 재빠르게 변신한 공포. 이제 예전 같으면 비위 좋은 마니아들에게 국한됐거나 무더위를 식히는 ‘납량용’이던 공포물이 사시사철 대중영화로 인기 폭을 넓히고 있으며, 가급적 피하고 싶은 불쾌한 감정인 공포가 일부러 찾아가는 신종 오락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장화홍련’은 관객 300만 명을 넘기며 역대 국산 공포영화 중 최고흥행기록을 세웠고 ‘거울속으로’ ‘4인용식탁’은 사지가 뚝 뚝 잘리고 유혈이 낭자한 슬래셔(slasher)무비와는 달리 일상과 제도속에 파고든 섬뜩한 공포에 착안, 공포영화의 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외화들은 ‘엑스텐션’ ‘데드 캠프’ ‘데스 티네이션’ ‘주온2’등 잔혹하고 무자비한 공포로 강도를 극대화 한 쪽에 집중됐다. 공포를 이용한 ‘공포마케팅’도 매해 여름마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밤에 흉가를 실제 찾아가는 ‘흉가체험’프로그램, 음산한 인형 ‘리빙 데드돌’이 인기를 끌고 인터넷에는 각종 ‘귀신놀이’ ‘공포’ 카페들이 성황을 이뤘다. 휴대전화벨소리, 통화연결음으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등장했고 모바일 콘텐츠로도 공포물이 각광받았다.
이같은 공포물 확산의 이유는 무엇일까. 롤러코스터를 탈 때나 공포영화를 볼 때 육체적 긴장감이 체온을 떨어뜨려 오싹한 한기를 느끼게 한다는 과학적인 해석이 있지만, 최근의 공포 트렌드는 영화 못잖게 공포스러운 사회현실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현실의 진짜 공포가 심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순간적으로 잊거나 공포 자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가짜공포에 탐닉한다는 것. 영화나 놀이 속의 공포란 어차피 만들어진 것이고, 언젠가는 종료돼 정상을 되찾을 것이 분명한, 극복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공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인위적 공포에 탐닉하고 몰입함으로써 현실공포를 잊고 공포 자체를 심리적으로 경량화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위적 공포물들은 또 그것을 이겨낸 사람에게 공포를 극복 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 하위 집단의 경우 공포영화를 통해 억눌린 분노와 공격성을 해소할 뿐 아니라, 공포물과 대결해 다른 사회적 장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승부감, 자기과시를 체험하기도 한다. 하위문화에서 번지점프나 레이싱 등 위험한 도전을 하고 그것을 이겨낸 자만이 승자나 그들의 동료로 받아들여지는 ‘통과의례’로 기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시에 공포영화들은 인위적으로 극대화된 공포상황을 통해 차라리 현실공포는 견딜만 하고, 빨리 영화가 끝나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현실수용의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 한다. 결국 최근 1~2년간 공포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공포를 엽기 취미화·오락화하는 경향은 청년실업, 자본주의모순 심화 등 눈앞에 놓인 폭압적 사회현실에 대한 심리적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공포감이 자율신경계 자극해
무더위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귀신 등을 소재로 한 공포물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누빈다. 신기하게도 공포스러운 장면이 나오면 잠시 더위를 잊게 된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고 등골이 오싹해지며 심지어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정말 무서우면 몸이 움츠러들고 으스스해지는 것일까. 이런 몸의 변화들은 어떤 반응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연 영혼이나 귀신 등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공포물을 보는 동안 ‘서늘하다’고 느끼는 것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체 반응과 관련이 있다. 외부 감각에 대한 뇌의 자연스러운 방어 활동이 이뤄지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귀신 등 무서운 장면을 보고 공포감을 느끼면 그 자극이 대뇌의 깊숙한 곳에 있는 편도체에 각인된 뒤 시상하부를 거쳐 뇌하수체로 들어간다. 이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교감신경이 긴장하게 되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여러 반응이 몸에 나타난다. 피부에 식은땀이 솟은 뒤 증발열을 뺏겨 체온이 내려가면서 ‘으스스하다’고 느끼게 된다. 몸속 온도를 올리기 위해 피부쪽 혈관이 좁아지게 되고, 근육도 수축되게 된다. 때문에 ‘닭살’처럼 피부에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 등 몸의 털이 곤두서게 된다.
건국대 의대 해부학교실 연구팀은 최근 독일 과학전문지 ‘세포조직연구’에 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율신경계가 털세움근을 수축시키면 누워 있던 털이 곧게 일어서고 피부에 오돌오돌한 소름이 돋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속에서는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만들어지는데, 이 가운데 공포감에 반응하는 호르몬이 있다. 콩팥 위쪽에 붙은 부신이란 호르몬 샘의 안쪽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그것이다.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을 도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한다. 코와 허파에 공기가 들고 나는 양도 늘어나게 만든다. 때문에 공포감을 느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턱에 차오르게 되는 것이다. 또 혈관을 좁혀 뇌와 심장으로 피가 많이 흐르게 만든다. 때문에 피부에는 핏기가 없어지게 된다. 공포에 떠는 사람 얼굴을 보고 ‘하얗게 질렸다’고 하는 것도 이같은 신체 변화 때문이다. 또 근육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오금(무릎 뒤쪽)이 저리다.’고 느끼는 것이다.
공포 영화를 보다 보면 ‘꺄악!’하는 비명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곤 한다. 이것도 자율신경이 성대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공포에 떨어 “어∼어∼”하며 말문이 막혀버리는 것은 성대를 뻣뻣하게 만들기 때문에 나타난다.



