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히들 가을을 두고 ‘천고인비(天高人肥)’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즉, ‘가을 하늘은 높고 사람은 살찐다’라는 뜻으로 먹을거리가 풍성해 자칫 방심하게 되면 몸은 찌고, 건강과는 멀어지기 쉽게 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동물들은 겨울을 나기위해 살을 찌워 기운을 축적하지만 인간은 오히려 무더운 여름보다 신체 저항력이 떨어져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는 위기의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가을철 흔히 발생하는 질환, 이렇게 관리하라
■ 환절기 불청객 독감 -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무엇보다도 독감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독감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더 큰 고통을 당한다.
일반적으로 1~3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자기 38도가 넘는 고열에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지며 두통, 근육통 등이 심하게 나타나며 눈이 시리고 아프고 온몸에서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독감에 걸리게 되면 기관지 손상을 받고 2차적으로 세균감염이 일어나 ‘세균성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만약 독감이 회복될 즈음에 다시 열이 나고 기침, 누런 가래가 생기면 2차 감염에 의한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합병증으로 세균성 폐렴, 탈수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울혈성 심부전증이나 천식, 당뇨 등 기존에 앓고 있던 만성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어린이는 합병증으로 부비동염과 중이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노인과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중대한 합병증의 발병 위험이 높아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접종 후에 생성되는 항체의 예방 효과는 약 6개월 정도 지속된다. 이 때문에 일 년에 한 번씩 접종하면 가을, 겨울, 초봄에 유행하는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단 생후 6개월 이하인 아기는 접종 효과가 미미한 대신 부작용으로 발열이 흔하므로 접종받지 않는 게 낫다. 임신부는 임신 4주 뒤부터 맞을 수 있다.
이 외에도 평소 자주 손을 씻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과로를 피해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옷깃이나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 목 아픔, 콧물 등)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한다.
인플루엔자 유행시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고 하루에 8잔 이상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30분 이상 걷기, 스트레칭, 관절운동 등도 매일 하는 것이 좋다.
■ 가을철 높아지는 혈당관리 - 가을철 기온이 낮아지면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고 혈관이 쉽게 수축되어 혈당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혈당 조절은 우선 운동과 식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피부질환 - 가을이 되면 공기가 차고 건조해짐에 따라 가려움증을 비롯한 피부질환도 흔히 나타난다. 특히 피부가 건조하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사람들은 증상이 심해지고 물집까지 생겨 고생할 수 있다.
건조한 피부의 경우에는 각질을 일으키고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노화를 촉진시키므로 보습력이 탁월한 크림이나 에센스를 발라 충분한 보습을 하도록 한다. 아토피성 피부염 혹은 심한 건성 피부인 사람들은 가능하면 목욕을 자주 하지 말고 뜨거운 열탕이나 한증탕에 오래 있지 말아야 한다.
샤워 후 물기가 마르기 전에 바디 로션이나 오일 등의 피부 보습제를 꾸준히 발라주고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계면활성제(화장이나 때를 제거하는 성분)가 비교적 적게 함유된 세안제로 세수를 해서 각질층을 보호해주고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피부 수분 함유량이 3분의 1수준 밖에 되지 않아 평소에 비타민C와 물을 충분히 섭취해두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 환절기 면역력 주의보 - 환절기에 접어들어 갑자기 일교차가 커지면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쉬 피로해지며 체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 크고 작은 질병에 자주 시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올 가을 신종플루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건강관리의 최우선으로 꼽히고 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숙면, 그리고 식약청으로부터 면역력 증진의 기능을 인정받은 홍삼과 인삼, 알로에겔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외출 후 손을 잘 씻고 양치질을 잘하는 등 개인위생에 주의하는 한편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일교차에 대비해야 한다.
■ 장염 및 식중독 - 식중독과 장염은 예상과 달리 9월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특히 2,3세 영유아들에게는 바이러스 장염이 유독 유행하는 게 가을철이다. 감기증상과 함께 복통과 설사가 심해서 자칫하면 탈수증상으로 이어져 심하면 사망까지도 이르게 하는 장염은 여행길에 올랐다 물을 갈아먹을 때 많이 걸린다. 분유나 음식을 먹일 때 반드시 끓인 물로 조리해 먹이고 아이가 계속 보채면서 열이 있고 3일 이상 지속되는 설사증상을 보이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우울증 - 자연기후와 상응하는 인체 역시 가을에는 정서가 불안정해지고 감정도 메말라지며 곧잘 슬프고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 우울증은 가을, 겨울에 생겨 봄, 여름이면 회복되는 성향이 많고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므로 가을엔 마음을 편안하고 밝게 할 수 있도록 감정조절을 잘 해야 한다. 우울증은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기분전환 등 자가치료도 좋지만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 유행성 결막염과 구건조증 - 가을철이 되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유행성 결막염과 안구건조증 질환의 발생도 증가한다. 안구건조증은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등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성인들에게서 쉽게 발생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50분 작업 후에는 반드시 5분 이상 눈을 쉬어주고 휴식을 취할 때는 먼 곳을 응시하거나 눈을 감아 눈의 조절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유아들을 위협하는 수족구병, 손만 잘 씻어도 예방
최근 수족구병이 유행양상을 보이자 질병관리본부가 개인위생 준수를 당부했다. 수족구병은 주로 여름과 가을철 ‘콕사키바이러스A16’ 또는 ‘엔테로바이러스 71’이라는 장바이러스에 의해 영유아들이 많이 걸리는 질환이다. 출산 직후 산모와 신생아실·산후조리원 근무자들도 주의해야 한다.
