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의 ‘국회 3자회담’이 성사됐다. 민주당이 청와대가 제안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의 ‘국회 3자회담’을 전격 수용한 것. 이에 따라 오는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이 꽉 막혔던 대치 정국의 출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3자회담 결과에 정국의 순항 여부가 달려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이른 감이 있지만 만남 자체만으로도 그동안의 정국경색을 푸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3자회담은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8월1일 장외투쟁에 나선 지 무려 44일 만에 열리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오는 16일 전격적으로 회담을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추석 이후 정기국회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장외투쟁이 점차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인 데다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회를 직접 찾아 협력을 호소키로 하고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 정국 정상화의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야당 내 강경파와 협상파 간에 헤게모니 다툼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열리는 회담이어서 자칫 민주당이 실질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선다면 정국이 더욱 꼬일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제는 대치의 근본 원인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태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정원 개혁을 포함해 모든 민생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국민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정보기관이 헌법을 부정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데 대해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엄중한 시선”이라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이 독재정권의 낡은 악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국민 통합주의자로 다시 태어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나 여당은 거부할 게 명약관화하다. 대신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가 생기게 된 데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이어 역대 정권에서 항상 문제가 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축소와 같은 개혁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여권에서도 긍정적으로 거론됐던 국회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민주당에는 원내에 복귀할 명분을 주는 셈이다. 또 민주당 측은 국정원 사건 특검과 내란 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수사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두 번째 의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포함한 시급한 민생 현안 관련 법률안 처리문제가 꼽힌다. 여당으로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나 취득세 인하와 같은 8·28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약발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반면, 야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포함한 경제민주화 법안과 무상보육 확대, 부자감세 철회 등 민생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야당의 존재감'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끝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국회까지 온 것은 내달께 시정 연설에 앞서 사전 설명을 통해 야당을 설득하려는 성격도 곁들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편, 여야 원내지도부는 박 대통령 귀국 다음날인 12일 오전 여의도 모 호텔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한 ‘2+2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직후 약 7시간 만에 박 대통령은 3자 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3자 회담의 장소인 국회는 박 대통령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이 아니라 순수하게 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