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연금 안은 당초 공약이었던 65세 이상에 월 20만원 100% 지급에서, 대상을 소득 하위 70~80%로 줄이고 지급액도 소득이나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향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오는 26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기초연금 문제와 4대 중증질환의 국고지원 및 정부지원에 대한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직접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 공약을 100% 이행하기 힘들게 됐다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4대중증질환도 국가가 전액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것도 수정이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공약이행 의지를 밝히다가 수정을 하게 된 만큼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를 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하게 될 경우 지난 5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직후 국민들과 재외동포들에게 사과한 데 이어 두번째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명시적인 표현으로 기초연금이나 4대중증질환 공약 포기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공약이행 의지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입장표명 시기를 놓고 고민했으나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여야가 국회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면 그에 맞춰 국회에서 시정연설도 할 예정이다. 통상 이 무렵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국감을 끝낸 여야가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 심의에 착수하기 직전에 이뤄진다. 주로 10월 말이나 11월 초였다. 청와대는 이번 시정연설 시점을 11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원내·원외 병행투쟁으로 전략을 수정한 민주당이 벼르고 있어 예산안은 물론 대선공약 관련 법안처리도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의 ‘단독 처리’는 제도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국정원 정치 개입 사과’ 같은 야당의 기존 요구를 들어줄 분위기도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찌 됐든 민주당이 원내로 들어온 것도 추석 민심 때문”이라며 “현재로선 국민에게 호소해서 호응을 이끌어내 야당을 압박하는 것 외에는 묘수가 안 보인다”고 했다. ‘혼외(婚外) 자식’ 등 도덕성 논란으로 법무부 조사가 진행 중인 채동욱 검찰총장 처리 문제도 박 대통령으로선 어찌 됐든 부담이다. 검찰총장 공백과 검찰 조직 동요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후임 감사원장 인선도 고심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 기능은 공직 기강보다 정책 감사에 맞춰져 있었다”며 “그러나 어떤 스타일의 감사원장이 임명되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