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기기의 성장에 힘입어 중국의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반도체 분야에 55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상하이, 장쑤성 남부, 저장성 북부를 아우르는 장강 삼각주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장기 계획도 밝혔다.
중국 통신설비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
1988년 화시전자로 출발한 화웨이(Huawei)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설립 이래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온 화웨이는 중국 통신설비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세계 곳곳에도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화웨이를 설립한 런정페이(任正非)는 통신장비를 대량 매입해 다시 되파는 도매업자였다. 그는 홍콩 캉리 회사의 HAX 모의 교환기의 대리상으로 홍콩에서 상품을 중국 내지로 수입, 지리적으로 홍콩에 인접한 선전 회사에 가장 흔한 상업 패턴으로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윤을 획득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많은 돈을 벌게 된 그는 연구개발에 몰두해 지금의 화웨이를 이룩했다.
런정페이는 화웨이를 이끌어오며 자유로움 대신 엄격함을 택했다. GE의 인사관리시스템을 모방해 실적이 떨어지는 5%의 직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칼을 빼들기도 했다. 직원들 간 경쟁 분위기를 만들고 책상 옆에는 접이식 침대를 구비해놓을 정도로 군대식 기업문화를 추구했다. 런정페이에게 ‘경쟁이 없는 회사는 죽은 회사’나 마찬가지다. 이에 항상 기업이 건강하려면 활발한 신진대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그는 경영철학은 통신병으로 복무한 그의 군 경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는 공식적인 인터뷰도 거부하고 있다. 오로지 제품으로만 말하려는 그의 철학 덕분에 그가 목표를 정하면 직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를 창출해야 한다.
1991년 9월 화웨이는 프로그램 제어교환기 연구를 시작했다. 이듬해 이 교환기는 대량으로 시장에 진입, 1억 2,000만 위안이라는 생산액을 기록했다. 1997년에는 GSM 설비를 시장에 출시했고 2001년에는 10 Gbps SDH 시스템이 독일 베를린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RHK 통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광섬유 계열의 상품이 아시아 태평양지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2001∼2002년 전세계적으로 전신 기초시설에 대한 투자가 50% 하락했음에도 화웨이의 전 세계 판매액은 68% 성장했다. 그런가하면 2004년에는 지멘스와 합자기업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 TD-SCDMA 이동통신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중국 전신의 국가 핵심망 최적화 계약을 이뤄냈다. 그 결과 2004년에 아시아 태평양 광대역 설비 공급상, 아시아 태평양 최고 유망기업 두 가지 항목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에 전세계 최초로 LTE 네트워크를 상용화한 화웨이는 2011년에 무선 네트워크 영역에서 WiMAX와 LTE 기술을 동시에 공급하는 SingleRAN 솔루션을 최초로 시장에 내놓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화웨이는 2010년에 처음으로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397위) 리스트에 올랐다. IT 기업 중에서는 29위였다. 그리고 2011년, 2012년에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 500대 기업 중 유일하게 비상장 기업이기도 하다. 2011년 11월에는 ‘2011년 중국 500대 민영기업’ 발표에서 화웨이는 1위를 차지했다.
매출 10%를 R&D에 투자, 연구개발 인력 42%
현재 화웨이는 전체 주문량의 75%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전세계 100여 개 국가의 10억 명이 화웨이가 생산한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화웨이가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매년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할 정도로 연구개발과 기술에 치중하고 있는 덕분이다. 9만 5,0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연구개발 관련 인력이 42%에 달하니 화웨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연구개발에 쏟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화웨이는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전체 매출의 40%를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을 만큼 성공적인 도전이었다. 여기서 더욱 주목할 것은 화웨이의 모든 수출품이 자체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화훼이가 해외시장 개척을 시작한 1995년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국가가 그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발전 잠재력이 큰 국가들을 개척 목표로 삼았다.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2001년에 돼서야 비로소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에 힘입어 아프리카, 아시아의 10여 개국에 진출, 연간 매출 3억 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1998년부터 모스크바 시장에 진출했지만 2년 동안 실적이 거의 없었다. 이 역시 2001년에야 러시아 국가 전신부와 GSM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후 2002년에는 3,797㎞ 규모의 초장거리 국가 광전송망 계약을 따냈다.
