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클리블록체인 2호=이선규 기자) P2P금융이란 인터넷 환경을 통해 투자자들과 좀 더 합리적인 이자율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출자들이 만나 서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을 말한다. P2P금융은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기존의 금융거래를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게 함은 물론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이율을 제공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P2P금융도 암호화폐 못지않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이용자가 많아졌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기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어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핀테크 대표주자에서 부실채권으로 전락
수년 전부터 핀테크 붐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P2P금융이 최근 우려와 불신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난장판이라는 격양된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자와 원금 연체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고소 소발이 잇따르는가 하면, 업체 간 갈등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P2P대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주의를 당부했지만, 이제는 실효성 있는 특단을 내려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원하는 액수와 사연, 지급하고자 하는 이율(금리)과 신분증 사본, 등기부등본, 재직 증명서와 같은 증빙 서류를 올리면 투자자들이 심사해 개인이 빌려줄 수 있는 액수와 금리를 모은 뒤 대출이 이루어지는 P2P대출은 낮은 금리로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P2P대출마저 안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직장인 A씨(38)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5명의 투자자들과 함께 최근 한 P2P업체를 상대로 고소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연 18.6%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P2P업체 광고를 보고 투자했다. 다른 업체와 비교해 누적대출액도 많은 편이었고, 상품도 제법 다양한 편이라 별다른 의심 없이 투자했다고 한다. 그런데 투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업체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A씨는 투자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P2P업체가 1년 단위로 돈을 대출해주고 투자자들에게는 2~3개월 단위로 투자금을 모아 돌려막기를 한 정황이 발견되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하듯 나중에 들어온 투자금으로 직전 투자자의 원금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투자자가 줄면서 연체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업체 쪽에서는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수익은커녕 원금 회수도 감지덕지
P2P(Peer to Peer)금융은 ‘핀테크’를 설명할 때 꼭 따라다니는 단어다. 말 그대로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개인 간 금융거래 모델이다. 중개역할을 하는 P2P 업체가 개설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나 개인이 직접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방식으로 금전거래가 이뤄진다. 대출을 신청 받은 업체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빌려주고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한다.
2006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P2P 대출은 2015년부터 핀테크 바람을 타고 대출액이 급격하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P2P 누적대출액은 2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 370억 원 규모에서 순식간에 6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연 20~30%대 이자를 받는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려는 차입자들과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다른 투자처를 찾던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최근에는 중금리로 대출 갈아타기(대환) 방식으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A씨와 비슷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모두 대부분 자신이 투자한 P2P 업체의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이며, 원금 보장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P2P 업체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가장 많았다. 현재 P2P 금융 시장에서 부동산 PF(건축자금대출) 상품은 전체 상품 중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일부 P2P 업체들이 부동산 PF 상품의 사업성을 검토할 때 명확한 담보도 없이 미래 수익성만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과거 부동산 PF로 도미노 부실을 겪은 저축은행은 자기자본 비율이 최소 20%가 되어야 대출을 할 수 있지만, P2P 금융에는 이러한 규제가 없다.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 이외에도 P2P 업체들이 부동산 PF 상품을 만들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공사가 취소됐다고 알리는 등 심사나 관리가 부실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투자자들이 원금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P2P 업체는 정식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 즉 P2P 상품 자체가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 상품이다. 앞서 의혹을 받는 업체들의 연체율이 높더라도, 투자자 모집 방식과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면 손실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투자자들의 몫이라는 게 금융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P2P업체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은데도 의도적으로 낮춰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업체에 문제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인 만큼 손실은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그동안 연체율과 부실률이 높았던 업체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P2P 업체가 취급한 상품을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지만, 투자모집 과정에서 내용을 사전 고지하고 절차를 지켰다면 책임을 돌릴 순 없다”고 말했다.

부실률 6% 이상…관련 규제는 국회 표류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 75곳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다. 아직까지 금감원이 P2P 업체를 규제할 근거가 없어 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가 현장 점검 대상에 올랐다. 금감원에 따르면 75개사의 평균 부실률(90일 이상)은 6.4%, 연체율은 2.8%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이 취급하는 부동산 PF 대출 상품 비중은 66%인데, 부실률과 연체율은 각각 12.3%, 5%에 달했다.
위험도가 높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에서 직접적으로 제재할 권한은 없다. 금융위원회가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개인 1인당 투자 한도를 업체당 2000만 원(부동산 PF 대출은 1000만 원)으로 제한했지만, 권고사항일 뿐 법적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국회에서는 P2P금융과 관련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대부분 P2P 업체들이 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하고 거래구조 대출 잔액, 연체율 등 업자들의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P2P업체들이 자율 규제 등 나름의 자정활동을 벌였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그저 규제에 불과할 뿐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만들어 운영 중이던 한국P2P금융협회가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해 둘로 갈라졌다. 부동산 대출 중심의 P2P 업체들과 개인 대출 중심의 업체들 간 갈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부동산 PF를 취급하지 않는 업계 상위 업체들이 기존 협회에서 탈퇴해 새 협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P2P업계 규제마련 시급
업계 1위 중개 업체의 올해 3월 기준 누적대출액이 3000억 원을 돌파한 것에 비춰보면 아나리츠는 개업 당시만 해도 특별할 것이 없는 그저 수많은 중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이었다.
그러던 아나리츠는 올해 대출상품 당 투자유치 금액이 10~3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한 대출상품의 경우 목표 금액인 20억 원을 10분 만에 '완판'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확실히 지급하는 믿을 만한 중개 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원금과 이자 외에 백화점 상품권을 보너스로 주기도 해 ‘갓(God)나리츠’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아나리츠 운영자와 대표 등 임원 4명은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3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나타났던 사건으로, P2P금융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검찰 조사로 드러난 아나리츠의 이면에는 앞서 언급한 금융대출 돌려막기가 있었다.
운영자 등은 개업 초기부터 올해 6월까지 대출상품 138건에 대한 투자금을 유치, 1만여 명에게서 3만 7,222차례에 걸쳐 1,138억 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 하지만 관련 임원들이 약정한 대출상품에 투자금을 사용한 것은 1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28건의 대출상품은 이른바 허위상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허위상품을 내세워 모은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로 주는 돌려막기와 주식투자에 멋대로 사용했다. 결국, 현재 322억 원의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향후 회수 가능한 112억 원의 대출채권 외 나머지 210억 원을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성행하고 있는 사기 속 투자자 보호 없는 규제
이처럼 시장은 확대되고, 부실화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P2P 관련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금융당국의 통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렇다 보니, 허위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고 신고해도 잡아낼 방법이 없다.
결국 당장은 투자자들이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른 P2P업체 대표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 매력적일 순 있지만 투자하기 전엔 위험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부실 보상 자금을 마련해 보전한다는 업체도 있지만 일부 상품에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손실 보전금액도 높지 않다”며 “과대광고나 과다한 이벤트 등을 하는 업체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협회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평판을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담보나 신용도가 확실하다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 받는 게 일반적이다. P2P 투자를 할 땐 이를 각별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꼭 투자를 해야 한다면 여러 상품에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게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권 금융이 아닌 P2P업체의 투자 상품은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투자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PF 위주로 P2P 시장이 쏠림현상을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
P2P금융은 투자자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계속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발표되었듯이, P2P금융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가 마련되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기들을 막고, 부실업체를 판단할 수 있는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신뢰를 잃고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쩌면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율 규제로 각 업체에 맞는 규제를 통해 보완하려고 하고 있으나, 앞으로 사기사례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