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체인 인기몰이에 대기업도 진출 시장 확대
회사원 임미정씨(29)는 출근길에 커피전문점에 들려 커피를 한 잔 산 뒤 사무실에 들고 가 마신다. 가끔 동료 직원들 것까지 여러 잔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일과가 된 임씨는 아침에 커피를 먹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다. 그녀는 ‘커피향’에 중독돼버린 것이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스타벅스 효과’를 보도했다. 이 보도는 요즘 미국에서 아침 출근길에 자동차를 탄 채로 커피를 사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가 늘어 교통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영화 ‘유브 갓 메일’ 등 출근길에 커피를 손에 들고 마시는 장면은 이제 상당히 흔한 장면이 되었다.
미국과 상황은 좀 다르지만 우리나라도 ‘스타벅스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테헤란밸리에는 ‘커피전문점’에서 나오는 ‘커피향’이 진동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자바씨티, 파스쿠찌 등 커피전문점 수십 개가 몰려 커피중독 직장인들을 놓고 맞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테헤란로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 명동과 여의도에서도 커피전문점의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명동은 스타벅스, 커피빈, 자바씨티 등에 이어 곧 파스쿠찌가 입점한다. 명동은 해외파 4대 커피전문점의 진검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특히 파스쿠찌는 임대료가 비싸다고 스타벅스가 나간 자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화제가 됐다. 여의도 증권가도 반경 100m 이내에서 스타벅스, 커피빈, 파스쿠찌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명동 해외파 커피전문점 한국공략
국내 커피전문점의 시장규모는 2,0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계 브랜드와 이탈리아계 브랜드, 그리고 토종 브랜드간의 경쟁구도로 형성돼 있다. 스타벅스·커피빈·자바씨티·시애틀즈베스트 등이 미국계이며 파스쿠찌·일리 등이 이탈리아계, 할리스·로즈버드·후에버·자바커피 등이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전문점 시장은 현재 성숙기에 들어간 상태로 분석되고 있다. 2003년 초반부터 대형 외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출점 경쟁에 일부 토종 커피전문점들이 가세한 상태다. 제품 성숙기의 특성상 경쟁에서 뒤져 수익성이 낮은 업체는 퇴출되고 스타벅스 등 수익성이 좋은 메이저 업체들이 과점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1999년 최초로 이대 앞에 런칭 한 뒤 2004년 721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타벅스는 매년 20~30% 성장하고 있다. 매장 수가 무려 124개를 넘어서고 있다. 그 뒤를 커피빈이 쫓고 있다. 그러나 매출과 매장 수는 스타벅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312억원이고, 지난해까지의 매장 수는 38개다. 하지만 커피빈도 스타벅스처럼 매년 30% 가량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4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스쿠찌의 기세가 무섭다. 흰색과 붉은색, 검은색으로 이뤄진 벽면 장식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파스쿠찌는 2003년과 2004년에 110억원, 160억원을 각각 올렸다. 올해에는 전년보다 70% 가량 많은 2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력한 로고와 인테리어 컬러로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장 수는 비록 16개로 적은 편이지만 하반기에 명동에 입점하기에 비약적인 신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바씨티는 매출이나 매장 수 모두 적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바씨티는 B2B 개념의 홀세일(원두를 카페 등에 공급하는 방식)로 성장을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토종업체 중에는 로즈버드와 할리스가 선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업체의 커피맛은 어떨까. 대체로 스타벅스는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진한 커피맛이 특징이다. 스타벅스 홍보팀은 “부드러운 맛인 우유와 어울리기 위해 진한 맛이 나오도록 원두를 강한 불로 15분 이상 볶는 강배전 로스팅 기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강배전이 깊은 맛을 내는데 다른 커피전문점이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재료값이 비싸지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반면 커피빈은 부드러운 맛에 승부를 걸고 있다. 커피빈코리아는 “약하게, 짧은 시간 동안 볶는 약배전을 사용해서 맛이 연하고 순하다”면서 “이 순한 맛이 한국인 입맛에 더 맞고, 특히 여성들이 선호해 여성 고객이 많다”고 소개했다. 또 본사보다 단맛을 덜 내는 현지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바씨티도 커피빈과 비슷한 약배전 로스팅 기법을 사용한다. 다만 부드럽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약하지만 오랜 시간 볶는다. 자바씨티코리아는 “최상급인 ‘아라비카’ 원두를 100% 사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커피맛을 아는 사람은 자바씨티를 제일로 친다”고 강조한다. 김 이사는 “그 증거로 미국 대학가 카페 65%가 자바씨티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라비카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원두다.
