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혼탁한 선거판 뒷돈, 비리 등 부패 만연
제보 줄이어 수사인력 모자랄 지경… 당선 무효사태 우려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얼마 전 ‘경기도 노총 장학문화재단 장학금 300억 원 조성’을 요구하는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의 정책질의서를 받았다. 한 후보 측은 “경기도 인구가 1,100만 명인데 한국노총의 경기지역 회원 16만 명을 위해 장학금 300억 원을 내놓는 식으로 돈을 쓰면 예산이 남아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후보 측 관계자도 “액수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이에 대해 “현재 장학기금 100억 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자율이 떨어져 현상유지를 하려면 200억 원, 장학금을 늘리려면 300억 원이 필요하다”며 “노조가 수입원을 갖기가 쉽지 않아 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31지방선거는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공약 제안이 후보 진영에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이들 제안 가운데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집단이기주의적인 민원성 요구가 적지 않아 후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장애인단체는 도지사 후보에게 “장애인 수당을 일괄적으로 9만 원씩 올려 달라”고 요구했고 지역의 중소기업들로 이뤄진 한 연합회는 “기업에 대한 지원 펀드를 현행 9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후보에게 권한을 양보할 것을 채근하는 질의도 있다. 지난 5월 초 지방의 한 공무원노동조합은 ‘후보께서 만약 도지사가 된다면 도청 내 인사는 어떻게 운영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냈다. 이 노조는 ①번 ‘인사권 범위에서 알아서 하겠다’, ②번 ‘인사 전횡이 되지 않도록 노조와 협의하여 개선해 나가겠다’, ③번 ‘취임 후 생각해 보겠다’는 답변 항목을 달았다.
이 질의서를 받은 각 후보 측 관계자들은 “노조가 인사권을 침해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였지만 노조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 ②번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하듯 말했다. 이렇듯 각 광역단체장 후보 진영의 정책팀은 팩스, e메일로 밀려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공약제안서, 질의서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표적 민원성 공약은 센터 건립 요구다. 한 도지사 후보의 정책팀장은 “여성, 장애인, 실업자, 청소년 등 각 단체의 센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요구를 모두 들어 주면 예산이 거덜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 도지사 후보는 “무리한 공약을 요구하는 단체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비난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을 벌이는 시민사회단체도 많지만 집단이기주의적인 단체들의 이 같은 무리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현행 선거법으론 후보에게 무리한 공약을 요구하는 행위를 단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불법 판쳐
M인터넷사이트에 지난 5월 13일 지방선거 출마예정인 A씨와 소속 정당을 비방하는 패러디물이 게시됐다. “바늘 도둑 봐주면 소도둑 되지만 이놈들 그냥 봐주면 나라 팔아 먹습니다”라는 등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감시팀은 이 게시물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후보자 비방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남지역 S공단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5·31 기초단체장 선거 출마를 준비해 왔다. 그는 지난해 공단 창립기념 사이버 퀴즈대회에 “S공단 이사장은 누구냐”는 문제를 냈다.
공단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자기 이름도 알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는 선관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이 유력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사이버상 불법 선거운동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향응이나 음식물 제공, 명함 배포 등이 주를 이루던 주요 불법 선거운동 사례도 사이버상 비방·흑색선전이나 사전선거운동으로 바뀌고 있다.
중앙선관위 사이버감시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인터넷상에서 적발된 선거법 위반 건수는 총 6,134건에 이른다. 후보자 등록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벌써 2002년 지방선거 전체 기간 중 적발된 1,228건을 넘어선 것이다.
유형별로 사전선거운동이 4,548건으로 가장 많고 비방·흑색선전과 기타 사례가 각각 951건, 635건이었다. 선관위는 이 중 5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14건을 수사의뢰하는 한편 경고 34건, 주의 21건, 불법 게시물 삭제요청 6,054건의 조치를 했다.
