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연봉, 적성 맞지 않아 떠나… 직장인 67%가 이직할 생각 있어
발 문: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직장인들의 직업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다. 한 직장에서 사내(社內)경쟁을 통해 승진, 임원의 꿈을 이뤄가는 전통적인 직장문화에서 벗어나 최근 여러 직장을 돌아다니며 전문 경력을 쌓아가고 이를 통해 몸값을 올리겠다는 이른바 ‘직(職)테크’를 실천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벤처기업 등 중소기업과 외국계 회사 직원들에게 한정됐던 ‘직테크’가 이제는 일반 대기업과 공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침구 전문브랜드 A사의 김모(38) 지사장. 그녀는 1992년 미국계 백화점 한국 지사에 입사해서 생활용품 제조업체로 옮기면서 대리로 승진했다. 다시 통신판매전문 업체로 옮겨서 차장까지 승진했고 지난 2004년 호주계 다국적회사인 A사의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직장 생활 15년차인 그녀는 4년에 한 번꼴로 직장을 옮긴 셈이다. 물론 이직과 동시에 직급도 많이 뛰어올랐다.
그녀는 “얼핏 회사를 많이 옮긴 것처럼 보이지만 ‘머천다이저(상품기획자)’라는 업무는 14년 째 그대로”라며 “요즘에는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면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 아니냐”고 말했다.
광고업계 4년차인 김모 씨(30)는 지난해 말 외국계 광고대행사 I사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유명 광고회사인 W사에서도 직장내 평판은 좋았지만 I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이직을 결정했다. 김씨는 “비록 신생기업이지만 주어진 역할이 크고 광고기획자로서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며 더불어 “연봉도 20%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직장인 67.2%가 옮길 의사 있어
최근 이들처럼 다양한 직장에서 전문 경력을 쌓으며 이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해 온라인 취업포털 잡링크가 샐러리맨 1,089명에게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옮길 의사가 있다’는 설문에 답한 사람이 678명으로 응답자의 67.2%를 차지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 능력에 비해 낮은 업무평가와 대우를 받고 있어서’가 28.9%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 직장을 다니는 10년 선배들의 모습이 불안해 보여서’가 22.7%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또 이들이 이직의 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이 ‘나의 전문역량 강화’(40.7%)로 ‘연봉인상이나 직급향상’(35%)보다 더 많았다.
연봉은 1,000만 원대 인상이 24.7%로 가장 많았고, 300만~500만원 미만이 19.1%, 500~1,000만원 미만이 14.5% 순이었다. 이밖에 ‘현재 연봉수준이라도 상관없다’는 12.4%로 나타났으며 ‘줄어도 상관없다’는 2.9%를 차지해 연봉보다는 다른 조건을 찾아 이직하려는 직장인도 15%정도를 차지했다.
취업전문업체의 관계자는 “아직도 40대는 이직보다는 현 직장에 남아있으려는 경향이 남아있지만 20~30대는 이직이 대세”라며 “특히 3년차 이하 직장인들은 연봉, 적성 등 조건만 맞으면 다른 회사에 신입사원으로도 입사하는 경우도 많아 이직에 거리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직, 갈수록 저연령화 되어가
특히 이직 현상이 30대들에게 많이 나타나 갈수록 저연령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 21일 일간지 국민일보와 취업전문 업체 커리어다음, 헤드헌팅 업체 엔터웨이파트너스가 회원 13만 4,810명을 분석한 결과 이직 희망자는 입사 3년차 이하가 66%, 대리 이하가 59.3%, 30세 이하가 60.7%로 대부분 사회 초년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이직시장에서 24.1%, 40대 이상은 15.2%에 불과했으며 직급별로도 사원?주임이 31.9%, 대리가 27.4%, 과장이 17.4%, 차장이 9.5% 등의 순이었다.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속한 업종은 정보통신(17%)이었으며 희망 업종은 전기?전자(14.8%), 공공기관?공사(11.9%), 금융(10.4%) 등의 순이었다. 이직하고 싶은 기업은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고, 20위권에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이 5곳이 포함, 공기업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전기?전자와 금융 업종은 높은 연봉 때문에 공기업은 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이 가운데 2,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주위 사람이 이직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20.6%가 ‘매우 부럽다’, 46.9%는 ‘조금 부럽다’고 응답해 67.5%가 부럽다고 했으며 ‘안타깝다’는 6.8%에 불과했다. ‘현 직장에 대해 만족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18.8%, ‘아니다’가 81.2%로 집계됐다. 현 직장에 대한 불만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장인 10명 중 2명 정도는 지금 회사에 만족하고 있으면서도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내에서도 신입사원 면접 때부터 오래 근무할 인재를 뽑으며, 아예 채용 때부터 인력양성은 물론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멘토제를 실시하고 있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직테크 서비스 전문 업체도 늘어나
이처럼 직테크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이직을 고려중인 경우 자신이 일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그에 필요한 경력을 꼼꼼히 관리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많다. 이미 구체적으로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다양한 인맥을 통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있다. 아예 헤드헌팅 업체에 자신을 등록했다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들에게 ‘직테크’ 관련 서비스를 해주는 헤드헌팅 업체는 2000년을 전후해 급속히 늘어나 이미 서울에서만 100여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