가장 늦게 한국 시장에 뛰어든 파스쿠찌는 원두에 기름이 약간 배어나올 정도의 중간배전 방식을 사용한다. 로스팅 시간은 약 15분이고, 아라비카 원두와 로보스타 원두를 블렌딩 해 중배전과 강배전을 조합한다. 즉, 아라비카에 로보스타를 섞어 진한 맛을 보강한다.
외국산 커피전문점들이 상위권을 형성하는 가운데 토종 커피전문점들도 차별화 된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우선 대상 커피사업본부에서 2001년 분사한 로즈버드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 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 최초의 전통 원두커피 MJC사를 인수해 일본 Key -Coffee사와 기술제휴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롯데리아가 개발한 국내 브랜드 인 ‘자바커피’도 독특한 전략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블루베리를 이용한 ‘블루베리 스무디’를 선보이는 등 시원한 여름메뉴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외에 자가 로스팅 매장들도 꽤 많다.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 뒤편에 위치한 전광수커피하우스는 단순한 커피전문점이 아니다. 이 곳에선 볶은 커피를 직접 구입하려는 사람들과 일명 ‘로스팅’으로 불리는 원두커피 볶는 과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항상 북적인다. 비미남경도 10평 남짓한 소형 매장으로 ‘로스 팅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소다. 규모는 작지만 취급하는 커피 종류는 30여 가지나 된다.
패스트푸드 업체도 커피 공략
서울 명동 던킨도너츠 매장의 점심시간. 아늑한 인테리어에 편안한 소파. 언뜻 봐선 도너츠 가게인지 카페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커피만 마시는 손님이 꽤 된다. 이곳 점장은 "하루 방문 손님 가운데 40% 정도가 커피 손님"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 서울 관훈점은 지난해 말 인테리어를 확 뜯어 고쳤다. 패스트푸드점의 상징인 딱딱한 의자를 들어내고 소파로 바꿨다. 바닥에 고정된 테이블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꿨다. 매장 안에 ‘커피 바(Bar)’를 마련해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 다양한 커피 메뉴를 팔고 있다.
패스트푸드업체가 앞 다퉈 커피 장사에 나서고 있다.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커피 전문점에 맞설 정도로 투자를 하고 있다. 도너츠,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전문점까지 뛰어들었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까지 서울 명동 등지 직영 매장 20곳을 카페식으로 바꾼 데 이어 올해는 80군데를 추가 개조할 예정이다. 이미 50여 곳에서 공사를 마쳤다. 맥도날드도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5곳의 매장을 고쳤다. 서울 청담점을 비롯 올해 안으로 19곳을 더 카페형으로 리뉴얼한다. 배스킨라빈스 역시 이미 8곳을 카페처럼 꾸몄다.
햄버거나 도너츠,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외국계 체인 매장의 인테리어는 작고 딱딱한 의자에 촘촘한 테이블을 두는 게 '정석'처럼 돼 있었다. 목 좋은 매장에서 비싼 임대료를 물려면 회전률을 높이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는 수밖에 없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원두를 들여다 쓰는 것도 차별화 전략의 하나다. 하겐다즈는 3년 전부터 이탈리아 '일리'커피를 전국 매장에서 판다. 맥도날드는 유럽에서 유명한 '라바짜'를 지난해 말 들여왔다.
외식업계가 커피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우선'돈 되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소매 원두와 컵. 병커피, 전문점 커피를 합쳐 2004년 말 현재 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인스턴트를 포함한 전체 커피 시장의 5분의1에 해당한다. 원두커피 시장이 전체의 50%에 달하는 일본보다 훨씬 낮은 비중이다. 한 커피전문가는 "세계 11위 커피 소비국 치곤 원두커피 소비 비중이 낮다"며 "국내 원두커피 시장은 10년 안에 두 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도 앞다퉈 진출
커피의 인기가 식을 줄 모름에 따라 대기업들의 ‘커피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세계의 스타벅스코리아, 롯데그룹의 롯데자바, SPC그룹의 파스쿠찌 등 기존 업체들이 올해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이 커피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유통은 ‘빈스 앤 베리즈’라는 브랜드로 커피전문점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 올해 초 1호점을 오픈했다.
