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필두로, 미시마 유키오, 가라타니 고진 등 일본 문학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상찬한 작가이자 단 한 사람의 작품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문체와 주제, 형식을 넘나들며 현대 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데뷔작에서부터 말년의 대표작, 엄선해 엮은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한, 전체 열 권 규모의 ‘작가 선집’이다.
이번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육십여 년에 이르는 문학 역정 내내 경이로운 우주를 펼쳐 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한 대작가의 작품 세계를 일대기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끔 열 권의 책을 마련해 구성했다.
다니자키의 전 작품을 예고하며 장차 싹틀 모든 맹아를 품은 데뷔작 「문신」(「소년」에 수록)부터 초기 대표작 「치인의 사랑」,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여뀌 먹는 벌레」(근간), 「요시노 구즈」, 그리고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틴토 브라스 등 해외 거장들의 격찬을 받은 에로티시즘 문학의 절정 「열쇠」, 작가의 고유한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집 「음예 예찬」(근간)에 이르기까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한눈에 음미할 수 있다.

일본의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년~1965년)는 메이지 말기부터 쇼와 중기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다방면에 걸쳐 문학적 역량을 과시한 작가다.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하면 다소 생소한 인물일지도 모르나 다니자키는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으리라”라는 세간의 평가대로, 당대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여섯 차례 넘게 지명되는 등 비평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문학가였다.
탐미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며 여성에 대한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등을 극도의 아름다운 문체로 탐구해 온 그는 한평생 작풍이나 제재, 문장, 표현 등을 실험하며 다채로운 변화를 추구했다. 오늘날 미스터리, 서스펜스의 선구가 되는 작품이나 활극적 역사 소설, 구전・설화 문학에 바탕을 둔 환상 소설, 그로테스크한 블랙 유머, 고전 문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