사이버 불법 선거운동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후보 예정자가 여론조사 결과 중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만을 떼내 인터넷에 유포하는가 하면 이메일 자동수집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또 다른 출마 예정자는 한 인터넷 동호회원들에게 사이버머니와 유료음악파일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사이버감시팀 21명을 동원해 각종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정치 관련 사이트와 관공서·시민단체, 언론사 홈페이지 등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선관위 측은 인터넷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글을 올릴 경우 현행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밝혔다. 사이버감시팀의 배상완 씨는 “불법 선거운동 신고자에게는 최대 1,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사이버상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단속이 가뜩이나 줄어든 국민들의 선거 관심을 더욱 떨어뜨리고 자유로운 정치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석근 사이버감시팀장은 “인터넷 댓글 중 비방·흑색선전 등 부정적 선거운동은 엄단하겠으나 지지운동 등 긍정적 운동에 대해선 충분히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 공안부는 전날까지 전국에서 입건된 선거사범은 1,781명으로 2002년 지방선거 때 같은 기간(913명)에 비해 95.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돈냄새 진동’ 선거후폭풍 예고
군수공천 지지를 명목으로 현역의원 동생과 사돈 등 모당 각 협의회장에게 수 천만 원의 금품을 살포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며 유권자에게 돈을 준 예비후보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되는 등 5·31지방선거가 ‘금권선거’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특히 공천비리나 당비대납, 불법 선거운동 등에 대한 제보가 줄을 잇고 수사인력이 모자랄 정도여서 선거 이후 무더기 당선무효사태가 우려된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지난 5월 18일 군수공천 지지 대가로 같은 당 읍·면 협의회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씨(57)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또 A씨로부터 돈을 받은 B씨(40) 등 한나라당 여주군 읍·면 협의회장 6명을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달아난 협의회장 C씨(43) 등 2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말부터 4월초 여주군수 공천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받은 B씨 등 읍·면 협의회장 8명에게 100∼1,500만원씩 모두 7,8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군수공천 심사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현역 국회의원의 동생인 E씨와 사돈인 F씨에게도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A씨는 여주군수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지난 5월 17일 모당 여주군 당원협의회 의장 D씨가 출마자 2명에게 수 백만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선거구 주민에게 금품과 후보 명함을 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양주시 기초의원 예비후보인 H씨(45·무소속)의 사무장 Y씨(47)와 부인(46)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 5월 17일 낮 12시40분께 양주시의 한 디자인 작업장 인근에서 J씨(42.여) 등 2명에게 각각 현금 10만원과 후보의 명함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현재 372건 740여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여 5명 구속, 60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인데다 각 당별로 공천이 결정된 후 공천탈락자 등 선거관련 제보가 하루에도 수 백건 씩 접수되는 등 봇물을 이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기간 동안은 금품살포 등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현장단속에 치중한 뒤 다음달부터 각 정당의 공천비리나 당비대납 등 본격적인 공천비리에 관련된 기획선거수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원 사칭 돈뜯기도
선거운동원을 사칭해 단체손님 예약을 하면서 환심을 사는 방법으로 음식점과 술집에서 돈을 뜯은 혐의로 40대가 붙잡혔다. 삼척경찰서는 지난 5월 18일 손모(42·주거부정)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5월 16일 삼척 모 음식점에 찾아가 삼척시장 후보자 선거운동원을 사칭하며, 단체손님을 예약하는 것처럼 속여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38만원을 받는 등 식당과 술집을 돌며 4회에 걸쳐 69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이다.
경찰은 손씨가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해 사주를 받고 범행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장기적인 지역경기 침체로 불황을 겪고 있는 식당과 술집에 찾아가 특정후보자 선거운동원을 사칭하며 단체손님을 데리고 오는 것처럼 예약을 하는 방법으로 업주로부터 사례금 명목의 돈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회창 복귀설 솔솔
한 때 정치 일선에 떠나있던 정치인들이 5.31 지방선거를 맞아 하나, 둘 충청정가로 모여들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보가 그전과는 달리 예사롭지 않아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발걸음은 요즘 들어 더욱 바빠졌다.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이 전 총재의 ‘충청도 동선’은 충남 예산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치재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동선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충남 예산을 방문한 데 이어 21일에는 대전, 천안을 찾아 대전시장·충남지사 후보 등을 만나 격려했다.