빈스 앤 베리즈는 원두커피와 전통차 등 50여 종의 음료와 빵 케이크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메뉴로 내놓는다.
한화유통은 “경력 4∼5년 이상의 커피제조 전문가(바리스타)를 채용해 최고 품질의 원두커피 맛을 제공 하겠다”며 “연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5개 점포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34개점을 낸 데 이어 올해도 그 이상의 신설 점포를 추가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계열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롯데자바’는 작년 말 현재 28개인 점포를 연내 두 배로 늘린다. 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올 상반기 핵심 브랜드를 개발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2001년 (주)대상에서 분사한 ‘로즈버드’는 5,000만 원 안팎의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점포라는 점을 앞세워 연내 전국 대학교와 병원 주변에 70여개 점포를 추가로 낼 계획이다.
이 밖에 2004년부터 ‘렌떼’라는 브랜드로 원두커피 판매에 나선 두산그룹 계열 ‘에스알에스 코리아’와 2002년부터 이탈리아산 원두커피점 ‘파스쿠찌’를 운영 중인 SPC그룹도 커피전문점 사업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식품 유통업체들이 원두커피 전문점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커피 애호가들이 인스턴트 대신 원두커피를 찾게 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화유통은 “일본은 커피시장에서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6대 4인 데 비해 한국은 2대 8에도 못 미친다”며 원두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커피이어 차도 인기몰이
그러나 커피는 이미 우리나라 시장에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대신에 최근에는 커피 대신 차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정통 에스프레소 커피’를 표방했던 대형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들이 다양한 차 관련 메뉴를 내놓고 있다.
스타벅스는 녹차에 우유를 탄 ‘그린티라떼’ 등 6종의 티 제품을 출시, 소비자들로부터 커피 못지않은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커피빈은 25종의 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허브티와 과일티’를 새로 출시하는 등 티 고정 고객을 위한 메뉴를 개발해 판매한다.
순수 국내 브랜드로 알려진 할리스도 ‘티할리치노와 티라떼’ 등 총 7종을 판매한다. 이처럼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차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유사한 맛의 커피 제품으로는 더 이상 승부를 가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등장으로 국내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번지면서 커피 외 다른 종류의 음료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마 차 시장 형성의 동력이 된 것 같다”며 “커피 입맛에 획일적으로 길들여진 고객들이 이젠 건강과 웰빙을 생각해 차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차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며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차시장 규모는 2000년만 하더라도 2,500억 원대에 머물렀으나 2002년 3,000억원, 2003년 5,000억원을 넘어 2006년은 1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00톤 이상의 차가 국내에서 꾸준히 생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차시장의 급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를 판매하는 전문온라인쇼핑몰도 제 3유통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삼계탕, 해외에서 인기
올초 전 세계적인 AI(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 속에서도 청정국의 지위를 지켜낸 우리나라의 가금육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림부는 5월 11일 올 들어 4월까지 삼계탕 수출물량이 전년동기대비 30% 늘어난 271t(114만2,000달러)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일 수출은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 168t에서 186t으로 증가했고 대만으로는 2배 이상 늘어난 56t을 수출했다. 홍콩으로의 수출도 지난해 17t보다 많은 24t을 기록했다.
닭고기 수출도 올들어 4월까지 830t으로 전년동기대비 32.2% 증가했다.
농림부는 올해초 삼계탕의 수출물량을 늘리기 위해 농수산물유통공사와 함께 일본, 대만, 홍콩에서 시식회 등 판촉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인기드라마 ‘대장금’이 일본 및 동남아에서 높은 시청률 속에 방영되면서 한국음식문화 전반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고조된 것도 한 몫을 했다.
이와 함께 오리고기는 올 들어 4월까지 126t이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 2t보다 63배나 늘었다. 특히 올 4월 현재 일본으로 126t(64만6,000달러)이 수출됐으며 올해 말까지 약 900t(460만달러) 정도가 수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농림부 관계자는 “일본 등에서 삼계탕은 따뜻한 음식으로써 겨울철에 먹기에 알맞은 보양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부터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해 초여름이 찾아오는 시기까지 수요가 지속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