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민생정책 놓고 첨예한 대립, 김근태 체제 출범 귀추 주목
지방선거 참패 원인과 수습방향을 둘러싼 열린우리당의 내부 진통이 당 정체성 논란과 정책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당내 개혁 정체성과 리더십을 주장해온 신진보연대는 내부 워크숍을 통해 당내 실용주의 회귀 조짐에 일침을 놓았다. 이는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과 조세정책 등을 중심으로 부각되는 실용주의 노선을 겨냥한 것이다.
신진보연대는 지난 6월 17, 18일 충남 유성에서 운영위원 워크숍을 갖고 “부동산 정책 후퇴와 같은 ‘정책유연화’는 우리당의 핵심기반마저 분해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당 정책방향 선회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분명한 개혁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31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개혁 어젠다의 남발’과 ‘개혁운용의 실패’로 규정한 점에서 당내 일부 세력과의 이견이 드러난다. 발제자로 나선 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참여정부는 정책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없었다. 정책이 제기될 때마다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는 반면 집권세력의 반대편은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신진보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원영 의원은 개혁 정체성 강화로 핵심 지지층을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은 “정권 재창출보다 우리당의 위상 재정립과 정치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재당선을 위해 우리당을 애매한 중간집단으로 만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타협 없이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혼선 ‘민생 정책’ 어떻게 되나
열린우리당이 ‘긴 모색기’를 겪고 있다. 예산 당정(6월 12~14일)과 비대위 워크숍(14일)에서 ‘서민경제 올인’의 화두를 굳혔지만, 각론에선 내부논쟁이 불붙은 현안도 적잖다. 초선의원 12명이 15일 국회에서 연 ‘5·31지방선거 민심수렴 토론회’에선 “민생·민의·민심을 모르는 ‘민맹’의 구렁텅이 정당”(전병헌 의원), “지역 주민들이 싸가지 정당이라 불렀다”(조경태 의원), “피부에 와닿는 정책도, 충분한 설득도 없었다”(제종길 의원)는 날선 자아비판이 쏟아졌다.
최대현안은 지방선거 패인의 메뉴로 곧잘 거론되는 부동산·세금 문제다. 당에선 ‘골격 유지·일부 보완’ 쪽으로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 당초 5%에서 2.5%로 내린 등록·취득세는 당도 추가인하를 검토 중이다.
‘일부 보완’의 쟁점은 1가구1주택자의 종부세 인하 또는 예외 인정, 양도소득세 인하로 수렴되고 있다. 1가구1주택 문제는 “4억원 주택 2채 보유자와 10억원의 1가구 1주택 보유자는 형평성에 문제 있다”, 양도소득세는 “집을 팔 출구를 더 열어줘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 상태다. 현재로선 “첫 착안점인 보유세(종부세 등) 강화·거래세 인하의 기본 틀이 유지될 것”(송영길 정책위부의장)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금 문제는 내년도 예산협의 때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은 배제하고, 세출(예산집행) 조정을 우선 하겠다”는 입장이다. 증세·감세 논쟁은 장기과제로 미룬 셈이다. 다만 ‘서민경제 활성화와 복지 확충’에 맞춘 세출조정이 원만히 이뤄질지 1차 관건이고, ‘세금폭탄’ 논쟁이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불거진 점도 세금 공방이 상당기간 진행될 개연성을 높여준다.
예산 당정 때 유보시킨 대북송전 예산도 대북정책 기조 변화와 맞물려 주목된다. “대북송전 예산의 삭감·철회는 사실과 다르다”(강봉균 정책위의장),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나 후퇴는 없다”(우상호 대변인)는 입장이다. 논란은 당정에서 보수층의 ‘퍼주기’ 공세도 반영했다는 설명에서 비롯됐다. 유동적인 남북상황에 따라 단계적 확대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단계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앞으로의 가장 큰 불씨다. 여야 정책협의 때 ‘진지하게 검토 한다’는 문구가 합의문에 포함됐다. 당 정책위 핵심인사는 “한나라당이 ‘전향적으로 검토하자’고 요구했고, ‘진지하게 검토 한다’ 정도로 매듭된 것”이라며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나라당이 4월 국회처럼 핵심 법안 처리와 연계하면 쟁점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퇴임한 박근혜 대표는 6월 15일 “사학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난 게 굉장히 아쉽다”며 국회 처리를 독려한 상태다.
올해 말 시한인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당내 민생우선 논의 과정에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일부 실용파가 거론중이다. 다만 ‘개혁 입법’ 후퇴라는 반론도 커 정기국회 때 본격 쟁점화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당정에서 1차 협상결과를 보고받고 ‘국회 특위 구성’ 방침을 정한 한·미 FTA는 쌀 개방 대책 등이 현안이다. 다만 협상 자세와 쟁점을 놓고 ‘속도조절론’이 커 당·청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黨 "바꾸자" vs 靑 "못한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체제의 출범과 동시에 여당 내부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변화 필요성이 거론되는 등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둘러싼 당청간 균열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은 김근태 의장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무엇보다도 5.31 지방선거 참패에서 나타난 민심의 현주소가 여당의 개혁방향과 맞지 않았다는 자성론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비상지도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가 “현행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정책현안들에 대해 여당내부에서 수정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김근태 의장이 6월 12일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제민지산(制民之産)-국민의 생업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는 글을 남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장 직속의 특별기구로 <서민경제회복 추진본부>를 구성하는 등 민생우선의 거당적인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앞으로 추진본부에 경제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비중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서민우선론’에 힘입은 탓인지 여당 내부에서는 현행 부동산 정책의 수정 필요성이 본격 제기됐다.
