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장체제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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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장체제 출범
  • 글/ 이현지 기자
  • 승인 2006.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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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틀린 청와대와 우리당은 공동운명체’
민심, 현안 보는 시각 서로 달라, 갈등 비화 조짐에 ‘술렁’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사이의 최근 기류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등 일부 정책을 둘러싼 당청간의 불협화음, 노 대통령의 국회연설 취소 과정에서 나온 각종 구설에 이어 상호간의 정치적 시각차를 확인하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6월 18일 KBS TV <일요진단>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당, 참여정부는 공동운명체이지만 보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우리당은 정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은 원만한 국정운영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전날 저녁 전북지역 당선자 간담회에서도 “당은 주로 선거와 정치를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의 심정과 마음을 고려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대통령은 한번 당선되면 그것으로 임기가 끝난다. 대통령이나 행정부 입장에서는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원만하게 임기를 마무리 할 것인가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당은 다음 선거를 바라보고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대통령은 당신의 임기 동안에 역풍과 역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정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하는 시선이 다르고 시간표가 다른 점 때문에 (당정청 간의) 조율을 원만하게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옛날에는 대통령이 권력자로 우뚝 서고 임기가 무한정으로 가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일사분란했는데, 지금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시간표가 다른데 이 당정협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의례적으로 강조돼 온 ‘참여정부의 성공’보다는 ‘정권 재창출’ 쪽에 확연히 무게중심이 쏠린 발언으로, 듣기에 따라서는 양자가 동일선상에 있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세금 정책 등을 둘러싸고 당청 간에 파열음이 심상치 않게 나오는 가운데, 김 의장이 청와대와의 시각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당청간의 갈등 기류 확산일로
지방선거 패배와 김근태 체제 등장 후부터 확연해진 당청 간의 갈등 기류는 단지 일부 정책에 대한 이견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 의장의 최근 발언에서 뼈 있는 말들이 자주 오갔다.
노 대통령은 6월 16일 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정치와 역사에 관해서는 원칙주의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원칙주의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패배로 인한 당의 정치적 부담과는 별개로 정치 노선에서의 ‘마이웨이’를 계속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같은 날 김 의장은 광주에서 “광주시민들과 전남도민들이 서운해 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인 것과 작년 중반에 있었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논의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크게 작용한 이 문제에 대해 여당 의장이 사실상 ‘공개 비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장면들은 현재의 권력인 노 대통령과 대선 주자인 김 의장 사이의 권력 갈등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한 정황들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주관이 뚜렷하게 다른 것으로 알려진 한미 FTA 협상 등을 둘러싼 이견이 조만간 표면화 되면서 마찰음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한미 FTA와 관련해 “시한에 너무 쫓기는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고, 정치경제적인 수퍼파워인 미국과 FTA를 충분한 준비 없이 하는 것이 적절한지, 제2의 IMF가 되는 것은 아닌지를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민들의 공감대와 참여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패배 원인 해석 서로 달라
최근 부각된 당청 갈등의 양상과 소재는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둘러싼 견해차이이지만, 그 근본은 선거 민심을 대하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간 인식 차이다. 여기에 정치인 노무현과 김근태의 예사롭지 않은 인연도 당청 갈등을 키울 요소란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현재권력인 노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김근태 체제의 여당이 선거민심을 받아들이는 시각도 다르다. 이러한 인식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임기 후반기의 마무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결과에 대해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그간 추진해온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해 갈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일각의 정책기조 변경 요구에도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구상을 밀고 나가기 위해 곧 일부 비서관 인사를 단행하는 데 이어 7월 하순께에는 대폭의 청와대 개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운영 마무리를 함께할 마지막 진용을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근태 체제의 여당은 자기성찰의 과정에 들어서 있다. 선거패배의 원인을 살피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과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선거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 의장 등 비상지도부는 지방선거 결과를 ‘여당과 참여정부에 대한 질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의 반성과 변화가 청와대와 정부로 확산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결국 김근태 체제에서의 당청관계는 ‘갈등’이 기본 축으로, ‘화해’가 부차적인 변수가 되는 구조 위에 서있다. 청와대와 김 의장측은 서로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갈등이 지금 당장 결별 등 파국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탈당 등 무리한 카드를 당장 꺼내들 것 같지 않고, 김 의장도 “단편적인 정책 하나하나에 매달리면 당과 청와대 사이에 마치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것처럼 오해한다”며 소속 의원들의 입단속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직은 청와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고 갈 시점이 아니라는 김 의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쇄신과 재건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정치적 마찰은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 정기국회까지는 각종 정책 현안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 불가피하고, 그 이후부터 본격화될 정계 개편기에는 어떤 식으로건 노 대통령과 김 의장 사이의 대규모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에 정치권의 시각이 대개 일치한다.


김근태 ‘제목소리’ 내기 시작
한편,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취임 후 1주일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절했던 김 의장은 9개 언론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당·청관계 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정치를 희화화해선 안 된다. 노 대통령은 다음 대선 때까지 당적을 갖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의 갈등설에 대해 “싸움 구경을 즐기려는 일부의 농담성 해석인 것 같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당·청간의 시각차는 김 의장의 발언에서 묻어났다. 그는 “대통령이 ‘역사적 평가를 잘 받겠다’는 것은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면서 “대통령과 당은 서로 강조점과 시선, 시간표가 다른 만큼 의사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의 국회 연설계획 취소에 대해서도 “지방선거 후 대통령이 국민에게 다시 데뷔하는 상징적인 자리인데, 마이크를 잡으려다 안 하겠다고 하니 다소 낯설었다 ”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경제정책 실패의 원인에 대해도 “현 정부에 전문가 역량이 부족했고 대통령 주변의 보고라인에 포진한 이른바 ‘모피아’, 즉 경제부처 출신들이 매개 역할을 잘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통한 경영권 보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강요된 신자유주의 방식으로 인해 ‘저투자→저성장→저고용’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경영권 방어대책은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 협상에 대해서는 김 의장은 “국회에 FTA특위를 만들 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이 정한 시간표에 구속돼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론을 이어갔다.
당·청간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 김 의장 은 “보유세가 양도세에 손을 대선 안된다. 종합부동산세를 잘못 손 보면 부동산 투기로 재미 본 사람이 다시 몰려들 수 있다” 면서 ‘거래세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립학교법 재개정 여 부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시행도 안해보고 개정한다면 법적 안 정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6개월이든, 1년이든 시행해보고 문 제가 있다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 고건 전 국무총리 등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야 한다”며 “(정계개편은) 정기국회가 끝 난 뒤에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국회연설취소 왜?
노 대통령이 6월 21일로 예정됐던 국회연설을 돌연 취소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측은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6월 임시국회법안 처리에 합의가 이뤄져 취소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취소요청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청와대 정진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초 노 대통령은 주요 입법과 관련해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 연설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오늘 열린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6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에 합의가 이뤄져 연설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취소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5·31지방선거 참패 이후 청와대와 여당 간에 주요 정책노선의 변경 문제를 놓고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법안 통과에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이라는 취소 이유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면담에서 “노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청와대에서 보좌하는 분들이 각별히 신경 좀 써 달라”고 당부한 것이 청와대의 ‘취소결정’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능력 미숙’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열린우리당에게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적시 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워크숍을 하느라고 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면서 “당에서 요청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그는 ‘노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와서 연설 하는데 부담스러우면 여당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당 압박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 본인이 연설을 결정하고 스스로 취소를 한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일을)큰 사건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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