이 전 총재 본인은 “한 때 자신을 도와줬던 정치인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확대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이 전 총재는 지난 5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이 정권이 들어선 뒤 국가기강이 한없이 해이해지면서 이런 불법이 판을 치는 것 같다”며 직접적으로 노무현 정권을 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5·31 지방선거와 관련 후보 지원에 대해서도 “생각해서 행동하겠다”고 말해 점차 현역 정치인 무대에 진입하려는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제보 줄이어 수사인력 모자랄 지경… 당선 무효사태 우려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얼마 전 ‘경기도 노총 장학문화재단 장학금 300억 원 조성’을 요구하는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의 정책질의서를 받았다. 한 후보 측은 “경기도 인구가 1,100만 명인데 한국노총의 경기지역 회원 16만 명을 위해 장학금 300억 원을 내놓는 식으로 돈을 쓰면 예산이 남아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후보 측 관계자도 “액수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이에 대해 “현재 장학기금 100억 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자율이 떨어져 현상유지를 하려면 200억 원, 장학금을 늘리려면 300억 원이 필요하다”며 “노조가 수입원을 갖기가 쉽지 않아 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31지방선거는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공약 제안이 후보 진영에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이들 제안 가운데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집단이기주의적인 민원성 요구가 적지 않아 후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장애인단체는 도지사 후보에게 “장애인 수당을 일괄적으로 9만 원씩 올려 달라”고 요구했고 지역의 중소기업들로 이뤄진 한 연합회는 “기업에 대한 지원 펀드를 현행 9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후보에게 권한을 양보할 것을 채근하는 질의도 있다. 지난 5월 초 지방의 한 공무원노동조합은 ‘후보께서 만약 도지사가 된다면 도청 내 인사는 어떻게 운영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냈다. 이 노조는 ①번 ‘인사권 범위에서 알아서 하겠다’, ②번 ‘인사 전횡이 되지 않도록 노조와 협의하여 개선해 나가겠다’, ③번 ‘취임 후 생각해 보겠다’는 답변 항목을 달았다.
이 질의서를 받은 각 후보 측 관계자들은 “노조가 인사권을 침해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였지만 노조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 ②번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하듯 말했다. 이렇듯 각 광역단체장 후보 진영의 정책팀은 팩스, e메일로 밀려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공약제안서, 질의서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표적 민원성 공약은 센터 건립 요구다. 한 도지사 후보의 정책팀장은 “여성, 장애인, 실업자, 청소년 등 각 단체의 센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요구를 모두 들어 주면 예산이 거덜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 도지사 후보는 “무리한 공약을 요구하는 단체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비난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을 벌이는 시민사회단체도 많지만 집단이기주의적인 단체들의 이 같은 무리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현행 선거법으론 후보에게 무리한 공약을 요구하는 행위를 단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불법 판쳐
M인터넷사이트에 지난 5월 13일 지방선거 출마예정인 A씨와 소속 정당을 비방하는 패러디물이 게시됐다. “바늘 도둑 봐주면 소도둑 되지만 이놈들 그냥 봐주면 나라 팔아 먹습니다”라는 등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감시팀은 이 게시물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후보자 비방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남지역 S공단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5·31 기초단체장 선거 출마를 준비해 왔다. 그는 지난해 공단 창립기념 사이버 퀴즈대회에 “S공단 이사장은 누구냐”는 문제를 냈다.
공단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자기 이름도 알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는 선관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이 유력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사이버상 불법 선거운동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향응이나 음식물 제공, 명함 배포 등이 주를 이루던 주요 불법 선거운동 사례도 사이버상 비방·흑색선전이나 사전선거운동으로 바뀌고 있다.
중앙선관위 사이버감시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인터넷상에서 적발된 선거법 위반 건수는 총 6,134건에 이른다. 후보자 등록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벌써 2002년 지방선거 전체 기간 중 적발된 1,228건을 넘어선 것이다.
유형별로 사전선거운동이 4,548건으로 가장 많고 비방·흑색선전과 기타 사례가 각각 951건, 635건이었다. 선관위는 이 중 5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14건을 수사의뢰하는 한편 경고 34건, 주의 21건, 불법 게시물 삭제요청 6,054건의 조치를 했다.