사실 부동산문제는 말 그대로 중산층과 서민층의 민생현안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주택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현행 부동산 정책기조를 부분적으로나마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비상지도부의 일원인 김부겸 의원은 6월 12일 “정부가 정책일관성 때문에 현행 부동산 정책의 유지를 주장하는지는 몰라도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토론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정책수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단지 집을 오래 보유하고 있었을 뿐인데 지역의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투기꾼으로 몰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서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는 말은 지난 2004년 당시 김근태 원내대표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한 노무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의 한사람인 김부겸 의원이 “계급장을 떼고 논의하자”고 한 것은 당연히 ‘청와대를 의식한 발언’이다.
또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인 이호웅 의원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주택가격이 높다고 해서 1가구 1주택에도 보유세를 과다 부과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여당의 임시지도부인 비대위원들의 입장표명은 현행 정책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정부측과 현격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당청간, 그리고 당정간 정책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5.31 지방선거 참패이후 여당 내부에서 부동산 세제의 미세조정 필요성-이른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와 종부세 완화방침-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실은 부동산특별기획시리즈를 통해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부담을 낮출 경우 최근 집값상승으로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주택에 혜택을 주게 되는 만큼 가격상승률이 낮은 지방주택과의 역차별이 나타나게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종부세가 세금폭탄이라는 비판과 함께 종합부동산세의 완화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재산세 과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와대는 거래세 인하문제는 전체 세수의 증가규모를 추정한 뒤 관계부처와 개선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른바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의 후퇴나 변질”로 비춰지는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민생의 현주소에 따라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참여정부의 대표적 정책 가운데 하나인 만큼 궤도수정여부를 놓고 앞으로 당청간 대립각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최근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경우도 당청간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나타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김근태 의장은 지난달 “준비 없이 한미 FTA를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6월 12일 인터넷포털업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개방하고 교류했던 역사가 성공했었다”면서 한미 FTA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적극적인 추진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표적인 재벌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서도 여당 일각에서는 즉각적인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반면 청와대와 정부측은 일단 올 연말까지는 출총제를 시행한 뒤 추후에 존폐여부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가 표면적으로는 제도의 폐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경제철학과 정책운용의 방법론을 둘러싼 시각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예정된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의 회동을 통해 어떻게 입장이 조율될 지에 따라 전반적인 당청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6월 13일 “변화 없는 사회는 침체되고 낙오된다. 변화는 개혁을 통해 이루어진다”며 중단 없는 개혁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국무회의에서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혁피로증’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그 원인 중 하나로 ‘개혁피로증’이 제기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와 개혁후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며 “특히 부동산, 교육 개혁과 관련해서 교조적 논리로 정부정책을 흔드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개혁은 자기 혁신으로부터 시작 된다”며 “공무원들이 저항이 있는 정책에 대해 하나하나 설득하면서 정부가 먼저 혁신하고 열린 자세로 과거의 불신요소를 제거해 나가다보면 저항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주권’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전날 포털사이트 대표 간담회에서도 밝혔듯 “소비자가 지배하는 정치, 소비자가 지배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개혁의 진정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소비자 주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언론의 공정한 정보제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공직자가 자신의 시선을 우리들의 아이,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맞추고 갈 때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 진다”며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그런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고위공무원단 제도와 관련, “제도 정착을 위해 조직이기주의에 빠지지 말고 책임 있게 일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계급주의 문화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공무원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 시행의 의미에 대해서는 “부처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공무원도 평가에 의해 도태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에 뒀다. “공직사회도 민간영역과 경쟁해야 하고 성과를 내지 않으면 민영화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성과를 내지 않는 1급 국장은 가차 없이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그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스기사
강금실·진대제 “정치 다시 시작”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와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의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두 사람 모두 정치적 기반 다지기 작업에 돌입했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말이나 연초로 예상되는 정계 개편과 여권 내 기류 변화를 겨냥한 움직임이라는 것.
강 전 장관은 6월 13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유인태·이미경·이계안 의원을 비롯해 우리당 의원 10명과 저녁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순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6월 16일에는 캠프에서 일했던 참모그룹들도 불러 만찬을 했다.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5.31 동호회’로 개편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방문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게 강 전 장관 측의 얘기다.
선거 사무실도 규모를 줄여 개인 사무실로 사용키로 했다. 강 전 장관 측 인사는 “다음달부터 기자들과도 만나고 공개적인 활동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강 전 장관은 자신이 선거 후 밝혔던 대로 이제 정치에 입문했고, 앞으로 본격적인 정치를 해 나간다는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진대제 전 장관도 최근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내고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진 전 장관은 여당 중진 의원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당과는 거리를 둔다는 입장이다. 김근태 의장이 ‘서민경제회복 추진본부’본부장을 맡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정중하게 사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국가 경쟁력 향상’에 자신의 정치적 승부를 건다는 구상이다. 연구모임을 만들고 대학·기업체를 상대로 한 강연을 통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신의 생각을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진 전 장관 측 인사는 “올 여름 중앙아시아 선교여행을 갈 계획이며, 이 여행을 통해 향후 정치적 구상을 정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이런 행보에 대해 열린우리당도 긍적적으로 평가한다. 당 관계자는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우선 여당은 후보군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며 “대선까지 남은 1년6개월은 두 사람이 국민적 검증을 받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