점차 동유럽과 남유럽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한 화웨이는 서유럽, 북미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화웨이는 파리에 유럽 지역본부를 설립하고 해외 유명기업과의 경쟁력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유럽고객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북경, 상하이 등 개혁이후 중국의 발전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고객 의견 반응이 느린 유럽 기업에 비해 중국기업은 한 달 만에 바로 바꿔버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효율성을 부각시킨 화웨이는 전세계 14개 시장에 진출했으며 8개 해외지역본부도 설립했다.
기술 개발, 독자 브랜드로 저가 이미지 탈피
화웨이는 처음 해외시장에 진입할 때 가격 경쟁력을 수단으로 삼았다. 저가의 가격으로 동종 업계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하지만 기술 개발, 독자 브랜드 개발 등으로 현재는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 에릭슨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왕성한 연구개발로 과거 화웨이는 FMC, IMS, WiMAX, IPTV 등 새로운 기술과 응용 영역의 솔루션을 출시하고, ITU, 3GPP, IEEE, IETF, ETSI, OMA, TMF, FSAN, DSLF 등 70개 국제표준기구에 가입했다. 2005년 화웨이가 국제표준기구에 제출한 제안서가 1,000건이 넘을 정도로 수많은 특허를 신청했다. 3GPP 기본 특허 가운데 5%를 점해 세계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점차 단순한 특허 신청은 기업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기업이 지식 재산권과 기술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서방 국가들의 회사와 허가를 교사시킬 시 일방적인 특허 허가 비용을 대폭 낮추고 특허 기술의 광범위한 응용을 촉진시켜 이익을 올렸다. 매년 수천만 달러를 특허 신청에 쏟았던 화웨이는 이러한 교차를 통해 매년 수억 달러, 크게는 10억 달러 이상의 특허 허가 비용을 절감했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는 동종 업계의 기업,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과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 허가 협상을 진행시켜 에릭슨, 노키아, 지멘스 등의 기업과 교차 허가 협정을 체결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화웨이도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어센트 D쿼드를 통해 고급브랜드로 가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화웨이는 자체 생산한 AP쿼드코어 프로세스를 선보였다. 전략적 다변화를 위해 기존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모바일 OS개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화웨이가 삼성과 애플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한 만큼 향후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이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화웨이가 앞으로 자체 플랫폼을 통해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끊임없는 스파이 의혹과 곳곳에서 견제
화웨이는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스파이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10월 미국 하원은 “화웨이와 ZTE가 중국군 사이버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사용할 경우 비상시 중대한 안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조사를 의뢰, 18개월 동안 진행한 결과, 화웨이가 미국에서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의혹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어졌으나 의혹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호주 정부도 지난해 초 전국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화웨이의 입찰을 불허했다.
영국 정부도 최근 이와 관련한 문제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22일 영국 정부는 “화웨이의 영국 사이버 보안 센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국 정부는 화웨이가 영국의 통신망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영국 의회의 정보통신위원회는 화웨이가 영국 통신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사이버 공격과 정부와 연계된 스파이 행위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화웨이의 스파이 혐의를 제기했다. 헤이든은 호주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광범위한 정보 수집활동을 펼친 뒤 수집된 정보를 중국 정보당국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의 조사에 대해 화웨이 측은 네트워크 안보에 대한 이번 조사를 환영한다면서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견제 움직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헤이든의 발언에는 “증거를 내밀지 못할 것 같으면 거론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현재 화웨이의 해외 매출은 이미 22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으며 8개 해외지역본부와 55개 대표처, 기술SA센터, 영업, 서비스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2009년 전세계 첫 상용 LTE망인 노르웨이 4G모바일 네크워크 계약을 따내면서는 전세계 통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렇다보니 미국의 한 비즈니스 매체는 2010년에 최고 혁신 기업으로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에 이어 화웨이를 5위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이처럼 화웨이의 위상이 커져갈수록 적대적인 공격에 몰리는 일은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제 화웨이는 그러한 견제에 커진 위상에 걸맞는 성숙하고 지혜로운 대응을 해야 할 차례다.