수족구병에 걸리면 미열과 함께 혀와 잇몸, 뺨 안쪽 점막, 손, 발 등에 빨갛게 선이 둘린 쌀알 크기의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지만 심한 경우 무균성수막염이나 뇌염 등이 발생한다.
지난 8월1일부터 22일까지 합병증을 동반한 수족구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명, 치료받은 환자는 총 16명이다.
수족구병은 감염자의 호흡기 분비물(침, 가래 등)이나 대변 등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깨끗하게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장난감 등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청결하게 소독해줘야 한다. 또한 수족구병이 의심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 공공장소에 가지 않고 발병 후 전염력이 가장 강한 일주일 동안은 집에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만 6세 미만 영유아가 모여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는 개인위생 관리에 신경 써달라”며 “수족구병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는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량과 강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름철보다 가을철에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이 경우 운동량과 강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가을이면 식욕이 왕성해지는 계절인 만큼 과식으로 자칫 비만의 지름길로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가을엔 무엇보다도 유산소 운동이 좋다.
등산은 가을철에 가장 적합한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유산소 운동의 효과뿐만 아니라 무릎과 허리 등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몸과 마음의 강화 효과가 있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통해 겨울철에 많이 사용하지 않아 약해진 관절 주위의 인대와 근육들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깅은 심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겨울철의 과다한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조절과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운동을 갑작스럽게 하면 그 동안의 운동량 부족으로 이완된 근육이 파열될 수도 있고, 쉽게 운동을 포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번 운동한 뒤에는 하루 정도의 충분한 휴식기간을 갖도록 하며 처음에는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등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량과 강도를 점차 높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해야 효과가 있으며 운동 시간은 운동 강도에 따라 다르나 20~60분 정도가 적당하다. 체력 수준이 높아지면 5일 정도로 늘려야 심폐 지구력의 지속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운동은 자신의 근력이나 지구력, 기초 대사량, 나이 등을 고려해 알맞게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여성은 골다공증 위험이 높으므로 줄넘기, 농구 등 양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는 운동은 골절 위험이 높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직장인들은 고강도 운도보다는 산책 등의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요통,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전문의와 상의 후 알맞은 운동을 처방 받은 후에 실시해야 한다.
영양과 건강을 고려한 가을 밥상으로 건강 챙기기
가을은 수확의 계절인 만큼 다른 계절보다 먹을거리가 풍성하여 순간 먹고 싶은 의욕을 떨치기가 쉽지가 않다. 몸에 지방이 비축되는 시기인데다가 식욕이 왕성해져서 체중이 늘기 쉽기 때문에 영양과 건강을 고려한 가을 밥상이 중요하다. 오곡이 무르익고 대부분의 생선, 육류도 물이 올라 한창 제 맛을 내는 때이므로 조금만 신경 쓰면 식단에 변화를 주어 입맛을 돋울 수 있다. 제철과일과 농산물만큼 몸을 보호해주고 약이 되는 것도 없으므로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건강도 지키면서 몸매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철에 소진한 신체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음식에는 갈비찜, 토란탕, 더덕구이, 자연송이, 해삼, 전복 등이 있다. 콩이나 버섯, 밤 등을 넣어 별미밥을 지어먹으면 좋다. 한창 제철인 밤과 대추, 각종 견과류를 곁들인 갈비찜도 가을철에 먹기에 좋은 음식이다. 밤에는 비타민C가, 대추에는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호두나 잣 같은 견과류는 노화방지 효과가 크다. 또한 가을철 꽁치, 갈치, 가자미, 도미, 대구, 정어리 등이 제 맛을 내며 영양도 풍부하며 토란의 끈적끈적한 진액에 함유된 무틴은 소화를 촉진과 노화를 방지하고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이뇨작용을 돕는다. 이와 함께 해삼과 전복은 신장과 몸을 보호하고, 여성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크다. 가을철 대표 보양식인 추어탕은 정력을 돋워 주는 강장식품으로 칼슘과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각종 무기질뿐만 아니라 비타민A·B·C 등이 풍부하다. 또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위장질환자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도 좋으며 지방이 적어 칼로리가 낮은 편이다. 특히 여름의 열기로 인한 체온조절을 위하여 미네랄은 물(水)을 체외로 배출시키면서 함께 미네랄 손실이 이루어져서 가을은 미네랄이 가장 적은 계절로 미네랄 섭취를 자주 해주어야 한다.
한편, 가을을 맞아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운동전에는 글리세믹 지수가 낮은 다당류의 탄수화물 식품인 감자, 고구마, 파스타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운동 후 체중이 500g 감소할 때마다 신체에서 500㏄의 물이 손실되기 때문에 운동 후 1시간 이내에 과일샐러드, 치킨수프, 맑은 장국, 된장국 등 수분이 공급될 만한 것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 후 1시간이 지나면 감자, 고구마, 잡곡밥, 파스타 등의 복합 탄수화물과 양질의 닭 가슴살, 등 푸른 생선, 두부, 지방이 없는 살코기 등의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 소모된 에너지를 공급함과 동시에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