채용포털 코리아리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33.3%가 첫 직장 입사 후 2~3년 차에 이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6.7%는 사내에서 이력서를 업데이트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불경기로 인한 취업난 속에 눈높이를 낮춰 ‘일단 입사’한 젊은 직장인들이 회사 업무에 열중하지 않고 ‘더 나은 직장’을 찾는데 몰두하는 사례가 많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한 관계자는 “직테크의 ‘종잣돈’은 현재 하고 있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이라며 “특히 직장생활 10년차 이하 직장인들은 단기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연봉이나 승진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업무를 맡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인들이여, 박수칠 때 떠나라
사실 직장인들은 맡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거나 과다한 업무로 일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로를 생각하기보다는 무작정 고소득을 보장해주는 곳으로의 이직이나 전직을 고려하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회사 안 수직적 상승’보다는 ‘회사 밖 계단식 상승’을 원하는 직장인이 늘어감에 따라 이직에도 재(財)테크 개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외국계 기업과 국내 벤처기업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에 국한됐으나 외환위기(IMF)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깨지면서 업계 전체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직시장에서는 ‘박수칠 때 떠나라(정점에서 몸값이 높을 때 회사를 옮기라는 뜻)’라는 말로 요약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 경력,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남들이 한다고 하는 것은 모두 따라 하는 경향도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위해서는 정상의 위치에 있을 때 후일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영의 구루로 널리 인정받는 피터 드러커는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일을 수행하는가?’ 그리고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와 같은 세 가지 질문에 해답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고 또 결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아데코코리아의 손정민 컨설턴트는 성공적인 직테크를 위해 6가지 원칙을 제시, 첫째,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파악하라. 둘째, 가능한 모든 대안을 고려하라. 셋째, 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라. 넷째, 인적 네트워크를 꾸준히 강화하라. 다섯째, 수시로 이력서를 작성해 보라. 여섯째, 박수칠 때 떠나라. 내 목표가 뚜렷하다면 정상에 있을 때 계곡이 있음을 인지하라는 것이다.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은 임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시작이 어렵다고 이직을 한번 하기 시작하면 두려움이 사라져 직장을 자주 옮기게 된다.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면 끈기가 부족하고 잇속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기 딱 좋다. 아시아 코치센터의 커리어 코치 우수명 이사는 “입사 이후 2년은 지나야 한사람 몫의 일을 해낸다는 게 기업의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3~4년은 꾸준히 일해야 기능이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성공적인 이직을 하려면 이렇게 해라>
1. 경력관리를 토대로 이직시점을 정하라 경력관리 측면보다는 직장 상사, 회사 분위기 등 외부요인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진행 중인 사업이 있다면 재고해보는 것이 좋다.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회사를 옮기면 업계에서 평판을 잃는다.
2. 경력 기술서를 충실히 준비하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물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주는 자료를 만들어둬야 연봉협상 때도 유리하다. 사업제안서, 기획안 등 자신만의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인수인계를 확실히 하라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면 떠난 후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할 수 있다. 또 사직사유를 말할 때는 가급적 솔직하게 한다.
4. 평소 인맥관리를 잘하라 이직은 사내추천 등 인맥을 통한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 같은 직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거나 전 직장 선후배와 인연을 계속해서 유지해가야 한다.
5. 급여 외에 각종 복리후생을 확인하라 급여 외에 보너스와 퇴직금 제도는 물론이고 식비, 차량지원 등도 체크해봐야 한다. 점심을 제공하는 직장에 다니다 그렇지 않은 회사로 옮기면 점심 값만으로도 일 년에 100만 원 이상이 들 수 있다.
6. 사전에 옮길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라 이직 후 3개월 내에 정착하지 못하면 ‘전 직장 향수병’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이직 전에 옮길 회사의 분위기를 미리 알아보고 대비해야 한다.
7. 직급에 대한 고려를 충분히 하라 직급과 임금의 차이도 없이 직장을 많이 옮기면 철새라는 오해를 받는다. 급여가 다소 적더라도 직급에 무게를 두는 수직이동 전략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