공포물의 주인공인 귀신은 존재할까
그러면 공포물의 단골 주연인 영혼이나 귀신은 존재할까.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될까. 이와 관련해 흥미를 끄는 연구가 있다. 미국 예일대학의 게리 슈월츠 박사는 “인간 의식은 그가 죽더라도 존속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했다. 그는 분광 분석기와 뇌파 채널 검출 장치 등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5명의 유명한 영매와 함께 죽은 사람과 교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영매가 죽은 사람의 특징과 사망 당시의 일들을 자세히 알아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1907년 ‘미국의학’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의 맥두걸 박사는 “죽은 뒤 신체에서 빠져나가는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고 주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면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보듯 일종의 ‘귀신들림’을 뜻하는 빙의현상은 뭘까. 빙의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다르다. 과학전문가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정신분열이나 히스테리”라고 말한다. 정신의학계에서는 ‘나 안의 또 다른 나’인 다중인격으로, 의학계에서는 일종의 노이로제로 진단한다.

올여름도 공포열풍
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각종 공포물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극장가. 기본 메뉴는 리메이크 혹은 속편 리메이크와 속편이 많이 나오는 건 기본적으로 대중지향적인 공 포영화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 경우 원작의 명성을 기발한 상상력이나 화려한 비주얼로 뛰어넘는 게 관건이 된다.
6월 6일 개봉한 ‘오멘’은 ‘오컬트 영화’(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 령, 악마의 존재를 다룬 작품)의 걸작으로 불리는 동명 영화(1976년)를 리메이크했다. 영화속 악마의 숫자 ‘666’을 적극 활용, 6월 6일 오전 0시 6분 일반에 공개됐다. ‘악마의 자식’ 데미안을 둘러싼 기괴한 사건들과 저주를 그린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착신아리 파이널’은 2004년 개봉된 ‘착신아리’의 세번째 시리즈이자 완결편.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달되는 죽음의 공포라는 설정이 여전하다. 이번엔 왕따 여고생이 ‘죽음의 메일’을 전송한다.
뜯어보면 익숙함과 일상성이 재료 피가 튀는 끔찍한 영상이 아닌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이나 현대인들의 불안감 자체를 스릴 넘치게 포장해내는 게 최근 공포영화의 트렌드다. 과장된 설정보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 공포심을 배가한다는 것.
올해는 아시아 영화의 무기인 ‘한(恨)’의 정서에다 익숙한 전설, 괴담을 차용하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관습적인 설정이지만, 오싹한 공포를 주는 데엔 여전히 효과적이다.
우선 일상성을 강조한 경우. 관객들을 굳이 낯선 시공간으로 이끌고 가는 수고는 하지 않는다. 지난 6월 개봉한 ‘크립’은 영국의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살인마와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그렸고, 7월 6일 개봉하는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는 도시속 아파트가 무대다.
8월 개봉하는 영화 ‘어느날 갑자기’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기 숙학원 등 평범한 공간을 활용했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들에게 상처를 입힌 교사에 대한 복수(‘스승의 은혜’)나 성형수술을 한 여고생들의 원한(‘신데렐라’) 등 낯설지 않은 소재도 눈에 띈다.
6월 8일 개봉한 ‘환생’은 35년전 한 교수가 호텔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을 비롯해 11명을 살해한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11명의 희생자들이 다시 태어나 전생의 악연을 이어간다는 동양적 스토리. ‘주온’과 ‘그루지’로 유명한 일본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만들었다. ‘
‘아랑’(감독 안상훈)은 경남 밀양지방의 유명한 ‘해원(解寃)설화’인 아랑전설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던 두 형사(송윤아, 이동욱)가 한 소녀의 원혼과 마주친다는 내용이다.

*박스기사
에이즈, 유전자 돌연변이로 악성화

에이즈 바이러스 유전자 중 단 하나의 돌연변이가 원숭이에 크게 해롭지 않은 이 바이러스를 25년간 2천5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세계적 전염병으로 바꿔놓았을 수도 있다고 독일 연구팀이 밝혔다.
독일 울름대학 프랑크 키르흐호프 교수 연구팀은 의학저널 ‘세포(Cell)’ 최신호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원숭이나 유인원에 양성 감염만 유발하는 이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는 원숭이나 유인원의 면역체계를 보호하는 유전적 특질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키르흐호프 교수는 “유전자 Nef의 기능에서 관찰된 차이가 SIV(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에 자연 감염된 원숭이 종들이 왜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가를 설명하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버밍햄 소재 앨라배마대학의 베아트리스 한 교수는 앞서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SIV로 불리는 침팬지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원숭이와 침팬지 종들이 SIV의 여러 변종들에 감염되지만, SIV는 거의 에이즈를 일으키지 못 하고 있다.
키르흐호프와 한 교수팀은 독일과 가봉 등지의 동료들과 모든 SIV와 HIV 변종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nef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이 유전자는 면역시스템을 맡고 있는 T-세포의 활동을 서서히 감소시키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HIV 감염의 경우 CD4 보조 T-세포를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스스로 죽도록 하지만 SIV 감염에서는 이런 사멸기능이 어느 정도 차단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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