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영이 맑아야 옳은 신명을 보여준다’라는 말이 있다. 말인즉슨 스스로를 다스리며 수행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운암 무녀 최서연은 무속인으로서 다시 태어나기 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미 스스로를 다스리며 수행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푸성귀는 떡잎부터 알고,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안다

무녀 최서연의 부모는 항상 그녀에게 윤회(불교에서 쓰이는 말로, 마치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중생이 번뇌와 업에 의하여 삼계 육도(三界六道)의 생사 세계를 그치지 않고 돌고 도는 일을 뜻한다)와 선한 삶에 대한 가르침을 내리며 삼성업(三性業) 중 하나인 선업(善業)과 인과응보를 강조하였다. 자신의 부모를 존경했던 그녀는 그들의 가르침대로 선업을 쌓고자 스스로를 수행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실천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녀가 20대 초반 즈음해서 ‘나의 딸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스님이 되어 출가(出家)하길 바랐지만 무녀 최서연은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부동한 목표가 있었기에 완강히 거부하였다.
자운암(紫雲庵)은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함
자줏빛 구름, 상서로운 구름을 뜻하는 ‘자운암’. 무녀 최서연의 신당 이름 속에는 자신의 신당을 찾아주는 모든 이들에게 복되고 경사가 가득한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이라는 그녀의 당찬 기운이 깃들어 있다. 서구식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의 시대로 변화한 우리 사회에서 모두를 위한 기도가 절실하다. 나 혼자 잘 살기보다는 모두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삶을 살아야 그것이 진정 행복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에게 인정받는 행복한 무속인
그녀의 남편은 현직 공무원이다. 그리고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두 아들을 비롯하여 건설업, 법조계에 종사하는 시댁식구 및 대기업 임원, 유명 영화배우 등의 친정식구와 함께 경제적 걱정 없이 가정을 꾸리며 평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 왔지만, 그녀의 몸은 늘 아픔에 시달리고 가족들은 잦은 사고와 질병으로 고통 받곤 했다. 그녀는 종종 자신이 느끼는 데로 혹은 꿈이 생시로 나타나는 경험을 겪게 되었으며 그녀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들이 ‘무병(巫病)’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녀는 가족에게 인정받는 무속인이 되길 원했고 가정의 화목을 최고로 생각했기 때문에 몇몇 무속인들처럼 가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무녀 최서연은 “가족 모두가 나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줄때까지 무속에 대한 마음을 열어놓고 기다렸다. 특히 영화배우인 남동생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신(神)을 받게 되었고, 가족들도 차츰차츰 마음을 열어 자신을 인정해 주었다. ‘신의 제자’ 사주를 타고난 내가 가족의 인정 속에서 신내림을 받은 것은 지금까지도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내가 가는 이 길에 대해서 단 한순간도 의심을 품거나 거부한 적이 없다. 도리어 신내림을 받고 나서 모든 것에 안정을 되찾아 감사하고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무녀 최서연. 그녀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고 괴로울 때 언제나 그녀의 옆에서 가족 모두가 힘이 되어주고 배려해주며 힘을 실어주었다. 오늘도 무녀 최서연은 새벽 동트기 전, 손님들의 부적을 그리며 자신의 맑은 영을 위해 참선과 함께 자신을 다스린다.
항상 기도하며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능력 없는 무속인은 없다. 무속인 저마다의 신통력은 다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능력이 결정된다. 미신이라는 사회적 관념으로 인해 무속인들이 천대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무속인은 학식도 높아지고, 무속을 연구하는 학자도 많이 생겨났다.
무속은 우리나라 토속신앙이지 미신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종교 중 하나이다. 이 같은 편견이 생기는 이유는 무속에 대한 그릇된 정의 때문이며 아울러 미신이나 마귀라는 말이 들리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가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무속에 대한 공부와 수양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신의 제자이기 전에 무속인 역시 한명의 사람이기에,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며 살아야 올바른 신의 제자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는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중생이다. 열심히 기도정진하고 참선하여 세상의 번민과 번뇌를 내려놓고 비우는 삶을 위한 수행이 필요하다.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좋은 길로 가기 위함이며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악은 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점을 유념하여 세상 모든 이들이 좋은 것을 받아들여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무녀 최서연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