사이버 불법 선거운동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후보 예정자가 여론조사 결과 중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만을 떼내 인터넷에 유포하는가 하면 이메일 자동수집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또 다른 출마 예정자는 한 인터넷 동호회원들에게 사이버머니와 유료음악파일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사이버감시팀 21명을 동원해 각종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정치 관련 사이트와 관공서·시민단체, 언론사 홈페이지 등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선관위 측은 인터넷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글을 올릴 경우 현행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밝혔다. 사이버감시팀의 배상완 씨는 “불법 선거운동 신고자에게는 최대 1,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사이버상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단속이 가뜩이나 줄어든 국민들의 선거 관심을 더욱 떨어뜨리고 자유로운 정치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석근 사이버감시팀장은 “인터넷 댓글 중 비방·흑색선전 등 부정적 선거운동은 엄단하겠으나 지지운동 등 긍정적 운동에 대해선 충분히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 공안부는 전날까지 전국에서 입건된 선거사범은 1,781명으로 2002년 지방선거 때 같은 기간(913명)에 비해 95.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돈냄새 진동’ 선거후폭풍 예고
군수공천 지지를 명목으로 현역의원 동생과 사돈 등 모당 각 협의회장에게 수 천만 원의 금품을 살포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며 유권자에게 돈을 준 예비후보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되는 등 5·31지방선거가 ‘금권선거’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특히 공천비리나 당비대납, 불법 선거운동 등에 대한 제보가 줄을 잇고 수사인력이 모자랄 정도여서 선거 이후 무더기 당선무효사태가 우려된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지난 5월 18일 군수공천 지지 대가로 같은 당 읍·면 협의회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씨(57)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또 A씨로부터 돈을 받은 B씨(40) 등 한나라당 여주군 읍·면 협의회장 6명을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달아난 협의회장 C씨(43) 등 2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말부터 4월초 여주군수 공천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받은 B씨 등 읍·면 협의회장 8명에게 100∼1,500만원씩 모두 7,8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군수공천 심사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현역 국회의원의 동생인 E씨와 사돈인 F씨에게도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A씨는 여주군수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지난 5월 17일 모당 여주군 당원협의회 의장 D씨가 출마자 2명에게 수 백만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선거구 주민에게 금품과 후보 명함을 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양주시 기초의원 예비후보인 H씨(45·무소속)의 사무장 Y씨(47)와 부인(46)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 5월 17일 낮 12시40분께 양주시의 한 디자인 작업장 인근에서 J씨(42.여) 등 2명에게 각각 현금 10만원과 후보의 명함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현재 372건 740여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여 5명 구속, 60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인데다 각 당별로 공천이 결정된 후 공천탈락자 등 선거관련 제보가 하루에도 수 백건 씩 접수되는 등 봇물을 이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기간 동안은 금품살포 등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현장단속에 치중한 뒤 다음달부터 각 정당의 공천비리나 당비대납 등 본격적인 공천비리에 관련된 기획선거수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원 사칭 돈뜯기도
선거운동원을 사칭해 단체손님 예약을 하면서 환심을 사는 방법으로 음식점과 술집에서 돈을 뜯은 혐의로 40대가 붙잡혔다. 삼척경찰서는 지난 5월 18일 손모(42·주거부정)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5월 16일 삼척 모 음식점에 찾아가 삼척시장 후보자 선거운동원을 사칭하며, 단체손님을 예약하는 것처럼 속여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38만원을 받는 등 식당과 술집을 돌며 4회에 걸쳐 69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이다.
경찰은 손씨가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해 사주를 받고 범행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장기적인 지역경기 침체로 불황을 겪고 있는 식당과 술집에 찾아가 특정후보자 선거운동원을 사칭하며 단체손님을 데리고 오는 것처럼 예약을 하는 방법으로 업주로부터 사례금 명목의 돈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회창 복귀설 솔솔
한 때 정치 일선에 떠나있던 정치인들이 5.31 지방선거를 맞아 하나, 둘 충청정가로 모여들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보가 그전과는 달리 예사롭지 않아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발걸음은 요즘 들어 더욱 바빠졌다.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이 전 총재의 ‘충청도 동선’은 충남 예산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치재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동선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충남 예산을 방문한 데 이어 21일에는 대전, 천안을 찾아 대전시장·충남지사 후보 등을 만나 격려했다.
이 전 총재 본인은 “한 때 자신을 도와줬던 정치인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확대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이 전 총재는 지난 5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이 정권이 들어선 뒤 국가기강이 한없이 해이해지면서 이런 불법이 판을 치는 것 같다”며 직접적으로 노무현 정권을 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5·31 지방선거와 관련 후보 지원에 대해서도 “생각해서 행동하겠다”고 말해 점차 현역 정치인 무대에 진입하려는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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